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컵 톱시드 탈락-광저우전 패배, 한국 축구 슬픈 현주소

Posted by Soccerplus
2014. 3. 19. 09:00 K리그 이야기

슬픈 하루였다. 인정할 수 없는 하루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정해야만 하는 하루였다. 우리나라는 어제와 그제 연속해서 슬픈 소식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저께는 우리나라가 아시안 컵 톱시드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또한 어제는 우리나라의 부동의 넘버 1이라는 평을 받던 전북이 광저우에게 3:1 패배를 당했다. 두 소식 모두 이해하지 못할 소식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가슴아픈 일이었다. 

온 축구계가 월드컵에 혈안이 되어있다. 나역시도 그랬다. 많은 언론들이 유럽 축구 위주로, 그리고 월드컵 위주로 축구계 담론을 이끌어 가고 있다. 온 축구계가 맨유와 리버풀의 레즈더비로 혈안이 될 동안 우리나라는 아시안컵 톱 시드 탈락이라는 비보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런 비보보다 맨유의 몰락이 더 관심이 많은 듯 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맹주임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아시안컵 우승이 언제인지 기억도 못할 정도이다. 지난 아시안컵에서도 이란에게 고전하고 일본에게 승부차기에 패배하면서 3위에 만족해야했다. 우즈베키스탄 역시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이번 아시안 최종예선에서 느낄 수 있듯, 아시아 타 팀들의 전력이 만만찮다. 이란, 우즈벡, 일본, 호주 등  우리나라를 언제든 이길 수 있는 상대이다. 

우리나라는 두번째 포트로 내려가게 되면서 죽음의 조를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아시안컵에서 얼마나 좋은 경기를 펼치는지도 중요하지만 대진운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지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호주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해 결국은 이란과 일본을 8강과 4강에서 만났다. 호주가 우리나라 조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우승컵은 우리가 차지했을지도 모른다. 조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조 2위를 차지한다면 위에 언급된 톱시드 국가(호주, 이란, 우즈벡, 일본)을 만나야 한다.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8강전부터는 연장전에 가게 되면 굉장히 불리해진다. 우리나라는 이미 불리한 카드를 받아들었다. 

아시안컵은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큰돈을 들여 강한 팀들과 평가전을 성사시키지 않아도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이 주어진다. 작년 여름 일본이 출전한 것을 보고 너무나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단지 피파랭킹에 뒤져 톱시드를 받지 못했다. 협회에서 관심이 있었다면 어렵지 않은 상대와의 A매치를 통해 점수를 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 하나에 초미의 관심사가 모이면서 아시안컵 조편성은 뒷전이 되었다. 이러고  내년 1월 우리나라는 성적에 목을 맬 것이다.

또 하나의 비보는 중국 광저우에서 날라왔다. 광저우전 패배에는 분명 명백한 오심이 있었다. 심판 판정이 매우 불만족스러운 경기였다. 최강희 감독도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를 통해 분명한 불만을 내비쳤다. 또한 그 이전 최강희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불미스러운 질문을 받아들기도 했다. 현 홍명보 감독과 비교를 하며 비매너의 극치를 보였다. 역시나 중국이었다. 

하지만 중국 광저우의 발전은 참으로 놀라웠다. 이미 지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따냈고, 전력이 작년보다 많이 강화된 전북도 초반에 2골을 실점하며 졸전을 펼쳐야 했다. 디아만티, 엘케손 같이 이름난 용병들만큼이나 중국 선수들의 기량도 뛰어났다. 3골이 모두 중국 선수들에게 실점한 골이었다. 리피 감독의 조련하에 광저우는 아시아 최강팀이 되었다. 오심을 뒤로하고 광저우는 분명히 우리나라 어떤 클럽이 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팀이 되었다. 

또한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5만명에 달하는 관중들이 빨간 옷을 입고 경기장에 찾았다. 다다음주 전주성에서 반격을 노리는 전북이지만 이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열렬한 함성으로 주심의 오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관중에 함성에 좌지우지되는 주심이 이상한 것이지만, 그 정도로 관중의 열기가 대단했다라는 의미로도 해석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양국의 최고 빅클럽들의 경기는 두 개의 스포츠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관심도 많았던 경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퇴근길에 이 경기를 보기를 원했던 것 같다. 경기가 열린 두 시간동안 네이버 검색어를 mbc온에어, sbs 온에서 등이 장악을 했다. 프로야구는 시범경기까지 모두 방송을 해주었던 포털사이트들은 나란히 아시아 챔스리그 중계에는 침묵했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음에도 그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해외 축구에만 편중된 우리나라 언론의 관심이 슬픈 이틀이었다. 또한 월드컵에만 치중을 하느라 아시안컵을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한국 축구의 현주소가 이게 아닌가 싶다. 중국의 자본에 아시아 클럽 축구의 중심을 내어주게 생겼고, 아시안컵에서도 2 포트로 밀리면서 우승행보에 먹구름이 끼게 생겼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아시아의 맹주자리는 다시 찾아올 수 없다. 그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