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100경기, 전설 차범근과 비교해보니

Posted by Soccerplus
2014. 4. 19. 08:00 해외파 이야기/손흥민

<세월호 사고의 모든 피해자분들께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하며, 더 이상 희생자가 없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손흥민이 지난 경기를 통해 드디어 분데스리가 100경기를 치렀다. 손흥민이라는 유망주가 함부르크에서 1부리그에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어제같은데 벌써 4시즌째를 보내고 있다. 2010년 데뷔전에서 골키퍼까지 제치며 골을 넣었던 18세의 어린 소년은 이제 21세의 나이가 되어 1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받고 레버쿠젠의 희망이 되었으며 유럽의 톱클래스 유망주이자, 한국 축구 대표팀의 에이스가 되었다. 두 시즌 연속 리그 10골을 눈앞에 두고 있고 1000만 유로의 몸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분데스리가라고 하면 우리나라에는 차범근의 금자탑을 넘어설 선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유럽으로 러시를 갔을 때에도 영국으로 집중되었다. 분데스리가의 차범근은 전설적인 존재였고, 여전히 전설로 남아있다. 그리고 손흥민의 등장은 새로운 전설이 될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아직 21세의 손흥민은 아직도 창창한 미래가 있다. 조심스럽게 차범근의 기록들을 깨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해보고 싶다.

손흥민은 100경기에 나와서 29골을 넣었고 6개의 어시스트를 올렸다. 세계 정상 리그로 성장한 분데스리가에서 이정도의 기록은 대단한 기록이다. 하지만 차범근의 기록은 이를 뛰어넘는다. 100경기에서 36개의 골을 기록한 것이다. 윙포워드로 나와서 3경기에서 1경기정도는 넣어주었던 차범근이다. 그때와 지금의 축구 문화가 다르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당시 기록으로는 전설급 기록이다. 차범근은 컵대회 포함 372경기를 뛰면서 121골을 넣었다. 아시아 선수가운데는 가장 뛰어난 기록이다. 

손흥민은 우측, 좌측, 원톱, 투톱등 여러가지 포지션에 적응을 해야했고 그에 따라 부침을 겪었던 기억도 있다. 또한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플레이를 갖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지난 시즌 꾸준히 공격 포지션에서 출장하면서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특히 도르트문트전에서 기록한 4골은 유럽 스카우터들을 놀랍게 만들었다. 적응기간이 길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29골의 기록도 나쁘지 않다. 

차범근은 100경기에서 8700분을 넘게 뛰면서 경기당 87분 이상, 사실상 매경기 풀타임을 뛰었다. 손흥민은 6655분, 경기당 66분 정도의 시간을 뛰었다. 경기당 골을 계산해보면 두 선수의 기록은 뒤집어진다. 손흥민이 229.48분당 1골, 차범근은 244분당 1골을 넣었다. 오히려 출장시간대비 골은 손흥민이 전설 차범근을 넘어선다. 

차범근은 26살이었던 1979년부터 본격적으로 분데스리가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에 반해 손흥민은 18세의 나이에 분데스리가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두 선수에게 8년의 시간차가 나는 것이다. 만약 손흥민이 지금의 경기 출장능력을 10년정도 꾸준히 보여준다면 차범근의 출장기록과 골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지난시즌과 이번시즌 거의 모든 경기에서 선발로 나왔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8시즌 정도면 차범근의 출장기록을 넘어설 수 있고, 골기록도 100골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손흥민은 이미 유럽 최고의 유망주다. 단지 손흥민에게 단점은 기복이 크다는 것이다. 손흥민이 컨디션이 정말 좋은 날에는 그를 막아낼 재간이 없다. 최근 부진했던 것은 팀의 부진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데, 감독이 바뀌면서 상황이 조금은 바뀌기를 기대해본다. 레반도프스키 감독 대행의 첫경기에서는 투톱으로 출장하며 어시스트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차범근은 매경기 꾸준한 경기력으로 상대의 측면을 초토화시켰다. 2선 공격수가 골을 더 많이 넣기도 하는 지금 축구와는 달랐다. 300경기를 넘게 출장해 100골을 넘게 넣었던 차범근은 그야말로 '전설'이었다. 

차범근에 버금가는 기록을 100경기에서 올렸지만 여전히 차범근에 비하기가 어려운 것은 그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기록은 비슷하지만 손흥민에게는 더욱 더 꾸준한 활약이 필요하다. 매경기를 '그날'처럼 손흥민이 활약할 수 있다면 차범근을 잇는 대형 공격수로 남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2선 공격수의 전성시대인 현대 축구에서 더 많은 골기록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야 본인의 최적포지션을 찾았고, 아직도 성장중인 손흥민이다. 벌써부터 전설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흥민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차범근 이후 박지성, 그리고 그 이후를 이을 후계자가 손흥민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손흥민의 발전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그리고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인 공격수로 한단계 더 성자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