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모예스 경질, 상처밖에 남지 않은 동침

Posted by Soccerplus
2014. 4. 22. 08:0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맨유팬들에게는 작년과 올해가 너무나도 달랐을 것이다. 퍼거슨의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끝내고, 모예스라는 명장을 얻게 되었다. 비록 빅팀을 맡아본 경험은 없지만 능력이 있음을 인정받았던 감독이기에, 또한 퍼거슨이 직접 선택한 그의 후계자였기에 기대가 컸다. 코치진이 물갈이 되었지만 퍼거슨과는 다른 감독이었기에 모든 것을 모예스에게 맡겼다. 이적 시장에서 서툰 움직임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기대했던 맨유팬들이었다. 중앙에 펠라이니가 영입되었고, 크리스탈 팰리스의 에이스였던 자하가 합류했다. 지난 시즌에도 우승을 했던 팀이었기에 모예스가 이끌어갈 팀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을 앞두고 단 3경기가 남은 지금 이시점에서야 맨유팬들은 올시즌 가장 기쁜 소식을 듣고 있다. 모예스 경질. 상호해지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상 경질에 가까운 것이다. 한국시간으로 22일 새벽 1시인 지금 이시점에서 모예스는 아직 맨유의 감독으로 공식적으로 경질된 상태가 아니지만 모예스가 더이상 맨유감독을 맡지 않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맨유는 남은 3경기동안 임시 감독 (긱스가 될수도 있다고 한다) 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감독 영입에 나선다고 한다. 

지난해 이맘 때, 퍼거슨의 은퇴가 알려지고 맨유팬들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은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퍼거슨은 은퇴와 함께 후계자로 모예스를 선정하고, 이는 많은 팬들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하지만 한 시즌이 지난 지금, 모든 당사자들이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모예스, 맨유, 그리고 이를 응원했던 팬들까지도 한 시즌을 한숨과 함께 보내야했다. 

모예스는 자금적으로 제한적인 에버튼을 데리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챔스를 올라가기도 했었고, 매시즌 매서운 중상위권의 위용을 보여주며 단단한 전력을 자랑했다. 적은 돈으로도 고효율의 선수들을 영입해 재미를 본 감독이기도 하고 전술적으로도 인정을 받은 감독이었다. 거기에 "The Chosen One", 바로 퍼거슨에게 선택을 받은 감독이었다. 퍼거슨이 직접 선택을 한 감독이었고 그런 기대감에 맨유는 그에게 무려 6년계약을 선사했다. 그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대단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들어올린 '독이든 성배'는 결국 그에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총체적 난국이었다. 챔스를 병행하는 팀을 감독한다는 것은 리그만을 운용하는 감독과는 달랐다. 또한 이적시장에서의 적응력도 떨어졌다. 루니와 반페르시를 모두 기용할 수 있는 선택받은 팀의 감독이었지만 미드필더의 장악력은 매우 떨어졌다. 시작을 매우 상큼하게 가져갔었지만, 이번 시즌 내내 강팀들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고, 레코드 브레이커라는 오명까지 들어야 했다. 

퍼거슨이 감독을 하면서 20여년간 단 한번도 3위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던 맨유는 챔스진출이 좌절되었다. 시즌 3경기를 남기고 미리 날아든 비보였다. 챔피언스리그가 당연했던 맨유는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아니, 올라갈 확률보다 못 올라갈 확률이 더 높다. 라이벌 리버풀은 연승에 연승을 거듭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이번 시즌을 끝내고 비디치를 필두로 많은 선수들과의 결별이 예정되어있다. 퍼디난드, 긱스도 더이상 맨유의 선수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선수층 보강을 해야하는 시기다. 하지만 챔스리그 진출이 어렵고, 감독이 내정되어있지도 않은 지금 이시점에서 맨유가 원하는 톱클래스 선수들이 불안함을 감수하며 이적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맨유라는 네임밸류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진이 길어진다면 리버풀처럼 긴 부진의 터널로 들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해 득점왕 반 페르시도 팀을 나갈수도 있다는 루머에 빠졌고, 팀의 상징과도 같은 루니역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거액의 재계약이 의미가 있냐라는 물음에 맞서야 했다. 에브라와 퍼디난드, 비디치는 과거 철의 포백의 명성과는 엇나가는 모습이었고 카가와, 치차리토는 경기에 나서기도 힘이 들었다. 영과 클레버리는 시즌 내내 조롱에 시달려야했다. 모든 선수들이 지난시즌보다 다운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팬들은 말할 것도 없다. 리그도 챔스도 아무것도 얻질 못했고, 그간 갖고 있던 영광스런 기록들이 하나둘씩 깨져가는것을 지켜봐야했다. 모예스와 맨유의 동침은 역사상 최고의 실패작으로 끝났다. 맨유 감독이라는 독이든 성배가 주는 위압감을 견뎌낼 감독이 지구상에 몇이나 있을까. 영광의 자리라고 느껴졌던 맨유 감독직, 이제는 많은 감독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볼 자리가 되었다. 과연 이 중압감을 견뎌낼 감독은 누가있을것인가. 맨유의 다음 행보를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