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이영표의 특급 해설, 브라질 월드컵의 또 다른 재미

Posted by Soccerplus
2014. 6. 1.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스포츠 방송은 다른 방송에 비해 제작진이 방송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기껏해야 하이라이트, 혹은 경기전 정보, 아니면 경기 후 후속 프로그램에서 스포츠 PD의 역량이 발휘될 뿐이다. 좋은 중계를 따내는 것, 그리고 그 중계를 좋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것이 스포츠국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스포츠 중계에서 해설자와 캐스터의 비중이 크다. 다른 부분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기 때문에 방송국들은 해설자들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 SBS의 배성재, MBC의 김성주가 각축을 벌이는 것도 이때문이고 KBS가 전현무를 데려오려고 하는 것도 이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출신 스타 해설진에 대한 스카우트 전쟁이 일어났던 것도 이에서 부터 비롯한다. 

국내 축구계에서 해설계는 '차범근'으로 모든것이 통일이 되었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해설위원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 그의 선수경험은 우리나라 축구인들 가운데 최고로 뽑히고, 국가대표팀 감독, 수원의 감독을 지냈으며 거기에 훌륭한 언변과 배성재라는 파트너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SBS와 계약을 한 차범근 해설위원은 국내 해설 가운데 독보적인 존재였다. 

지난 월드컵때는 단독중계였기때문에 차범근 해설위원의 중계를 당연하게 보았다면, 이번 월드컵은 다른 방송사들이 경쟁을 하게 되면서 선택의 폭이 늘어났다. 그리고 KBS와 MBC는 각각 한명씩 '믿는 구석'을 마련했다. 바로 안정환과 이영표, 두 월드컵 영웅들이다. 두 해설위원은 모두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월드컵 대표로 뛰었고, 얼마전 은퇴하면서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해설자로 데뷔하게 되었다. 아직 완벽한 해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의 가능성은 '특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해설위원이 다른 스타일로 시청자들에게 소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정환 위원은 직설화법으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라운드에서 그 누구도 제정신이 아니었던 지난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다음날 검색순위 1위에 오른 것은 홍명보 감독도, 스트라이커 박주영도 아닌 바로 안정환 해설위원이었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그라운드에서 정신력이 소멸된 대표팀 선수들을 혹독하게 꾸짖었다. 많은 해설위원들이 대표팀을 옹호하는 방식으로 해설을 해왔다면 안정환 해설위원은 후배들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거기에 최근 아빠 어디가, 라디오 스타에 나오면서 예능감을 뽑내며 '뭘해도 되는' 상황이다. 그의 예능감에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측불가능한 해설'이라고 본인이 말하는 CF를 보며 아직은 해설위원으로 완벽히 여물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해설위원보다 분명히 좋은 자질이 보인다. 특히, 전술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또한 예측 불가능한 해설이라는 기대하지 않은 면들이 시청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영표 해설 위원은 안정환 해설위원과는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선수시절 누구보다 냉철한 상황 판단으로 좋은 수비를 해냈던 그의 과거 선수 생활과 많이 닮아 있다. 차분하고 조곤조곤 설명을 잘해주는 느낌이다. 오늘 새벽에 열린 노르웨이와 러시아전을 평가하던 이영표해설위원은 '작두'를 타기도 했는데, 러시아가 실점을 많이 하는 시간대라고 말을 하자마자 노르웨이가 골을 넣은 것이다. 

특히 2010년 수비라인의 리더로 군림하던 이영표 해설 위원은 수비라인에 대한 진단이 빠르다. 상대가 어떤 수비를 펼치고 있고,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이를 뚫어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읽고 있다. 해설 위원의 기본 조건으로는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차분한 말투와 선수생활을 생각해본다면 믿음이 확실히 간다. KBS는 이런 이영표 해설위원을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시키며 시청률 상승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난주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차원이 다른 스킬을 뽐내며 역시 이영표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경기와 16강 이후 빅게임을 제외하고는 3개방송이 모두 중계하는 일이 없다. 아마도 3개 방송사 중 2개방송사가 방송을 하게 될 것 같은데, 모든 경기에서 강자인 SBS를 시청할 수 없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렇게 된다면 또 다른 해설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경기에서 안정환 해설 위원과 이영표 해설위원이 맞붙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들의 해설 경쟁은 여전히 2002년의 향수를 가슴에 품고 있는 대한민국 시청자들에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SBS가 단독 중계하던 시절에서도 차범근 해설 위원의 질좋은 중계를 들을 수 있었지만, 이번 대회가 상대적으로 더 기대되는 이유는 아마 이들의 해설 경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