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더랜드 소년가장 기성용, 측은했던 웨스트햄전

Posted by Soccerplus
2014. 4. 1. 09:28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올시즌 해외에서 뛰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를 볼 때, 가장 볼만한 경기는 기성용의 경기였다. 팀에서 워낙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발인지 아닌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중앙 미드필더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볼터치를 하며, 기복이 없는 스타일이기때문에 경기를 보며 조마조마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기성용 경기의 문제는 주변 선수들이 그를 도와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포옛 감독이 부임하면서 몇 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나 했지만, 최근 일정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19위로 내려앉았다. 

기성용에게 '소년가장'의 칭호를 붙여줘도 괜찮을 것 같다. 다른 팀에서 임대되어와서 혼자서 매경기 안정적인 플레이를 한다. 포옛 감독이 그에 대한 전술적 비중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기성용은 11월 2일 헐시티 경기에서 투입되지 못했고, 이후 5개월이 되는 시간동안 리그 경기에서 매경기 출장했다. 중간중간 팀에서 비중이 떨어졌던 FA컵 경기에서 휴식을 주긴 했지만, 다른 경기는 모두 선발이었다. 다른 중앙 미드필더 동료인 브리드컷, 콜백, 캐터몰이 선발과 후보를 왔다갔다하면서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기성용은 예외이다. 그의 출장기록과 경기내에서의 팀내 비중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기성용은 팀내 가장 중요한 선수이다. 



오늘 새벽 펼쳐진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도 기성용은 여지없이 소년가장이었다. 그의 포지션 이동은 결과적으로 팀내 전술 변경으로 이어졌다. 중원을 두텁게 하기 위해 캐터몰과 브리드컷을 모두 선발로 썼고, 기성용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그를 공격형 미드필더 지역으로 투입했다. 팀은 쓰리백을 사용했고, 투톱으로 보리니와 위컴이 나왔다. 기성용이 투톱의 바로 아래에서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았다. 

기성용은 이번 경기에서만 세차례의 골찬스를 만들었다. 결정적인 골찬스라고 말하기 힘들수도 있지만, 세차례중에 한차례정도는 적어도 골로 연결이 되었어야 했다. 전반전에는 캐터몰에게 1:1 찬스를 만들어주었고, 후반전에는 바슬리에게 킬스루패스를 날려주었다. 또한 이후 중거리슛을 통해 위컴이 골키퍼와 1:1로 맞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지만 모두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세차례 기회에서 한차례만 성공을 시켰어도 무승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승점 1점이 아쉬운 선더랜드에게는 시즌 막판으로 갈 수록 머리속에 맴돌만한 기회였다. 

기성용은 이날 경기에서 상대의 견제를 가장 많이 받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에서도 92%의 패스를 기록했다. 양팀 주전으로 나온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다. 혼자서 세차례의 찬스를 만들어내기도했다. 아담 존슨이 교체로 나와서 골을 기록해주었을 뿐, 다른 동료들은 한심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보리니는 5개의 슛을 시도했지만 이중 1개밖에 골대안으로 보내지 못했고, 코너 위컴은 1부리그에 맞지 않는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브리드컷과 캐터몰도 중앙에서 연결고리를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브리드컷은 팀내 최다패스(77회)를 기록했지만, 그 안정감이 기성용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백패스나 측면패스가 대부분이었고, 전진패스를 뿌리지 못했다. 결국 답답한 기성용이 3선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야 했다. 

이제는 기성용이 측은하게 느껴진다. 포옛감독과 훌륭한 호흡을 보여주면서 혹시 선더랜드가 잔류하게 된다면 이적 가능성을 열어두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혼자 해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기성용은 그의 수준에 맞는 동료들이 있는 팀으로 이적을 하는 것이 맞다. 경기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다음 시즌에는 중상위권 이상의 팀으로 이적해 수준높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길 바란다. 

선더랜드는 앞으로 무시무시한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8경기 가운데 5경기가 토트넘, 에버튼, 맨시티, 첼시, 맨유와의 경기이다. 다른 세 경기가 해볼만한 팀이기는 하지만 세경기를 모두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잔류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현재 17위와는 승점 4점차, 하위권 세팀과의 경기를 무조건 승리하고, 상위권 5팀과의 경기가운데 한팀정도는 잡아줘야 한다. 4승 4패정도라면 잔류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물론 시즌 이후 이적을 노리는 기성용에게는 기회이다. 기성용이 빅팀을 상대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다면, 중앙 미드필더 난을 겪고 있는 EPL 상위권팀이 눈독을 들일 것이다. 남은 8경기에서 기성용이 훌륭한 활약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