그리스전 외면받은 유럽파 3인, 남은 시즌 과제는?

Posted by Soccerplus
2014. 3. 8. 08:0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그리스전은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경기였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이 경기를 통해 많은 부분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박주영을 비롯해 구자철, 이청용, 손흥민, 기성용 등 유럽파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아직 국제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보다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유럽파 선수들이 더 나은 기량을 갖고 있다는 확신을 들게 만드는 경기이기도 했다.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지난 전지훈련과 이번 그리스전의 대표팀은 아예 다른 팀이었다. 

하지만 유럽파 임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서 침묵을 지킨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김보경, 지동원, 박주호였다. 김보경, 지동원은 런던올림픽 동메달과 함께 홍명보 감독과 큰 대회를 계속해서 함께 한 선수들이다. 지동원에게는 아예 기회가 가지 않았고 김보경도 짧은 시간 교체 출장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또한 유럽파 모두를 통틀어 기성용을 제외하고 가장 폼이 좋은 박주호도 출장하지 않았다. 좌측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 두개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전에서 외면받았다. 

이 선수들은 그리스전에 출장하지 못했지만 브라질행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고, 주전 선수들이 부진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서브 카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남은 시즌 더 좋은 활약을 펼치며 폼을 끌어올려야 우리나라의 월드컵이 조금 더 순조로울 수 있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큰 상황, 특급 서브가 될 수 있는 이들이 남은 시즌을 어떻게 보내는 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 선수 가운데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선수는 김보경이다. 김보경은 카디프 시티에서 교체 멤버에도 들지 못하다가 대표팀이 소집되기 전 마지막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풀타임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보경은 그리스전에서도 그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폼이 떨어지면서 자신감도 많이 하락했다. 터치와 드리블, 패스 모든 부분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거기에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선정된 올시즌 EPL 워스트 11에 김보경이 이름을 올렸다. 설상가상이다. 팀도 강등권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승리가 없고 1무 4패다.

솔샤르 감독이 부임하고 카디프의 성적은 더 안좋아지고 있다. 그런 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김보경에게 필요한 것은 과감함이다. 경기가 풀리지 않는 팀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더라도 과감하게 공격 시도를 하고 공격포인트를 올려주는 선수는 중용될 수 밖에 없다. 김보경은 너무나 안전한 플레이를 추구하고 있다. 공격지역에서 그에게 공이 오면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볼을 일단 멈춘 뒤 사이드나 뒤로 돌린다. 그러기 보다는 본인이 직접 드리블을 하거나, 전진패스를 넣어주어야 한다. 팀에 창의적인 선수가 없다. 김보경은 팀에서 가장 뛰어난 창의성을 갖고 있는 선수이다. 하지만 그 창의성을 카디프에서는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동원은 호기롭게 아우구스부르크로 이적했지만 상황이 좋지 못하다. 아우구스부르크 복귀전에서 첫터치를 골로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지만 이후 경기에서 득점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동원에게 필요한 것은 골이다. 골을 넣어야 한다. 아우구스부르크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에 한두경기 불안하면 바로 서브멤버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어찌되었든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기회가 많이 나는 것이기에 골을 넣어야 한다. 중거리슛 능력이 있는 선수다. 슛을 아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동원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멀티 포지션 능력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어느 포지션에서도 특출난 활약을 해주고 있지 못하다. 국가 대표팀에서 원톱인 박주영, 김신욱에게 못미치는 상황이고 2선자원인 이청용, 손흥민과 비교해 딱히 메리트가 없는 선수이다. 결국 이들의 서브 멤버로 조커자원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조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찬스를 만들어 주거나 아니면 반대로 골을 넣는 것이다. 지동원에게는 골이 필요하다. 

박주호의 경우에는 조금 안타깝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좋지만 그 포지션에 이미 단단한 주전들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영과 김진수 두 선수보다 떨어지는 선수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박주호에게 부족한 것은 수비력이다. 동시에 한국영과 김진수의 강점이기도 하다. 박주호는 윙어 출신이기 때문에 공격력은 좋은 편이지만 수비력이 떨어진다. 기성용의 파트너가 되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풀백을 차지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표팀에 박주호라는 자원은 꼭 필요하다. 두 포지션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두 포지션중 어느 포지션에서도 능숙함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지금의 폼을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갑자기 필립 람처럼 될 수는 없다. 지금의 폼을 유지한채, 마지막 소집에서 다시한 번 주전 경쟁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수비적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국영, 김진수 모두 해볼만한 상대라고 생각하지만, 한 순간에 수비력이 발전하기는 불가능하다. 대신, 기회가 왔을 때 언제라도 활약할 수 있도록 심적인 준비를 해야한다. 

손흥민, 이청용, 구자철과 같은 주전 스타들만큼이나 서브 멤버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경기는 11명, 그리고 서브멤버 3명이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2010년 월드컵에서 이렇다할 서브 자원을 보유하지 못했다. 그점이 마지막 우루과이전에서 아쉬운 결과로 나타났다. 그리스전에서 침묵했던 세 선수의 활약도 중요하게 쳐다봐야하는 이유다. 이 선수들의 활약을, 그리고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