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전범기 유니폼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3. 12.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만약 (물론 독일이 이런 유니폼을 발매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월드컵에 독일이 나치기 (하켄크로이츠)가 형상화된 유니폼을 입고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하켄크로이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외질, 뮬러, 람이 드리블을 하고 패스를 하는 모습, 상상해서도 않되고 상상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아시아판 하케크로이츠인 전범기는 이번 월드컵에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일본은 욱일기라고 부르고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욱일승천기 (해가 하늘로 승천하는 모양을 묘사한 깃발)인지 전범기인지도 헷갈리고 있는 이 깃발을 월드컵에서 공식 유니폼으로 보게 될 것이다(욱일기가 아닌 전범기로 불러야만 한다).

브라질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의 오피셜 온라인 스토어에 들어가면 욱일기가 형상화된 유니폼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일본은 이미 4개월동안 이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지 않다. 그리고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우리나라도 아무런 항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욱일기 유니폼을 착용한지 4개월만에 뒤늦게 화제가 되어버렸다. 월드컵이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유니폼이 수정될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피파 오피셜 스토어에 가보니 친절하게 The jersey is Japan's traditional blue with a rising sun ray textured designs 라고 적혀있다.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이 유니폼은 일본의 전통적인 파란색과 해가 떠오르는 모양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라고 적혀있다. '욱일승천기'의 영어이름인 'risingsun flag'와 겹친다.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이 유니폼이 정말로 해의 떠오르는 기운을 묘사한 것일까. 이 유니폼은 의도적으로 전범기를 묘사한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아니 이 유니폼이 전혀 전범기와 관련이 없다고 한더라도 저런 디자인은 피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전범기가 연상이 된다면 그 순간 디자인을 바꾸었어야 했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제국주의로 얼룩진 과거가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Rising sun'이라는 디자인의 힌트까지도 피파에 알려주며 공식 유니폼에 등록을 해놓은 것을 보니. 

저 유니폼을 입은 11명의 선수들이 전세계 수억명이 보는 월드컵 경기에 나선다고 하니 치가 떨린다.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월드컵 시청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제국주의의 피해자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며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이 유니폼을 보고 분개해야 마땅하다. 또한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 제국주의의 직접적 피해자인 우리나라는 정식적인 항의를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독일이 나치기를 형상화한 유니폼을 입었다면 국제사회는 분노로 들끓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묵묵부답이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작년 5월 영국 기숙사에서 일본의 전범기가 걸려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시정을 요구한 기억이 있다. 그저 깃발이 멋있어서 달아놓았다는 영국인들의 무지함에 놀랐지만, 아무도 이 깃발의 부당함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는 책임감이 들기도 했다. 당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중한 사과를 받았고, 이 사과를 받으며 느낀 것이 이들이 전범기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수억명이 기다리고 있는 이 대회에서 전범기를 착용하고 있는 일본 국가 대표팀에 대한 부당함을 알린다면 파급력이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은 아마도 이 유니폼을 입고 나올 것이고, 그런 일본에 대해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수정을 요구한다면 국제 사회에 어떤 움직임이 생기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전범기가 잘못되었고, 이 깃발을 보고 분노를 하는 세계인들이 더욱 더 많아질 것이다. 

일본은 안하무인이다. 그리고 저렇게 부끄럼 하나 없이 자랑스레 유니폼까지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저 전범기를 앞세워 기록된 것만 610만명의 조선 청년들이 강제 징용을 당해야 했고, 관동 대지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막기 위해 희생양이 되어 관동 대학살을 당해야 했으며, 수십만의 위안부들이 끌려가야 했다. 이런 위안부들을 향해 일본 제2야당 총수인 하시모토는 '위안부는 필요했다'라는 망언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한 이 깃발을 얼마전 한일전이 있었던 잠실 주경기장에 반입하려다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1970년, 당시 서독의 수상이었던 빌리 브란트는 세계대전의 피해국가인 폴란드에 가서 희생양들의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전범기를 육상 자위대와 해상 자위대의 상징기로 채택하며 안하무인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분노해야 하고, 막을 수 있는데 까지 막아야 한다. 왜 우리는 늘 이렇게 보고 있어야만 하는가. 너무나 답답하고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