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예고' 카가와 결장, 2008년 박지성과는 다르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3. 21. 08:3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2008 5, 한국의 온 축구팬들이 밤을 지새웠다.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매우 컸다. 8강전 AS로마와의 두 경기, FC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모두 선발로 나왔다. 당연히 선발로 나와야했을 박지성이었지만, 명단이 발표되고 나서 대한민국은 그리고 대한민국 뿐만아니라 유럽축구에 관심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휩쌓였다. 박지성이 아예 명단에서도 제외되어버린 것이다

박지성의 선발은 당연한 일이었고, 최소한 후보 선수로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했다. 그 당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고, 맨유를 결승행으로 이끌었던 FC바르셀로나의 2차전에서 최고의 선수로 선정되고 퍼거슨이 개인적으로 칭찬을 했을 정도였다. 박지성도 선발 명단을 받아들고는 엄청난 좌절을 했다고 한다. 당시 나란히 제외되었던 피케는 그해 여름 바르셀로나로 이적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커다란 충격이었다

어제 새벽, 일본의 밤도 2008년 우리나라의 밤과 비슷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모예스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채널을 통해 카가와의 출장을 공언했다

David Moyes confirms Shinji Kagawa will "definitely be involved at some point" during todays Champions League match. "He's an important player for us," adds the boss.

데이빗 모예스는 신지 카가와가 오늘 챔스 경기의 '어느 순간 경기에 나올 것' 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우리의 중요한 선수입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맨유 공식 페이지에서 언급한 카가와 출장소식이었다. 몇 경기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카가와의 출장 소식에 온 열도가 기대를 했다. 워낙 상황이 좋지 않은 카가와 신지이기 때문에, 그를 조금이라도 더 보려는 일본 팬들이 많았고 더 나아가 카가와가 좋은 활약을 통해 이번 경기의 히어로가 되길 바라는 팬들이 많았다. 카가와가 이번 경기를 통해 팀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바람도 컸다

하지만 카가와는 기적적인 역전경기를 지켜보아야만 했다. 카가와는 팀이 3:0으로 대역전극을 펼치는 상황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후안 마타가 빠진 자리에 선발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다. 지난 1차전에서 교체 투입되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리는 대니 웰백과 발렌시아가 차지했다. 교체로 투입될 수 있었지만 애쉴리 영이 나왔다. 마지막 교체카드로도 펠라이니가 사용되었다. 일본 열도는 모예스식 희망고문의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

카가와의 현재를 말해주는 경기가 아닌가 싶다. 냉정히 말해 지금 맨유의 주력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여름에 이적을 하지 않는 이상, 카가와에게 기회가 주어지긴 힘들것이라고 본다. 일단 전술적으로 존재감이 미약하다. 그렇다고 골이나 어시스트로 공격포인트를 올려준 것도 아닐뿐더러, 그의 자리에는 루니와 마타라는 두명의 월드클래스들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 경기에서 이른 시간에 2골이 나오면서 카가와가 나오지 못할 분위기가 형성되기는 하였으나, 공격에도 수비에도 존재감이 없는 애쉴리 영에게 밀린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다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선발로 나오지 못한다는 것은 공격적으로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의미와도 같다. 대니 웰백이 나올 때 마다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데에 비해, 카가와는 팀의 다른 선수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이다. 박지성은 수비적인 옵션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했지만, 수비적인 능력 역시도 루니, 웰백, 발렌시아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오늘 경기에서 상황이 답답했을 경우 카가와가 출장할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리그에서는 그 상황에서 마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상황 자체는 박지성과 비슷하다. 박지성의 충격적인 명단제외는 아직까지도 악몽처럼 남아있다. 박지성도 선발이 유력한 상황에서 명단 제외를 겪었고, 카가와는 감독이 출전을 공언한 상황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출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다르다. 한 쪽은 전술적인 메리트를 분명하게 갖고 있는 선수이고, 다른 한 쪽은 전술적인 메리트를 감독이 찾지 못하고 있다. 카가와가 맨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기회를 잡아야 하지만 그렇게 기회를 부여받긴 어려울 듯 하다

박지성은 루니-호날두에 가장 어울리는 파트너로 낙점을 받았다. 하지만 카가와는 어떤 선수와도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감독과 동료들의 강한 믿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카가와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고, 이 상황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지, 당장으로서는 딱히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경쟁자들도 쟁쟁하고, 앞으로 더 많은 경쟁자들의 영입이 예고되고 있다

2008년 박지성은 챔스 결승 명단 제외를 계기로 또 다른 발전의 계기를 만들었다카가와는 이번 결장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분명히 박지성과는 다른 상황이다. 과연 이 위기를 버티고 맨유에서 롱런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많은 팀으로 눈을 돌릴지, 월드컵 이후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