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챔스 첫 도전, 유럽무대의 벽은 높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3. 14. 08:30 해외파 이야기/손흥민



손흥민이 레버쿠젠으로 이적하면서 가장 기대가 되었던 것은 챔피언스 리그였다. 박지성 이후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나라 선수가 다시 챔피언스리그에 등장을 한다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맨유와 같은 조에 배정이 되고 16강에 올라 즐라탄의 파리 SG와 마주치면서 기대를 더욱더 갖게 만들었다. 손흥민은 레버쿠젠의 챔피언스리그 8경기에 전부 출장했고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조별리그 6경기, 그리고 파리와의 16강 첫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오면서 팀내 비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버쿠젠은 유럽 무대를 호령할만한 전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선수들의 면면을 봐도 월드클래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팀워크가 갖춰지고 경기에 생기는 두세차례의 찬스를 확실하게 노릴 수 있다면 다크호스가 될 정도의 전력이라고 생각한다. 맨유에게 대패하면서 16강 진출가능성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16강에 진출했던 것도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팀이 리그에서 6연패를 하면서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호 파리를 이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손흥민의 첫 도전은 성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아쉬운 결과를 두고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을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2어시스트 역시도 승부의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맨유전에서 1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손흥민의 패스가 좋았다기 보다는 롤페스의 중거리슛이 워낙 좋았고, 샤흐타르전에서의 어시스트도 4:0 경기에서 나온 것이라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데뷔골을 다음 시즌으로 미루게 되었다. 

유럽 무대의 벽은 높았다. 특히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더욱 더 느낀 점이 컸다. 맨유와의 두 경기, 그리고 파리 생제르맹과의 두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손흥민은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함부르크 시절, 그리고 레버쿠젠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연속골을 넣은 것을 빼면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경기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맨유와 파리 생제르맹의 세계적인 수비수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8경기에서 14개의 슛팅밖에 시도하지 못했다. 이 중 골대로 향한 슛은 3개 밖에 되지 않는다. 분데스리가에서 21경기에 나와 55개의 슛팅, 그 중 27개를 유효 슛팅으로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럽 무대에서 유독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파리와의 2경기에서는 슛팅을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고, 맨유와의 2 경기에서도 세 차례 시도에 그쳤다. 다소 전력이 약한 두 팀과의 경기에서는 11개의 슛을 시도했지만, 전력이 강한 팀과의 네 경기에서 슛팅 시도가 세차례에 그쳤다. 기회가 나면 슛팅을 주저하지 않는 손흥민의 성향을 생각해본다면, 완벽하게 틀어 막혔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챔피언스 리그는 선수로서 가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이다. 본인의 가치 뿐만아니라 실력과 자신감에도 큰 성장이 가능한 대회이다. 박지성의 레전드 경기로 남는 밀란과의 04-05시즌 챔피언스 리그를 생각해보자. 돌풍의 팀 아인트호벤이었지만 이 중 박지성은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위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밀란과의 두 경기에서 맹활약했고, 특히 2차전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골을 넣으면서 맨유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본인에게도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던 대회가 아닌가 싶다. 

손흥민은 이미 좋은 선수이다. 21세의 어린 나이에 대표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았고, 독일 분데스리가 선두를 다투는 클럽에서 부동의 주전이기도 하다. 1000만 유로의 이적료가 그의 가치를 말해 준다. 하지만 그의 포텐셜은 분명히 지금보다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큰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유럽 무대에서의 활약이 필요하다. 18세에 프로에 데뷔한 뒤, 그는 국가대표팀을 제외하고는 분데스리가를 떠나지 않았다. 분데스리가의 경기에 익숙해진 것일 수도 있다. 다른 환경에서도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유럽무대에서의 부진, 그리고 그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기복이 연결관계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다음 시즌 레버쿠젠이 챔피언스리그에 올라갈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득점포 침묵과 함께 6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다. 뮌헨과 우승을 다투던 레버쿠젠은 어느새 멀리쳐져 4강 진입을 목표로 해야한다. 이번 주말에는 뮌헨과의 경기가 있다. 다시 한 번 강팀과의 경기이다. 강팀을 상대로도 그의 맹활약을 볼 수 있기를, 그의 활약이 독일에서 그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