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같은 첼시 극장의 소설적 재구성 (첼시 vs 파리 SG)

Posted by Soccerplus
2014. 4. 9. 08:48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모든 경기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등장하고, 그 예상치 못한 상황때문에 우리는 더 큰 짜릿함과 즐거움을 느낀다. 홈에서 3:1로 승리한 파리 생제르망의 팬들에게는 오늘 경기에서 탈락한다는 일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비록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결장했지만, 첼시에게 2골 이상의 스코어로 패한다는 것은 예상하기 쉬운일이 아니었다. 첼시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첼시팬들은 설마설마하는 기대감은 있었겠지만 파리 생제르망을 2골 이상의 점수차로 역전하고 4강으로 올라갈 수 있을것이라 믿진 않았다. 더군다나 경기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첼시에게 따라주지 않는듯도 했다. 하지만 후반 42분 첼시의 두번째 골이 나오면서 이 믿을 수 없는 소설은 사실이 되었다. 

발단 -첼시 에이스 아자르의 부상

첼시의 에이스는 누가뭐라해도 아자르다. 특히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는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아자르는 이번 경기에서 시작한지 15분만에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아자르는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채 벤치로 걸어나와야 했다. 이 부상은 첼시에게 타격이 커보였다. 물론 교체로 등장한 쉬얼레가 있었지만 아자르와는 무게감 자체가 달랐다. 아자르가 벤치로 걸어나오면서 많은 첼시 팬들에게는 '아, 오늘은 글렀구나'라는 생각이 교차했을 것이다. 

전개- 시리구의 선방쇼, 수비 실수를 틈탄 쉬얼레의 골

이번 챔스 리그에서 화려한 선방쇼를 보여주고 있는 생제르망의 골키퍼 시리구는 이번 경기에서도 엄청난 선방을 해냈다. 그 중 백미는 단연 람파드의 프리킥을 막아낸 것이었다. 사이드에서 람파드가 낮은 크로스를 올렸는데 그게 머리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대로 흘렀다. 굴절된 볼을 보고 순간적으로 반응하기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시리구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역동작에도 불구하고 구석으로 향한 볼을 쳐냈다. 

하지만 시리구의 철벽도 한 차례 수비 실수에 빈틈을 허용했다. 전반 30분경, 드로인 찬스에서 공이 뒤로 흘렀다. 쉬얼레가 공을 향해서 쇄도했고 그를 막아야했던 루카스 모우라는 그를 마크하기 위해 따라가야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공이 뒤로 흘러버리자 쉬얼레의 오른발앞에 볼이 떨어졌고 골키퍼와 불과 10미터의 거리도 나지 않은 거리에서 그대로 논스톱 슛을 날렸다. 시리구가 차마 반응하기도 어려운 시간이었다. 이는 골로 연결되었고, 골이 연결되면서 해설자의 말대로 '90분 내내 경기를 보아야 할' 이유가 생기고 말았다. 

위기- 2번의 크로스바, 수비진의 부상

첼시의 위기는 그들의 맹공이 실패하면서 따라왔다. 전반전 골을 넣고 이후 시간, 그리고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10~20분간 골을 넣기 위해 엄청난 맹공을 퍼부었다. 에투가 고군분투했고 2선에서 오스카, 윌리안, 쉬얼레의 활약도 좋았다. 상대는 수비적으로 눌러앉아 역습을 노렸지만 첼시의 기세가 워낙강했다. 하지만 첼시의 슛은 골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오스카와 쉬얼레가 때린 두 번의 슛이 모두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이 아쉬움은 극에 달했다. 그 것도 2분동안 2번의 골대를 때리면서 오늘은 되지 않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벽을 자랑하던 첼시의 수비진도 아픔을 호소했다. 존 테리가 경기 중 왼발에 불편함을 보이며 절뚝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바노비치는 후반 15분부터 경기장에서 누울 때 쥐가 올라오는 것을 혼자서 풀었다. 공격적인 교체카드를 쓰기에도 부족한 상황, 수비진들은 각각의 아픔을 견뎌내며 절정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절정- 무리뉴의 승부수, 그리고 그를 막아내는 철벽 파리 생제르망

무리뉴는 후반전 중반 승부수를 띄우게 된다. 66분, 람파드를 빼고 뎀바 바를 투입한 것, 그리고 승부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종료 10분을 남기고 오스카를 빼고 토레스를 투입한 것이다. 첼시는 원톱 자원을 세 명 보유하고 있지만 이 세 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매우 드문일이다. 미드필더 두 명을 빼고 두 명의 공격수를 투입하면서 경기장에는 3명의 센터포워드가 자리하게 된다. 

하지만 파리 생제르망의 수비도 정말 대단했다. 유럽 최고의 센터백을 자부하는 티아고 실바는 상대 돌파를 온몸으로 막아냈고, 전 첼시의 수비수였던 알렉스도 탁월한 피지컬로 일당백의 활약을 했다. 여기에 중앙의 마튀디와 티아고 모타가 수비가담을 해주고, 두 명의 풀 백이 오버래핑을 자제했다. 상대가 공격일변도로 라인을 올리자 카바니에게 기회가 두 번 정도 왔는데, 아쉽게도 너무 강하게 연결되 골대를 빗나갔다. 

결말- 결국 들어간 추가골, 그리고 긴장을 놓지 않은 무리뉴

그리고 종료 5분전, 기적적으로 골이 들어갔다. 패널티 박스 바깥에서 때린 중거리슛이 수비에 굴절되어 골키퍼 앞으로 흘러왔고 이를 향해 뎀바 바가 쇄도하여 골키퍼를 넘기는 골을 성공시켰다. 막스웰이 그의 앞에 있었지만 막아내지 못했고, 시리구의 돌진도 골키퍼를 살짝 넘긴 뎀바 바의 슛을 막아내지 못했다. 뎀바 바는 이번 시즌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 한 골로 모든 비난을 잠재웠다. 

이 소설같지않은 소설의 마지막은 무리뉴가 장식했다. 골을 넣고 코너에서 세레모니를 하고 있던 선수들에게 달려왔다. 기쁨을 감추지 못해 달려온 것인줄 알았더니 작전 지시를 하기 위해 달려온 것이었다. 2:0이 되었고, 이제 상황은 첼시의 수세로 변하게 될 것을 예측한 무리뉴였다. 토레스와 윌리안, 쉬얼레등 공격진에게 수비가담의 지시를 했다. 후반전 종료 직전 파리 생제르망이 맹공을 퍼부었고 슛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이 마지막 슛은 첼시 최후의 보루 체흐의 벽에 막혔다. 

두 팀 모두 간절했고, 두 팀 모두 4강에 올라갈 자격이 있었다. 8강 4개의 매치업가운데 가장 비슷한 전력이 맞붙은 경기였고, 두 팀은 클럽의 이름값에 걸맞는 경기를 했다. 부상을 불사하고 뛴 선수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무리뉴, 그리고 최후의 순간까지 첼시를 외쳤던 팬들의 승리였다. 파리 생제르망도 4강에 올라가기에 충분한 팀이었지만, 마지막에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