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생각못한 20cm, 손흥민 '그날'의 가공할 위력

Posted by Soccerplus
2014. 3. 28. 09:00 해외파 이야기/손흥민

약 20cm 정도의 틈이 있었다. 골키퍼와 골대사이의 거리. 그마저도 골키퍼가 손을 내뻗기만 하면 막을 수 있는 코스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골키퍼가 안쪽 골대로 슛을 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그 좁은 틈을 노리자라는 생각을 순식간에 해냈다. 그리고 그의 선택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바로 그 빈틈을 노렸다. 정확하게 파고든 슛은 골이 되었다. 그 골은 레버쿠젠의 리그 7경기만의 승리를 가져다 주었다. 손흥민은 팀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 7경기에서 침묵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7경기만에 골을 넣은 경기에서 팀이 승리했다. 레버쿠젠 최근 두 번의 승리는 모두 손흥민의 결승골로 얻어낸 것이었다. 

손흥민의 골은 실로 놀라웠다. 원더골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그 상황에서 슛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을 한 사람은 많이 없었을 것이다. 각도가 없었기에 반대편으로 크로스를 해야 맞는 상황이었지만 손흥민은 골대를 노렸다. 정확했고, 강력했으며 따라서 완벽했다. 그가 리그 7경기, 그리고 챔스 2경기동안 부진했지만, 이 경기를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손흥민의 컨디션이 다시 올라온 듯 보인다. 지난 경기가 있은지 4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미드필더진까지 내려오면서 공을 많이 잡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지난 호벤하임과의 경기에서는 25회의 볼터치를 기록하며 팀내 최악의 기록을 남겼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47회의 볼터치를 기록하면서 공격진중 가장 많은 횟수의 볼을 잡았다. 그 중 31번을 패스로 연결해 2번을 제외하고 모두 성공을 시켰고, 그가 시도한 세차례 슛은 모두 날카로웠다. 움직임 자체가 달라졌다. 

손흥민의 골에 집중을 많이들 하지만 전반전, 손흥민이 오심으로 인해 한 골을 도둑맞기도 했다. 역습상황에서 키슬링의 패스를 받아 골로 연결했다. 상대의 오프사이드라인을 절묘하게 피해낸 쇄도였다. 하지만 부심이 깃발을 들어버리는 바람에 이 골을 도둑맞고 말았다. 이 골이 들어갔더라면 이번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면서 오래간만에 멀티골을 기록할 수 있었다. 

키슬링이 좋은 활약을 했쳐 최고 평점을 받았지만 손흥민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모든 볼터치마다 의미있는 플레이를 했다. 안전하게 패스를 돌려야할 시점에는 패스를 돌렸고, 공간이 보였을 때에는 활발한 돌파를 했다. 특히 골장면에서 2:1패스는 참으로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브란트에게 패스를 해주자마자 공간으로 뛰어가면서 상대의 벌떼수비진을 한꺼번에 벗겨냈다. 지공 상태에서 골을 넣는 모습이 매우 어색했었는데, 이번 경기를 통해 상대수비가 정착이 되어있을 때 골을 넣는 방법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손흥민의 '그날'이 다시 온 것 같다. 기복이라고 해석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 터지면 잡기 힘든 선수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시즌 중반, 손흥민의 컨디션이 좋았을 때 손흥민은 4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한차례는 해트트릭이었고, 두골경기와 한골경기가 있었다. 한번 컨디션이 올라오면 정말로 골을 몰아넣는 스타일이다. 함부르크에서 뛰던 지난 시즌에도 한 경기에서 두골을 넣은 경기가 세차례나 있었고, 4경기에서 5골을 넣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아우구스부르크전에서 보여준 그의 플레이에서 다시한번 '그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의 시간이 온 듯하다. 앞으로의 일정도 좋다. 다음 경기는 리그 꼴찌인 브라운슈바이크이고, 그 다음 경기는 리그 16위이자 지난 대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친정팀 함부르크이다. 세경기에서 손흥민이 더 많은 골을 넣어준다면 다시한번 득점 10위권내 진입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되어 골을 넣었지만, 이후의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듯 연달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몸이 올라온 상황의 손흥민은 누구도 막아내기 힘들다. 

물론 기복이 크다는 것은 선수에게는 큰 단점이다. 또한 상대가 수비라인을 정비하고 팀의 공격이 지공으로 진행될 때 명확한 약점을 드러낸 것도 손흥민이다. 하지만 아직 21살의 선수이고, 자신의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을 때, 자신이 선호하는 위치에서 공격을 할 수 없을 때, 혹은 부진이 길어질 때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이번 경기에서는 2:1 패스로 상대를 뚫어내면서 준비된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부진의 기간을 조금씩 줄여나간다면 2,3년 뒤 손흥민은 그의 매경기를 '그날'로 만들 수 있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 과거의 스타 호세 마리아 구티는 '구티의 그날'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했었다. 그만큼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그를 막을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원에서 전방으로 찔러주는 정확한 패스는 팀 동료였던 지단이나 피구, 베컴등을 능가했었다. 손흥민에게도 '그날'이 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아무도 예상못한 원더골을 집어넣은 손흥민이다.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경기를 '그날'로 만들어야 한다. 손흥민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