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거의 양심선언, 무너진 스포츠맨쉽에 경종을 울리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3. 11. 09:0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소치 올림픽이 끝난지 벌써 한달이 가까이 되었다. 김연아의 은메달로 모든 논란이 점철되었던 올림픽이었다. 수많은 땀과 눈물로 이뤄낸 결과보다 어긋난 스포츠윤리가 더 기억나는 대회였다. 많은 사람들이 '소치 올림픽'을 떠오르면 이상화나 심석희의 질주가 기억날 수도 있겠지만, 김연아의 아쉬운 눈물을 더 기억할지도 모른다. 쇼트트랙 대회에서 보여준 중국 여자 선수들의 더티한 매너도 기억이 난다. 전혀 상관없는 선수가 다가와선 심석희를 미는 장면이나 결승을 눈앞에둔 박승희를 손으로 잡으려는 장면은 정말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축구에서도 스포츠맨쉽, 스포츠윤리와 관련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는 한다. 특히 심판의 눈을 속이는 헐리우드 액션은 이미 빈번하다. 특히 패널티박스 내에서 선수들은 가벼운 태클에도 쉽게 넘어지거나 걸리지도 않았는데 큰 동작으로 넘어지고는 한다. 축구계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헐리우드 액션을 시도하는 선수들에게 경고카드를 내밀고 있지만 이를 봉쇄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헐리우드 액션으로 패널티킥을 얻어낸다면 한 경기의 결과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의 경고카드와 맞바꿀만한 도전가치가 있는 셈이다. 



이런 스포츠맨쉽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지난주 분데스리가에서 매우 훈훈한 장면이 나왔다. 바로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과 뉘른베르크와의 경기에서 한 선수가 양심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베르더 브레멘의 주장 아론 훈트는 후반 20분경 돌파를 하다가 패널티박스안에서 넘어졌다. 주심은 곧바로 패널티 스폿을 찍으며 패널티킥을 선언했다. 뉘른베르크의 수비수들은 일제히 항의를 하고 나섰지만 주심의 표정은 단호했다. 하지만 단호했던 표정은 바로 녹아들었다. 패널티킥 판정을 취소한 것이다. 



넘어졌던 아론 훈트가 일어나서 주심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다른 선수가 걸어서 넘어진 것이 아니라, 본인이 자신의 발에 걸려서 넘어졌다라는 이야기를 주심에게 한 것이다. 주심은 바로 패널티킥 취소를 선언했다. 상대 선수들은 아론 헌트에게 악수를 하고 머리를 만져주면서 고마움을 표현했다. 경기는 2:0 베르더 브레멘이 앞서 있었지만 상대팀 선수들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었다. 

패널티킥 판정에서만 훈훈한 장면이 나온 것이 아니었다. 브레멘과 뉘른베르크의 경기 전반전에서는 코너킥 판정이 번복되기도 하였다. 이 훈훈한 장면의 주인공은 뉘른베르크의 일본인 공격수 기요타케였다. 전반 18분, 기요타케가 상대방과 볼경합중에 공이 골라인을 나갔다. 심판은 코너킥을 선언했지만 상대 수비수들이 항의를 했다. 그리고 기요타케는 자신의 발을 맞고 골라인을 넘어갔다며 심판에게 말을 했다. 그리고 판정은 번복되었다. 전반전 기요타케의 매너가 후반전 아론 헌트의 매너로 이어진 것이다. 

스포츠맨쉽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이 경기를 통해 독일 분데스리가의 매너있는 플레이는 전세계적인 박수를 받았다. 헐리우드액션, 아랍의 침대축구등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는 축구계에 경종을 울렸다. 상대를 조금 더 배려해도 경기다운 경기를 할수가 있고, 누군가의 눈을 속이거나 규칙을 오묘하게 악용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보기 좋은 경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을 통해 앞으로도 더 많은 선수들이 '꼼수'보다는 '실력'으로 정정당당해 질 수 있기를 바란다. 

아론 헌트의 양심선언은 비록 팀에게는 한 골을 넣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불러올 것이다. 개인에게도 한 골을 넣은 기록보다 앞으로 영원히 남게 될 매너플레이어라는 훈장이 달렸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일에 전세계가 놀랐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들의 꼼수가 많았고, 당연시되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당연하게 생각되도록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일들이 나오질 않길 바란다. 월드컵에서는 부디 정정당당한 실력으로 상대와 맞붙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