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트래포드 박지성 응원가, 이것이 진정한 그의 위엄

Posted by Soccerplus
2014. 4. 28. 08: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박지성이 뛰었던 올드트래포드라는 구장은 참으로 엄청난 위압감을 자랑한다. 누캄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스탬포드 브릿지, 크레이븐 코티지 등등 유서가 깊고 규모가 큰 구장을 여러번 직접 방문해 보았지만 이만큼 압도적인 위압감을 보여준 구장은 없었다. 필자는 2013년 3월 5일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관람했었는데, 호날두의 맨유 방문을 떠나서 그 구장이 굉장히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그리고 맨유와 레알의 경기를 보면서, 너무나 흥분되고 즐거운 경기였지만 한가지가 아쉬웠다. 바로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이 만약 맨유에 여전히 남아있었다면, 그런 박지성을 응원하고 함께 응원가를 부를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었다. 직접 맨유의 훈련장도 방문해 퍼거슨까지 만나는 영광을 누렸지만, 박지성이 없을 때 축구 여행을 떠났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웠다. 박지성의 응원가인 '개고기송'을 현지에서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익을 정도였다. 

그런 박지성 응원가가 다시는 올드트패포드에서 들을 수 없을 줄 알았다. QPR로 간 뒤, 맨유 팬들의 머리속에는 박지성이 지워진 듯 했다. 운명의 장난이랄까, 카가와라는 또 다른 동양선수가 떠난 박지성의 빈자리를 메웠고 동양인 최초의 EPL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팬들에게 각인되었다. 하지만 1년 1개월 뒤, 팀을 떠난지 2년이 다된 박지성의 응원가가 올드트래포드에서 흘러나왔다. 팀의 레전드인 폴 스콜스의 응원가와 함께 나왔다는 점은 박지성이 팬들에게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28초쯤 팍~팍~이 들려요)

긱스가 임시지만 사령탑으로 앉게 되었고, 긱스가 감독으로 가장 먼저 내뱉은 발언은 퍼거슨의 맨유로 돌아가겠다라는 말이었다. 퍼거슨 때의 강력한 맨유를 다시 선언하면서 모예스의 4-2-3-1이 아닌 4-4-2를 들고 나왔다. 루니가 2골을 넣었고, 후반 교체되어 들어온 마타가 2골을 넣었다. 4:0으로 완승을 하면서 팬들은 올시즌 우울했던 기분을 일시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팀은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되었고 유로파리그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새로운 희망을 찾고 다음시즌을 준비하는 듯했다. 

긱스가 감독 자리에 앉고 루니, 웰백, 에브라, 캐릭, 발렌시아, 비디치등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선수들이 맹활약 하면서 팬들은 옛추억에 잠겼던 모양이다. 가장 강했을 때의 맨유를 기억하며, 그리고 그 맨유의 주축을 이뤘던 박지성의 응원가를 불렀다. 박지성이 완전히 잊혀진 줄 알았지만, 올드트래포드를 가득 채운 팬들은 일제히 박지성의 응원가를 불렀다. 경기를 보면서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인듯 들었는데, 현지 반응을 생중계 하던 트위터에서 박지성의 응원가임을 확인해주었다. 







박지성의 위엄, 그자체가 아닌가 싶다. 박지성이 맨유에 8시즌동안 있으면서 우리나라 선수로서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운 것이 사실이지만, 하지만, 현지 팬들이 얼마나 그를 높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국내에서 '평가절하'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팀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선수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최고의 조력자였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선발 출장을 했고, 이런 빅클럽에서 200경기를 넘게 뛴 선수였다. 과거를 생각하면서 박지성의 응원가를 부른다는 의미는 박지성이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역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을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맨체스터 현지에 가서 현지 팬들에게 박지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현지 팬들은 여전히 박지성을 기옥하고 있었고, 박지성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다. 인터뷰 영상을 찍어서 이 블로그 공간에도 올린 적이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해 아쉬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응원가 사건'을 통해 국내팬들은 다시 한 번 박지성의 위엄을 알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현지가 인정한 선수였다.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금 동시대에 박지성만큼의 활약을 펼친 선수는 없다. 카가와, 혼다가 빅클럽에 속해있지만 그들의 활약과 박지성의 활약은 차원이 다르다. 박지성의 다음 계보를 손흥민과 같은 한국 선수들이 이어주길 바라며, 다시 한 번 박지성의 위엄을 깨닫는 장면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