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하나된 맨유, 뮌헨 상대로 선전했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4. 2. 09:07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맨유가 8강 조추첨에서 뮌헨을 만났을 때, 위기의 모예스에게 결정타를 날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번 시즌 리그 성적으로 챔스 성적이 어려워졌고, 한가닥 희망은 챔피언스리그였지만 상대는 유럽 최강팀인 뮌헨이 되었다. 반 페르시가 올림피아코스를 상대로 맹활약 한 뒤 부상으로 빠졌고, 주축 풀백인 에브라와 하파엘이 나오질 못했다. 에반스와 스몰링 모두 부상, 이번 시즌 경기를 거의 뛰지 않았던 뷔트너가 선발로 나섰고 후보 명단에는 수비수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맨유의 수비는 답답했다. 

뮌헨도 단테가 경고 누적으로 빠졌지만 다른 선수들이 건제했다. '만약 이 선수들이 맨유에 있었다면' 당연히 선발로 뛰었을 법한 괴체, 만주키치, 샤키리, 반 부이텐 등이 벤치에 앉았다. 뮐러를 펄스 나인에 놓고 리베리, 크로스, 로벤을 2선에 슈바인스타이거와 람을 3선에 배치했다. 빈틈이 없어보이는 라인업이다. 맨유는 뷔트너, 비디치, 퍼디난드, 필 존스 포백에 캐릭, 펠라이니, 긱스, 발렌시아의 미드필더, 그리고 웰백과 루니를 선발로 내세웠다. 



맨유의 방패와 뮌헨의 창이 만났던 경기였다. 하지만 누가봐도 뮌헨의 창이 맨유의 방패를 뚫기에는 충분해 보였기에 이번 경기는 뮌헨의 승리가 예상되었다. 뮌헨이 홈까지 기다릴 필요없이 이번 경기에서 8강전의 승부가 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시즌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비디치와 퍼디난드도 그렇지만, 뷔트너의 왼쪽라인이 매우 헐거워보였다. 그가 마주쳐야할 상대는 유럽 최고의 윙어인 아르엔 로벤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두 팀의 패스 숫자는 2배하고도 절반 이상 차이가 났다. 맨유가 329개, 뮌헨이 876개의 패스를 했고, 맨유는 그 중 60%의 패스를 성공시켰고, 뮌헨은 90퍼센트에 가까운 성공율을 보였다. 점유율은 30:70, 슈팅수 차이는 6:15였다. 압도적인 경기였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경기를 풀타임으로 본 사람들이라면 기록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를 할 것이다. 맨유는 씩씩하게 경기를 잘 펼쳤고, 포백라인의 위력도 좋았다. 무효처리된 웰백의 골이 제대로 판정되었더라면 경기의 양상은 더욱 더 달라질 것이다. 

맨유는 상대가 공격을 할 때 4명의 포백과 4명의 미드필더를 촘촘하게 수비쪽으로 배치하면서 수비지향적인 경기운영을 했다. 공격시에도 펠라이니가 전진을 해 피지컬로 밀어붙였지만 전체적으로 라인을 유지하며 공격수였던 루니와 웰백에게 맡기는 양상이었다. 뮌헨은 늘 그렇듯 티키타카를 구사했다. 슈바인슈타이거로 시작해 측면 로벤과 리베리를 이용한 공격을 많이 시도했다. 하지만 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맨유의 수비진은 최강 뮌헨을 상대로 단단히 각오를 한 듯 보였다. 선수들이 몸을 던졌고,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도 좋았다. 전반 3분, 웰백이 뮌헨 수비를 벗겨내고 골을 넣었지만 무효처리 되었다. 골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웰백은 루니의 패스를 받아 1:1 찬스를 맞기도 했지만 어설픈 슛은 노이어를 넘지 못했다. 간담을 서늘케 한 슛이었다.  하지만 뮌헨은 이에 동요하지 않고, 파상공세에 나섰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카가와를 긱스대신 투입한 맨유는 후반전에 수비 일변도의 전술을 공격적으로 변화시켰다. 다소 쳐진 경기를 했던 뮌헨이 흔들렸다. 발렌시아, 카가와, 루니, 웰백의 경기력이 나쁘지 않은 듯 보였다. 웰백에게 기회가 많이 왔지만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후반 12분, 드디어 골이 나왔다. 코너킥 찬스에서 비디치가 역동작임에도 불구하고 골대의 빈공간을 제대로 노린 헤딩슛을 날렸다. 그대로 골이 되었고 맨유의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수세에 몰리자 토마스 뮐러를 빼고 만주키치를 투입했다. 그리고 이 교체카드는 4분만에 효과를 냈다. 하피냐의 크로스를 만주키치가 떨궈주었고 이를 슈바인스타이거가 그대로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을 기록했다. 골이 들어가면서 1:1이 되었고, 홈경기를 남겨둔 뮌헨은 다소 편한 상황이 되었다. 양팀은 이후에도 한두차례 찬스를 주고 받았지만 경기를 끝내지는 못했다. 맨유는 전반은 수비로 걸어잠그고 후반전에 역습을 노리자는 전략이 주효했다. 뮌헨은 볼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었지만 이 우세한 점유율을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맨유가 올시즌 했던 경기중에 가장 인상적인 경기가 아닌가 싶다. 열세를 인식하고 수비라인을 잘 만들었고, 다소 약해보였던 수비라인도 철벽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비디치는 오늘 경기에서 공중의 지배자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었고 골까지 넣었다. 맨유 커리어 사상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골이었다. 뮌헨도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홈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는 팀이기에 2차전에서 상대를 격파할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하지만 슈바인스타이거가 퇴장으로, 하비 마르티네즈가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불안한 요소이다. 

싱거운 승부가 예상되었던 두 거함의 격돌은 맨유의 선전으로 2차전까지 예측을 쉽게 내리기 어렵게 되었다. 뮌헨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맨유가 이러한 경기력을 다시 보여준다면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기적을 만들어 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리그에서 희망을 잃은 맨유에게서 재작년 첼시의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