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츠의 용감한 패배, 승리한 뮌헨보다 빛났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3. 23. 08:0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바이에른 뮌헨은 유럽 최강팀이다. 이번 시즌에서도 극강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을 했고, 이번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뮌헨의 우승을 점치고 있다. 리그에서의 포스는 독보적이다. 리그에서 무패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26경기에서 두번의 무승부를 제외하고 모두 승리를 챙겼다. 무려 24승 2무, 승점은 74점에 달한다. 다음 경기에서 승리를 한다면 시즌이 두달이나 더 남은 가운데 우승을 확정짓게 된다.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맨시티에게 2:3으로 패했지만, 뮌헨은 리그에서 당해낼 팀이 없다. 이미 엄청난 선수들이 모여있었던 구단이었고, 그 전력에 현역 최고의 감독으로 뽑히는 펩 과르디올라가 있다. 26경기에서 76득점을 하며 경기당 3점에 가까운 골을 기록하고 있고, 실점은 12점밖에 하지 않았다. 두 경기에 한 골도 채 먹히지 않는 팀이다. 총 34경기를 치르는 분데스리가의 최다 승점 경신이 유력한 팀이다.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그런 뮌헨을 상대로 분데스리가 팀들이 하는 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도르트문트 정도의 전력이 되는 팀이라면 앞에서 부터 압박을 하고 맞불작전을 넣어보기라도 하겠지만 다른 팀들은 수비라인을 내리며 승점 1점을 따는데 주력을 한다. 하지만 이런 수비지향적인 전술에도 무승부를 기록한 팀은 단 2팀뿐이다. 상대방이 어설프게 전략을 세우다간 뮌헨에게 대량 실점을 하기 일쑤다. 리그에서 나름 강호인 샬케 04는 5실점을, 요즘 잘나가는 볼프스부르크도 6실점을 최근에 했다. 

오늘 새벽 열린 마인츠와의 경기도 비슷한 양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인츠가 올시즌 예상외로 선전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뮌헨을 상대로 맞불을 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수비라인을 내리며 추포 모팅과 오카자키의 한 방을 노리는 경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보란듯 빗나갔다. 그 어떤 경기보다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뮌헨과 진검승부를 했다. 오히려 전반전은 마인츠가 더 나은 경기를 했다. 최전방 오카자키부터 이하 미드필더 선수들이 중앙선을 넘어 상대를 압박했다. 도르트문트의 게겐 프레싱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상대의 터치라인까지 따라와 압박을 하는 경기는 처음본 것 같다. 구자철과 오카자키, 추포모팅이 전방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고, 압박이 풀리고 다른 곳으로 패스가 가면 무서운 기세로 쫓아갔다. 

뮌헨은 경기 초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되었고 티키타카의 완성형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짧은 패스에도 실수를 연발했다. 구자철은 두 차례의 상대 실수를 인터셉트하여 좋은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골키퍼 노이어도 길게 찬다는 것이 구자철의 발앞으로 보내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뛰어다니면 후반전에는 어떻게 뛰려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전반전 마인츠 선수들의 활동량은 엄청났다. 보는 입장에서도 뚜렷한 강자보다는 약자를 응원하기 마련인데, 마인츠의 플레이에는 정감이 갔다. 전반전 스퍼트를 올렸을 때 골을 넣었더라면 후반전 운영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마인츠는 아쉽게도 골을 넣지 못했다. 이것은 후반전에 부담으로 전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뮌헨이 올시즌 이리 당황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구자철을 바꾸어 주면서 전방 압박을 계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고, 선수들의 체력이 달려 압박을 계속하는데 어려움을 보이자 지체없이 공격수 추포 모팅을 수비수 붕게르트로 교체해주었다. 이때부터 뮌헨의 파상공세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마인츠는 중앙을 단단히 걸어 잠그며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수비수들은 몸을 던지며 슛을 막았고, 골키퍼 카리우스의 선방이 이어졌다. 

종료 8분전, 마인츠의 노력이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바로 뮌헨의 슈바인스타이거가 골을 넣은 것이다. 골을 넣은 후 긴장이 풀린 마인츠는 4분 뒤 괴체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2:0으로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마인츠의 투헬감독은 경기장으로 나와 너무나도 잘 싸워준 선수들에게 웃으며 격려를 해주었다. 선수들도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을 하는 듯 아쉬운 패배에 퇴장을 하기보다 웃는 얼굴로 서로를 격려해주었다. 

투헬 감독은 선수들을 하나로 묶으며 자신의 지도력을 보여주었다. 큰 제스쳐로 경기 도중에도 선수들의 활동을 유도했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뛰어나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제2의 클롭으로 불리우는 투헬의 지도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런 팀에 소속되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구자철과 박주호의 앞날이 밝아보였다. 두 선수는 오늘 경기에서 모두 선발출장하며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구자철은 45분, 박주호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패배에는 아무런 승점이 주어지지 않지만, 이번 마인츠의 패배는 승점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뮌헨을 상대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경기였다. 물러서지않고 자신감있게 싸웠고, 전반전 한 골을 넣었다면 아마 더 격렬한 경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경기 처음으로 뮌헨이 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경기였던 것 같다. 마인츠의 용감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