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드의 눈물, 리버풀 정신 그자체였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4. 14. 08:0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성인 선수들이 뛰는 축구 경기에서, 그것도 토너먼트가 아닌 리그 경기에서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리그의 중반이 지나고 막판 4경기를 남겨둔 상황이긴 하지만, 우승의 기쁨을 느끼기도, 혹은 강등의 슬픔을 느끼기도 이른 시간이었다. 어제 경기에서 나온 눈물도 보는 내 자신을 다소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눈물에서 느껴진 진심을 통해 리버풀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리버풀의 눈물, 그것은 바로 제라드의 눈물이었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 그자체였다. 제라드는 맨시티와의 경기를 3:2 극정 승리로 끝낸 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제라드는 이날 경기에서 풀타임으로 건실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리버풀의 심장과도 같은 캡틴 제라드의 눈물은 많은 리버풀팬들은 물론 전세계 축구팬들을 감동케했을 것이다. 리버풀의 리그 우승이 그야말로 가까이 온 상황이고, 그만큼 제라드의 리그 트로피에 대한 열망이 컸다는 이야기 일수도 있다. 

리버풀은 최근 리그경기에서 무려 9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달랐다. 리버풀이 리그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상대는 2경기 덜치른 상태에서 승점 4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맨시티와의 대결이었다. 리그 최고의 거함이자, 올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이다. 홈에서 치러지는 대결이고, 이번 맨시티전 그리고 다음 첼시전이 우승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승점차이가 가장 적은 맨시티와의 경기를 이긴다면, 리버풀은 이 기세를 몰아 우승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로저스 감독은 다소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는 달리 공격진에만 4명의 선수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스털링, 쿠티뉴, 그리고 스터리지와 수아레즈등 팀내 주요 득점원들을 모두 선발출장시켰다. 제라드와 헨더슨에게 수비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포메이션이었다. 맨시티는 기존의 선발멤버와 큰 변화가 없이 베스트 11을 꾸렸지만 전반 시작한지 19분만에 에이스 야야 투레가 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진 것이 큰 부담이 되었다. 

전반 6분만에 라힘 스털링이 맨시티의 수비진을 농락하면서 골을 만들어냈다. 리버풀은 기세를 멈추지 않았고, 24분 스크르텔의 골까지 이어 터지면서 2:0의 스코어를 만들었다. 홈에서의 승리가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다소 빠른 실점에 당황한 맨시티였지만 페예그리니 감독은 오히려 승부수를 띄웠다. 페르난지뉴를 공격쪽으로 옮기면서 전반전 막판 두 번의 찬스를 만들어냈다. 미뇰렛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후반전이 기대가 되는 상황이었다. 

후반전 시작하면서 나바스와 밀너를 바꾸었고, 이 선수교체는 즉각적으로 효과를 보였다. 밀너는 오른쪽 측면에서 플래너건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고, 2:1패스를 통해 상대를 무너뜨렸다. 밀너가 투입된지 7분만에 만회골이 나왔고, 만회골이 터진지 5분 뒤 동점골이 터졌다. 상대를 완벽하게 틀어막지 못한 리버풀의 탓도 있겠지만, 맨시티가 강한팀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밀너와 다비드 실바는 두 골을 합작하면서 경기를 팽팽하게 이어갔다. 2:0에서 2:2, 오히려 맨시티의 역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리버풀은 더 이상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 제라드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뭉쳤다. 스터리지가 부상을 당하면서 조 앨런을 투입했고, 부족했던 미드필더 숫자에 우위를 다시 점할 수 있었다. 리버풀 선수들은 온몸을 던지며 맨시티의 공격을 막아냈다. 역습 상황에서는 수아레즈의 분투가 눈부셨다. 

결국 추가점수는 실수에서 터졌다. 드로인 상황에서 맨시티의 주장 빈센트 콤파니가 가볍게 걷어낼 수 있는 볼을 헛발질을 하면서 옆으로 흘렀다. 쿠티뉴는 잽싸게 뒤로 돌면서 구석으로 터닝슛을 성공시켰다. 맨시티의 주장은 후회에 찬 얼굴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고, 그 순간 리버풀의 주장은 회심의 미소를 짓기보단 남은 경기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얼굴을 내보였다. 하나의 패스에도 정확도를 기했고, 수비에서 바깥으로 걷어내는 상황에서도 안전을 기했다. 

결국 두 팀의 공방전은 3:2로 끝났다. 제라드는 앞서 말한대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앞선 9연승에서도 끄떡하지 않던 리버풀의 캡틴이 맨시티와의 엄청난 공방전을 통해 드디어 우승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는 느낌을 주었다. 얼마나 이번 경기를 절실하게 이기고 싶어 했는지 알게해주는 장면이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리버풀은 승리를 했고, 아마 이번 시즌 리버풀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것은 이 정신일지도 모른다. 스터리지가 부상을 당하고 수아레즈가 시즌 초반 징계를 당했으며, 수비진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에 시달리며 어려운 시즌을 예고했던 리버풀이었지만 4경기를 남겨둔 지금 리그 순위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수고해준 동료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어깨동무를 하며 우승에 대한 다짐을 하는 장면도 인상깊었다. 비록 뭐라 말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제라드의 결연한 표정에서 그리고 그 결연한 표정을 결연하게 받아들이는 동료들의 얼굴에서 리버풀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몇시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리버풀 정신을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번 시즌 38라운드까지, 2005년 이스탄불의 기적을 떠오르게 만드는 리버풀 정신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