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신구의 리스본 도전, 가슴 뭉클했던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4. 5. 3. 07:00 텔레비젼 이야기


오늘은 축구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어젯밤, 축구리뷰보다는 지친 심신을 달래줄 따뜻한 예능이나 볼까해서 꽃할배를 시청했습니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와 비야레알의 경기를 직관한 부분이 나왔기 때문에 더욱 더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방문했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보다 훨씬 더 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신구 선생님의 도전이었습니다. 

저는 유럽을 세번이나 다녀왔습니다. 한번은 연수겸 다녀왔던 것이었고, 한번은 대학에 입학하며 배낭여행으로, 한번은 교환 학생으로 다녀왔습니다. 유럽에서 보냈던 시간만 9개월, 이제는 한국 사람들이 간다는 거의 모든 여행지를 다 다닌 듯 합니다. 꽃보다 할배가 찾았던 파리며 스위스며 스페인 모두 제가 다녀왔던 곳이죠. 

이번 여행지가 스페인으로 결정이 되었을 때 너무나 기뻤습니다. 제가 작년 6개월동안 돌아다닌 유럽 국가가운데에서 가장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던 곳이기 떄문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그라나다와 세비야를 모두 방문하는 일정이었고 마드리드 근교의 세고비아까지 다녀왔다고 하니, 저의 스페인 여행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꽃보다 할배의 원래 여정은 그라나다에서 세비야로 그리고 세비야에서 리스본을 들리는 일정이었지만 현지 사정과 할배들의 체력 저하로 무산되었습니다. 원래 가고 싶었던 루트가 있고, 계획도 짜고 가기 마련이지만 현지에 도착하면 이런저런일로 예상치 못한 일을 겪는 일은 부지기수입니다. 저같은 경우에도 스페인에서 택시비로만 100만원을 쓴적이 있는가 하면, 프라하에서는 베드버그에 물려서 모든 옷들을 버리고, 한인 민박에서 쫓겨나기도 했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여행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기분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고 그 생각들 속에서 그동안 깨닫지 못한 것들도 깨닫게 되지요. 

이번 꽃할배 일정에서 리스본 방문이 무산되면서 가장 아쉬워했던 출연자는 바로 신구 선생님이었습니다. 일정이 부득이하게 바뀌게 되면서 아쉬웠지만, 전체를 위해 본인의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았죠. 하지만 스페인편 마지막회에서 신구 선생님께 리스본 여행을 제안하게 됩니다. 그리고 신구 선생님은 주저하지 않고 도전을 외칩니다. 포르투갈, 한번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가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 입니다. 모든 제작진이 함께 한 것도 아니고, 일행과 떨어져 혼자 여행하게 되는 곳이었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80이 가까운 나이에 그런 도전정신이 생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많은 포부와 자신감을 갖고 떠나게 되지만 일정이 계속될수록 지치기 마련입니다. 유럽 배낭여행을 가보신 분들이라면 저와 공감을 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곳이 그곳같고 어느 도시든 나오는 성당에 지루하기도 하고, 어딜 가도 공부를 안하면 그 깊은 역사의 100분의 1도 느끼지 못하고 오는 곳입니다. 여독도 힘들고, 계속되는 여정에 지치기도 하지요. 

저 역시도 그런 일반 배낭여행객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야간열차를 타며 느끼는 피곤함이 싫어서 조금 더 편한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몸이 힘들면 다시 올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일정을 정리하거나 몸이 편한 곳을 선호하고는 합니다. 도전을 하려 간 곳에서 합리화를 하는 내 자신을 뒤돌아 봤을 때, 많은 후회가 남고 아쉬움이 남아 또 여행을 하게 되고 그렇게 반복을 하게 되었던 것 샅습니다. 

신구 선생님의 도전을 보며, 참으로 느끼는 점이 많았습니다. 저보다, 배낭여행을 다니는 젊은 세대보다 훨씬 더 피곤했을 것이고, 고된 일정에 지쳤을 것이지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남단인 로카곶에 간 그의 표정은 그 언제보다도 밝았습니다. 저역시도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면서 포르투갈을 무척이나 가고 싶었었지만 12일동안 너무 피곤할 것이라 생각하고 포르투갈을 포기했습니다. 열흘만에 스페인을 돌고 포르투갈까지 다녀왔습니다. 촬영팀이 따라다니며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상황에서, 참으로 대단한 도전입니다. 

네명의 할배들의 여행은 여행 자체만으로도 즐겁지만, 저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주어서 더 좋은 듯 합니다. 유럽 여행을 다녀왔기에 내가 갔단곳을 다시 보고 싶어 보게 되었지만, 같은 곳을 대하는 다른 자세에 고개를 숙이게 만듭니다. 저역시도 조금 더 패기를 갖고 더 도전정신을 갖고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신구 선생님의 도전이 가슴 뭉클했던 이유는, 저의 안일했던 모습과 비교가 되었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입니다. 

기회는 자주 올 것 같지만 그렇게 자주 오지 않습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와중에 얼마나 많은 기회들이 제가 알아보지 못한 채 지나갔을까요. 늘 도전의 연속, 그리고 기회의 연속인 삶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8주간 스페인 여행을 통해 많은 걸 느꼈습니다. 고맙습니다. 할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