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기사회생, 모예스도 밟으면 꿈틀한다 (맨유 올림피아코스)

Posted by Soccerplus
2014. 3. 20. 09:22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벼랑끝 기사회생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어울리는 상황도 없을 것이다. 맨유가 올림피아코스를 홈에서 3:0으로 이기며 극적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맨유는 이로써 지난 시즌 16강 탈락, 지지난 시즌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벗어나며 3년만에 8강 진출을 하게 되었다. 반 페르시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최근 부진을 날렸고 데 헤아가 눈부신 선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공격력은 날카로웠지만 수비가 불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데 헤아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맨유가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승리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3:0으로 역전승을 거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0:2에서 3:0으로 뒤집었던 것은 맨유의 역사에서도 30년전으로 거슬러 내려가야 한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지난주 리버풀과의 레즈더비에서 0:3으로 무기력하게 패하던 팀과는 다른 팀이었다. 사실상 리그 4위는 물건너간 상황에서 맨유는 챔피언스리그라는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 되었다.

모예스 감독은 이번 시즌 맨유의 수많은 기록을 깨버린 레코드 브레이커라는 수치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그리스원정에서 처음으로 패하면서 또 하나의 기록을 깨버렸다. 모예스는 '축구 천재'라는 수치스러운 현수막이 올드 트래포드에 등장하기도 했고, 맨유 팬들은 (퍼거슨이 선택한 한 사람 이라는 뜻)의 'The Chosen One'이라는 걸개를 이번 경기에서 패한다면 떼어버리겠다고 공언했던 상황이었다. 

 그런 모예스의 절실함이 드러난 경기였다. 모예스 감독은 긱스를 중원에 투입하고 발렌시아와 웰백을 선발 투입하는 등, 다소 변칙적인 라인업을 선발로 내세웠고 이는 대역전극의 발판이 되었다. 인터뷰에서 카가와를 어떤 시점에서든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연막 작전이었다. 오히려 긱스를 투입하면서 상대방의 허를 찔렀다. 교체카드로도 플레쳐와 펠라이니, 애쉴리 영을 사용하면서 예전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야누자이가 벤치를 지켰고, 카가와와 치차리토는 모예스 감독하에서는 기회를 받지 못할 것 같다. 

선수들 역시도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루니는 전반전에만 6km의 활동량을 보여주며 절실함을 드러냈다. 루니는 전후반 합쳐 11.9km, 캐릭이 11.5km, 긱스가 10.5km등 주요 선수들이 많이 움직이면서 기회를 만들어냈다. 후반전 중반 이후 수비에 치중했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대단한 활동량 기록이다.  또한 반 페르시는 맨유 선수로는 5년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지난 2003년 레알 마드리드의 브라질 호나우두가 세번의 슛으로 세 골을 기록했던 이후 처음으로 3샷 3킬에 성공한 선수가 아닌가 싶다. 반 페르시는 엄청난 골 결정력으로 팀의 극적인 역전을 이끌었다. 

전반에만 2골을 넣으면서 희망적으로 후반전을 시작했고, 반 페르시의 프리킥이 골네트에 꽂히면서 기적이 현실이 되었다. 선수들의 헌신적인 움직임으로 기회를 만들어냈고, 모예스의 용병술도 좋았다. 공격적으로 긱스를 배치한 것, 그리고 상대의 측면 약점을 파악하고 발렌시아를 투입한 것도 좋았다. 또한 루니와 반 페르시 콤비가 팀의 주축 멤버로 이름값을 해냈다. 반 페르시는 특히 최근 경기에서 고립되면서 볼터치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루니와 호흡을 제대로 맞추며 세 골을 혼자 뽑아냈다. 

맨유가 이렇게 뒤바뀐 모습을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더 기대된다. 맨유는 이미 리그 순위로 챔스리그 진출을 하는 것이 물건너 간 상황이지만 2년전 첼시처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한다면 챔스리그 티켓을 따낼 수 있다. 당시 첼시도 16강 1차전에서 나폴리에게 완파를 당했지만 디 마테오 감독대행이 들어서고 2차전부터 새로운 팀이 되었다. 결국 바르셀로나와 뮌헨을 준결승/결승에서 물리치면서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리그에서는 5위로 내려앉았지만 4위 토트넘을 제치고 챔스리그 티켓을 따냈고, 이 우승을 통해 아자르와 같은 신성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 

맨유가 수십년간의 영광이 끝나고 암흑기로 들어갈 수 있다라는 예측 중, 가장 큰 이유는 챔스리그 티켓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영입이 힘들어지고, 팀의 운영 규모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모예스가 리그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계속 내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스타들이 맨유행을 굳이 선택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챔스 우승은 그야말로 기사회생을 의미한다. 아직 벼랑끝에서 한발을 되돌아 왔을 뿐이지만, 리그보다 챔스에 집중을 한다면 더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하리라는 이유도 없다. 2년전 첼시의 우승을 예측한 사람이 없듯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조롱과 비난을 받던 모예스도 밟으면 꿈틀했다. 이 경기가 자신의 본 능력일지, 아니면 그야말로 이변일지는 앞으로 경기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다시 한번 희망을 본 듯하다. 오늘 경기처럼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리그에서 무리하지 않고 챔피언스리그에 올인한다면, 그리고 어느정도 대진운이 뒷받침해준다면, 그리고 오늘의 절실함을 보여준다면 맨유의 챔스 우승 가능성도 무시할 만한 상황은 아닌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