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AT 마드리드, 관점의 차이가 희비를 가르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4. 10. 09:09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맨유와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바르셀로나와 AT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8강 대진 가운데 승부가 그래도 뻔히 보이는 경기를 뽑자면 이 두 경기를 뽑았을 것이다. 현재 유럽 최고의 강팀이 누굴까라는 질문에 당연히 나와야할 두 개의 클럽 바이에른 뮌헨과 FC바르셀로나이고, 두 클럽은 챔스 8강 무대에 만족하기 어려운 클럽이다. 최근 두 시즌간 모두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올랐던 바이에른 뮌헨, 2011년 우승 그리고 2012, 2013 4강에 빛나는 바르셀로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기 어려운 팀들이다. 8강 조추첨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뽑혔던 뮌헨과 바르셀로나가 가장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맨유와 아틀레티코를 만났다. 많은 팬들은 더욱 더 흥미로운 대진이 뽑히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1차전 결과는 두 경기 모두 1:1 이었다. 맨유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모두 수비적으로 나섰다. 거함을 상대할 때 써야할 당연한 전술이었다. 두 팀은 첫경기에서 희망을 가진 채, 2차전에 임할 수 있었다. 다소 다른 것이 있었다면 맨유는 첫 경기를 홈에서 두번째 경기를 원정에서 임하는 것이었고 마드리드는 두번째 경기를 홈해서 치렀다. 하지만 팬들이나 전문가의 예상은 한결같았다. 강호로 평가되었던 두 팀이 4강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경기에서 한 경기는 이변이, 한 경기에서는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맨유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모두 좋은 경기를 했지만, 결국 희비를 가르게 한 것은 관점의 차이였다. 

먼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를 보자. 마드리드는 전반 초반에 승부를 걸었다. 아주 강력한 프레싱으로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홈팬들은 열광적인 응원으로 바르셀로나를 압도했다. 바르트라와 마스체라노가 선발로 나왔지만 피케의 공백이 아쉬웠던 바르셀로나였다. 중원에서 사비와 이니에스타, 부스케츠를 이용한 점유율 축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아틀레티코는 상대방을 몰아붙였다. 생각하지 못한 전방 압박이었다. 

전반 4분만에 다비드 비야가 골대를 맞췄고, 흘러나온 볼을 다시 잡아 크로스를 올렸다. 아드리안이 헤딩으로 떨궈준 볼은 코케의 발 앞으로 떨어졌고, 비어있는 골대를 향해 코케가 볼을 밀어 넣었다. 골을 넣은 이후에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템포를 늦추거나 안도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방을 더욱 더 밀어붙였다. 전반 20분까지 압박을 강력하게 계속했고, 한번 공격이 시작되면 순식간에 4명의 공격수들이 전방으로 침투했다. 다비드 비야가 골대를 두 번이나 더 맞췄을 정도로 기회가 나왔다. 

이후에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수비를 우선시하는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상대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1골을 넣었다고 격앙되거나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점유율은 72:28로 바르셀로나가 앞섰지만 슈팅 숫자는 비슷했다. 심리적으로 마드리드 선수들이 바르셀로나보다 약체라고 생각하기보다 해볼만한 팀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홈이라는 잇점도 한몫을 했을 것이고, 시메오네감독의  열정적인 지휘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뒤로 물러나서 플레이하는 것도 전술이 될 수 있겠지만 메시를 효율적으로 방어하고 상대의 패스 길목인 부스케츠를 잘 압박해 기회를 얻어냈다. 

맨유는 뮌헨을 만났다. 8강에 오른 4개의 매치업 가운데 가장 결과가 뻔한 경기였다. 맨유는 홈에서 10백 전술을 써서 무승부를 이끌어냈고, 희망을 2차전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맨유는 뮌헨을 상대로 다시 한 번 10백 전략을 쓸게 확실시 되었다. 반 페르시, 루니가 부상인 것이 가장 큰 손실이었다. 루니는 2차전에 출장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된 컨디션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마타가 경기에 나올 수 없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맨유의 경기를 보자면 뮌헨을 이겨보자, 뮌헨이 해볼만한 팀이다 라는 관점에서 전술을 짜기보다 이변을 바란다, 뮌헨보다 우리가 약한 클럽이다라는 관점에서 전술을 짰던 것 같다. 선수들도 그런 마음을 갖고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1차전 무승부에서도 맨유 선수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미소가 베어나왔다. 홈에서 무승부라는 결과가 그리 좋은 결과는 아님에도 말이다. 2차전에서도 맨유는 10백 전략을 썼다. 선수들의 투지가 빛나는 경기였다. 비디치와 스몰링은 부상을 참고 뛰었고 루니는 결장이 예상 된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왔다. 전반 내내 파상공세를 막아냈고, 68:32의 점유율 열세도 골로 연결시켜주지 않았다. 

오히려 선제골을 먼저 얻는 행운이 따르기도 했다. 후반 10분 경, 파트리스 에브라의 원더골이 터진 것이다. 골이 터니면서 맨유 선수들 사이에서는 묘한 심리적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수비만 하는 경기에서 오늘 이길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이 생겼다. 이 자그마한 희망은 선수들의 평정심을 깨뜨려버렸다. 골을 넣자마자 오른쪽 측면에서 공간을 노출했고 1분도 되지않아 실점을 했다. 이 실점은 선수들의 정신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길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은 역시 안돼라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선수들은 무기력해졌다. 1:1은 분명히 동점 상황이었고, 2:1로 역전당한 상황에서도 한 골을 넣는다면 맨유가 4강에 올라가는 상황이었지만 선수들은 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3:1이 되는 순간 선수들의 발은 그라운드에 묶이고 말았다. 

시메오네, 그리고 어제의 무리뉴는 골을 넣고 4강진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을 계속해서 독려하며 정신력이 해이해지는 것을 막았다. 위기는 잠시의 집중력을 잃었을 때 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맨유 역시도 이변을 만들 수 있었고 이변에 가까이 갔었지만 선수들의 정신력의 관점이 달랐다. 강자보단 약자를 응원하는 마음이 드는 나에게는 아쉬운 결과였지만, 당연히 받아들여야할 결과라고 생각한다.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첼시가 남은 4강전 내로라할 지략가들만 남은 4강 경기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