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완파, 리버풀 우승 도전 현실이 되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3. 31. 09:11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매 시즌 EPL 경기를 보며, 리버풀의 팬들은 큰소리를 낼 수 없었다.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했던 이스탄불의 기적, 그리고 챔스 결승에 한차례 더 진출하기도 했지만 이후 암흑기를 걸었다. 여러 감독들이 자리에 앉았고, 다들 제대로된 팀을 만들지 못했다. 사비 알론소, 하비에르 마스체라도, 페르난도 토레스, 알바로 아르벨로아 등 팀의 주축이 되는 선수들이 이적을 했고, 그들의 대체자를 구하지 못했다. 유럽 최고의 클럽중 하나였던 리버풀이 언젠가부터 그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지지난 시즌까지 스완지의 감독으로 있던 브랜든 로저스가 지난 시즌부터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했다. 스터리지와 조 앨런 등을 영입했다. 구단에서는 한 시즌의 성적을 보고 영입한 것은 아니라며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지만 맨유, 맨시티, 첼시는 물론 에버튼, 토트넘, 아스날에게까지 뒤진 7위라는 성적표는 어딘가 모르게 부담스러웠다. 라이벌 맨유는 우승을 한 가운데 리버풀 팬들은 잠자코 있어야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리버풀은 당당히 우승 후보가 되었다. 불과 두달전까지만 해도 조심스럽게 챔스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4위싸움을 하고 있는 팀이었지만 최근 8연승을 구가하면서 오늘 아침 선두로 올라섰다. 8연승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대들도 만만치 않았다. 아스널, 맨유, 토트넘에게 모두 세골차 이상의 승리를 거뒀다. 오늘 새벽에 끝난 토트넘의 경기에서도 4:0 완승을 따냈다. 수아레즈는 리그 29호골을 터뜨렸으며 헨더슨, 쿠티뉴까지 골을 넣었다. SAS 콤비와 중원 미드필더진의 공격력은 정말 가공할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리버풀은 챔스 리그에 만족할 팀이 아니라, 우승 도전을 꿈꾸는 팀이 되었다. 토트넘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그들의 리그 순위는 1위로 올라섰다. 맨시티가 2경기를 덜 치룬 상태에서 승점 4점차로 1위를 빼앗길 여지는 있지만 두 경기를 모두 승리를 하는 것도 쉽지는 않아보인다. 남은 경기는 6경기이고 리버풀은 우승 경쟁을 하는 세팀가운데 가장 기세가 좋은 팀이다. 우승을 하든 못하든 다음시즌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무엇보다 우스겟소리로 말하던 우승 도전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시즌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로저스 감독의 전술이 팀에 녹아들고 있다. 난적 토트넘을 상대로 87%의 패스성공률과 59% 점유율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중원에 다섯명을 배치했지만 리버풀의 패스 플레이를 막아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숏패스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었다. 아게르, 스크르텔, 헨더슨, 제라드가 중원에서 사이드로 벌려주거나 아니면 한 번에 수아레즈와 스터리지에게 넘어가는 패스를 하면서 상대를 교란시켰다. 토트넘은 이들의 변화무쌍한 패스전술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슈팅 숫자는 오히려 토트넘이 3개 더 많았지만 (12개:15개) 그 효율성은 리버풀이 더 높았다. 초반 카불의 자책골은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온 토트넘 수비진들의 기운을 빠지게했다. 상대를 무너뜨린 것은 수아레즈의 단독 돌파였는데, 수비수 두명이 따라오는 상황에서도 빼앗기거나 넘어지지 않고 슈찬스를 만들었다. 각도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왼발슛을 시도했고, 이는 골대의 구석을 파고들며 골이 되었다. 후반전에서도 쿠티뉴의 슛은 날카롭게 구석을 파고 들었다. 골결정력이 빛난 경기였다. 

리버풀은 토트넘을 상대로도 3점 경기를 하면서 32경기 88점이라는 놀라운 골기록을 이어갔다. 수비력은 아직도 보완할 점이 있지만 두골을 먹혀도 세골을 넣는다라는 전술이 이번 시즌 화끈하게 통하는 느낌이다. 수아레즈와 스털링은 올시즌 49골을 합작했고, 제라드, 헨더슨, 쿠티뉴도 심심찮게 골을 넣어주고 있다.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공격진은 리버풀의 최대 강점이다. 8연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3골 이상경기를 했다. 

앞으로의 일정도 나쁘지 않다. 우승 경쟁팀인 첼시와 맨시티와의 일전이 남아있는데 그 경기가 모두 홈경기이다. 만약 두 팀을 모두 잡는다면 리버풀의 우승확률은 매우높아진다. 두 팀과의 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두기만해도 우승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는 상황이다. 또한 리버풀이 앞으로 남은 경기는 딱 6경기이다. 챔피언스 리그를 병행해야하는 첼시와 리버풀보다 두 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맨시티보다 여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팀의 주요 전력들이 최고의 컨디션이라는 것도 높은 우승가능성을 점치는 이유중에 하나이다. 

시즌은 이제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라이벌 맨유가 부진하면 부진할수록 리버풀의 상승세는 빛을 발한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이후의 두 팀의 성적은 1위와 7위였는데, 현재 두팀의 성적도 공교롭게 1위와 7위이다. 한팀은 1위에서 7위로, 다른 한 팀은 7위에서 1위가 되었다. 이제는 리버풀의 우승 도전이 현실이 되었다. 리버풀이 우승을 한다면 24년만에 우승을 하게 된다. 기다리고 기다리며 이를 갈던 리버풀팬들의 환호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