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버드에 '위송빠레'울린 순간 내가 감동받은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4. 5. 23. 08: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박지성 선수의 클럽 소속으로 출전하는 마지막 두 경기중 한 경기에 보러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수원까지 다녀왔습니다. 티켓이 생각보다 많이 비쌌기 때문에 빅버드를 가득채우지는 못했습니다만 평일치고는 상당히 많은 1만 5천명의 관중들이 빅버드에 운집했습니다. KBS가 공중파를 통해, 그리고 헬리캠까지 동원하며 무려 20대의 카메라를 동원하며 중계한 이경기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경기는 박지성 선수가 은퇴를 발표한 이후이기에 더욱 더 관심이 컸습니다. 모든 이목이 아인트호벤의 33번 박지성에게로 향했고, 저역시도 박지성 선수를 보기 위해 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상암구장은 몇차례 찾은 기억이 있지만 수원원정은 처음떠나보는 것이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역시 축구 관람만큼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경기장에는 샤이니 민호, 박지성의 예비 부인인 김민지 아나운서, 전 국가대표 김도훈 선수가 찾아와서 경기를 즐겼습니다. 

중계를 보셨으면 아셨을테지만, 박지성 선수가 공을 잡으면 모든 관중들이 들썩였습니다. 박지성이 전반전에 왼발 중거리슛을 시도했을 때에는 모든 팬들이 선방한 수원의 노동건 골키퍼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수원의 그랑블루는 마치 K리그 클래식처럼 열정적으로 수원을 서포팅했는데, 박지성 선수가 공을 잡을때는 서포팅을 멈추고 박지성 선수를 응원했습니다. 다른 아인트호벤 선수들이 슛을 때리거나 공을 잡으면 야유를 퍼붓던 서포터즈들이 박지성 선수의 슛에는 박수를 보내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하프 타임에서 명예 수원 선수로 위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가 선수시절 가장 애착을 보였던 7번 유니폼에 그의 이름이 새겨져있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다들 아시듯 수원출생으로 수원공고에서 축구를 했고, 명지대 재학 중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되며 성공신화를 이어갔습니다. 경기가 끝나고는 박지성에게 헹가레를 치고 많은 팬들이 그의 마지막까지 박수를 치며 환호했습니다. 모든 것이 그의 화려한 선수생활을 대변해주는 듯해 한편으로는 참 뿌듯했습니다. 

많은 팬분들이 서포터즈들이 부른 위쏭빠레 응원가를 들으며 큰 울림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네덜란드에서만 부르던 박지성 선수의 응원가가 상대팀 서포터즈로부터 나왔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관중들의 우레와같은 함성과 기립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경기장을 빠져나간 후에도 위쏭빠레 응원가는 계속해서 흘러나왔습니다. 저역시도 기립을 하며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박지성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기립박수를 치던 제 눈에 감동스러운 장면이 포착되었습니다. 바로 몸을 풀던 PSV 아인트호벤의 교체 멤버들이 몸을 풀다 말고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박지성 선수에게 박수를 쳐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보통 몸을 풀던 선수들과 교체들어오는 선수들과는 아무런 인터액션이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서브멤버에 포함된 선수들은 아인트호벤에서도 주로 벤치를 지키거나 1군에 소속되지 못한 선수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잠시 멈춰 박수를 치고 다시 몸을 푸는 것이 아니라, 박지성이 축하를 모두 받고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 그들은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이 짧은 장면에서 저는 이 선수들이 박지성 선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박지성이 과거 아인트호벤에서 7번 유니폼을 달고 뛸 때 있었던 선수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기껏해야 박지성 선수와 1년도 안되는 시간을 함께한 것입니다.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아인트호벤은 10대후반,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전력의 대부분입니다. 그런 선수들이 1년도 안되는 시간동안 박지성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박지성 선수의 성실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진정 프로다움을 느꼈고, 그런 박지성을 향해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 것이죠. 혈기넘치는 어린 선수들의 마음을 1년만에 사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작은 부분에서 박지성 선수가 아인트호벤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있었고, 그 부분이 제게는 뜨겁게 다가왔습니다. 비록 너무 작은 부분이라 무시해도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이 작은 부분에서부터 달라야 박지성같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지성 선수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라고, 그간 뛰었던 리그가 아닌 긴장감이 조금 떨어지는 리그라고 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이런 박수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지성이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아마 경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박수를 쳤을 것입니다. 야유를 퍼붓던 서포터즈들도 박수를 쳤고, 몸을 풀던 후보선수들도, 그리고 티비를 시청하는 많은 분들도 박지성 선수의 노력을 알기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박수가 너무나 합당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이틀 뒤, 박지성 선수는 아인트호벤의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경기에 나섭니다. 경남과의 경기에서는 더 많은 관중들이 들어차 박지성의 마지막을 박수로 함께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