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 홍명보호 합류, 과연 좋은 일 입니까?

Posted by Soccerplus
2014. 5. 30.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박주호가 대표팀에 합류를 하게 되었다. 왼쪽 풀백 자리에서 합류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늦게 나마 월드컵에 승선하게 되어 풀 수 있게 되었다. 2014년 월드컵을 목표로 스위스라는 변방 리그로 이적했고, 2년만에 독일 마인츠로 이적하고,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보인 박주호다. 봉와직염으로 대표팀 합류가 아쉽게 불발되었지만, 뒤늦게 합류하게 되었다. 

팬들은 이번 박주호의 합류가 '신의 한수가 될지도 모른다', '정말 잘 된 일이다'라고 두 팔벌려 환영하고 있다. 박주호가 마인츠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고, 그가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석연치않게 대표팀에 합류가 불발되면서 논란에 휩쌓이기도 했다. 박주호 대신 윤석영이 대표팀에 들어온 것, 이명주 대신 박종우가 들어온 것은 홍명보호가 다른 사람들의 화두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기도 했다. 

과연 박주호의 대표팀 합류가 잘 된일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의 합류를 두 팔벌려 환영하는 사람들은 박주호의 합류가 있기전에 김진수의 탈락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언론도 발탁 된 박주호에게 프레임을 맞추고 있지, 탈락한 김진수에게 프레임을 맞추고 있지 않은 듯 하다. 

박주호는 좋은 선수다. 우리나라 수비수 가운데 이영표 이후 이렇게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굳힌 선수도 없다. 유럽 베스트 11에 몇차례 수상되었는지, 분데스리가 베스트 11에 몇차례 올랐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하지만 박주호가 대표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는 듯 하다. 김진수가 홍명보호 1기부터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며 브라질, 스위스, 그리스 전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확실하게 굳힌 반면, 박주호는 기회가 주어진 러시아전에서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박주호가 왼쪽 라인의 구세주가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좀 불편하게 들린다. 그가 대표팀에서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2010년 허정무시절부터 조광래, 최강희, 그리고 지금의 홍명보호를 모두 거친 선수가 박주호다. 하지만 그런 박주호가 어떤 감독에게도 중용을 받지 못했다. 가능성은 늘 인정받았지만, 대표팀의 옷을 입고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선수가 박주호다. 국가대표팀 경기에 13경기를 뛰었고, 기억에 남는 경기 한 경기가 없는 박주호가 대표팀 왼쪽자리의 '신의 한수'라니. 

박주호와 김진수를 비교하고자 쓰는 글이 아니다. 애초에 김진수와 박주호가 뽑혀야 했고, 박주호보다는 김진수가 주전에 더 가까운 선수라고 생각했다. 만약 이영표가 김진수와 비슷한 부상을 당했고 대표팀에서 하차하게 되었다면 우리나라의 프레임은 박주호가 아닌 이영표에 맞춰져 있었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리고 홍명보호에서 만큼은 그런 확실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중 하나가 김진수다. 이영표=김진수라고 생각하진 말길 바란다. 비교도 할 수 없는 선수인 것은 나도 알고 있다. 단지 포백 라인에서 가장 단단한 선수가 김진수였고, 홍명보호에선 박주호보다 훨씬 더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가 김진수라는 이야기다. 

이제 홍명보호는 2부리그에서도 주전을 차지하지 못했으며 폼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윤석영과, 가능성은 보여주었지만 대표팀에서 한차례도 시원찮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거기에 부상 재발염려가 있는 박주호가 왼쪽 풀백자리를 맡게 된다. 박주호는 다른 나머지 풀백과 호흡을 맞춘 경험도 별로 없다. 걱정이 되지 않는가? 근데 우리는 환영을 하고 있다. 박주호가 애초에 엄청난 전력인 것처럼, 그런 선수가 우리나라의 구세주가 될 것처럼 말이다. 

EPL 빅경기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숫자가 박주호의 마인츠 경기를 본다. 그마저도 구자철이 온 뒤의 이야기다. 박주호가 혼자서 마인츠에서 뛸 땐, EPL 기성용 경기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숫자가 경기를 시청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정을 갖고 박주호의 경기를 지켜보았기에 그를 이렇게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뉴스나 몇번 접하고 하이라이트를 보며 좋아하던 사람들일 것이다. 유럽 무대에 있는 선수들도 제대로 모르는데, 그보다 시청자가 훨씬 적은 포항의 경기는 얼마나 보았길래 이명주, 김승대를 아쉬워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애초부터 K리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면 K리그의 왕자인 이명주가 외면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비난할 자유도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비난할 상황에 놓이게 만든데에는 우리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아직도 박주호가 발탁된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대표팀이 큰 위기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으로 홍명보호를 까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뭐, 사람들 자유다. 하지만 비난을 하려면 좀 알고 비난을 했으면 좋겠다. 시작도 하기전에 위기에 처한 대표팀에게 응원을 해주는게 먼저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팬들은 꼭 경기마다, 팀마다 깔사람을 한두명은 정해놓고 시작해야 하나보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렇고, 함께 응원하는 팬들이 이런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