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선더랜드 강등돼도 괜찮은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4. 4. 15. 09:00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선더랜드는 5연패를 당하면서 강등을 눈앞에 두고 있다. 1~2월 바짝 팀을 끌어올리는가 했더니 3월 첫날, 캐피탈 원컵에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었는지 이후 경기에서 최악의 경기를 계속하고 있다. 사실상 강등이 확정된 상황이다. 20팀 중, 20위 6경기가 남았지만 이 경기가운데 4경기는 승리를 해야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5연패를 한 꼴찌팀에게 6경기 4승을 바라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한 2주전쯤이었던 것 같다. 포털사이트 칼럼에서 다음 시즌 EPL 에서 한국 선수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칼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김보경이 2부리그로 떨어지고 박지성이 QPR로 복귀하든 PSV에 한시즌 더 임대를 가든 우리에게는 기성용이 있다. 기성용의 선더랜드는 이번 시즌 강등이 유력하지만 기성용을 다음 시즌에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기사를 위한 논란거리라는 생각밖에 되지 않는다. 

기성용은 이번 시즌 여름 이적 시장에서 선더랜드로 임대해왔다. 당시 라우드럽과의 사이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팀에서 쓸모없는 선수라면 파는 것이 맞을테지만, 기성용의 능력을 알고 있으면서 타팀에 헐값에 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라우드럽은 기성용을 선더랜드에 임대를 해주었고, 기성용도 선발 출장 기회를 잡기 위해 선더랜드행을 택했다. 

이번 시즌 선더랜드가 잔류하기를 바랬던 이유는 하나였다. 만약 스완지시티로 돌아가게 된다면 다음 시즌 다시 라우드럽의 아래에서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우드럽이 전격 경질되면서, 라우드럽을 다시 만날 일은 없어지게 되었다. 개리 몽크가 선수겸 감독으로 팀을 지휘하고 있는데, 개리 몽크는 기성용이 다음 시즌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물론 감독 대행이고, 감독직을 맡은 뒤 성적이 좋지 않아 다음 시즌까지 감독직을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기성용이 스완지의 주전경쟁에서 실력으로 밀린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팀에 많은 선수가 지난 시즌 이적해오면서 주전 경쟁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한시즌이 거의 다 지난 지금, 스완지는 기성용을 내보낸 것이 아깝다. 그만큼 중앙 미드필더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가 없었다. 또한 라우드럽의 양아들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데 구즈만은 임대 복귀를 해야하고, 팀의 중심인 레온 브리튼은 노쇠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기성용의 대체 자원으로 데려왔던 호세 카냐스는 기성용이 복귀한다면 기성용의 든든한 백업요원이 되어줄 것이다. 

선더랜드가 강등되고 스완지로 돌아간다고 해서 꼭 스완지에 남으라는 법은 없다. 기성용에게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사우스 햄튼이 관심을 표현했다고 알려져있다. 기성용의 스완지와의 계약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여름 기성용을 팔지 않으면 기성용을 통해 이적료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도 있다. 기성용이 이번 여름 월드컵을 통해 한국을 16강, 혹은 그 이상에 올려놓거나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도 끄떡없는 활약을 보여준다면 기성용의 몸값은 더욱 더 올라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에버튼이나 그 이상의 팀에서 활약을 보여주었으면 좋겠고, 그정도의 레벨에서도 충분히 뛸 수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해서 기성용은 선더랜드가 강등되든 말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기성용은 매경기 풀타임을 뛰고, 2경기에 한번꼴로 팀내 최고 평점을 받을 만큼 자신의 능력을 다 보여주고 있다. 리버풀과 에버튼, 그리고 첼시를 상대로 이번 시즌에 골을 넣었다. 팀을 캐피탈 원컵에 올려놓은 것도 기성용이고 홈경기에서 무패행진을 벌이던 에버튼에게 패널티킥을 얻어내고 골까지 성공시킨 것도 기성용이다. 또한 다소 공격적인 롤을 부여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90퍼센트를 상회하는 안정적인 패싱능력을 가진 선수이기도 하다. 

EPL에서 기성용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최하위팀 주전 미드필더라고 치기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아담 존슨과 기성용 정도를 제외하면 수준 이하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는 팀이다. 많은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은 강등팀의 주요 선수들을 싸게 빼오려고 노력한다. QPR에서도 로익 레미와 아델 타랍, 에스테반 그라네로가 1부리그로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위건의 아루나 코네 역시도 1부리그 에버튼으로 이적했다. 강등당했다고 선수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최고의 시나리오는 기성용의 활약으로 선더랜드가 극적 잔류를 하는 것이겠지만, 다음 시즌 선더랜드에서 다시 뛰는 기성용의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주었고, 앞으로 더 잘할 여지가 많은 선수이다. 시즌의 마무리를 잘 해주고, 월드컵 때 맹활약을 해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수준급 팀으로 이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