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한국, '절실' 알제리, 분위기 가른 결정적 차이

Posted by Soccerplus
2014. 6. 2.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지난 튀니지전은 개인적으로 충격이었다. 대표팀에게 그 어떤 절실함도 보이지 않았던 것에 대해 절망스러웠다. 4년전 대표팀 30인 명단까지 올랐다가 탈락한 이근호가 후반 교체되어 나와서 이리저리 공간을 만드려는 절실함을 보여주었을 뿐, 다른 선수들의 절실함은 눈에 띄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표팀에 절실한 리더가 마땅치 않다는 것은 큰 아킬레스건이라는데에 동의한다. 2010년 박지성이 계속해서 생각나는 것은, 그런 기량과 정신력을 가진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존재가 대표팀엔 물론이고, 전체 풀을 되짚어봐도 생각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다. 

알제리는 아르메니아와 평가전을 벌였다. 애초에 H조 최하위, 우리나라의 1승 제물로 유력시되었던 알제리지만 아르메니아를 상대로 강력한 공격력을 뽐냈다. 특히 알제리는 이날 경기에서 최종 명단을 확정짓기위해 1.5군을 내세웠다. 우리나라의 경계대상 1호인 페굴리와 인테르 밀란의 타이데르 등 주요 선수들이 빠졌다. 1.5군으로 나온 이유는 최종 명단 23인이 아직 정해져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독은 마지막 20분이 남을 때 까지, 대표팀 23인 최종명단을 고민했다는 인터뷰를 남겼다. 선수들에게 승부욕을 북돋워주기 위함이었고, 선수들은 그에 대응을 했다. 1.5군 대표팀은 전반전에만 3골을 성공시키면서 할릴호지치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후반전에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지만, 이 부분에서도 감독은 투혼을 강조했다. 후반까지 체력이 이어지지 않는 선수들은 과감하게 떨어뜨리겠다는 뜻이었고, 월드컵을 앞두고 몸을 만드는 중이지만 선수들은 후반까지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유지했다. 

그리고 이 경기를 보면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왜 30인을 뽑고 이후에 23인으로 줄이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23인을 뽑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의 부작용으로 튀니지전의 졸전이 일어났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몸을 생각하기에 바빳고, 그리 무리할 필요없다라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애초에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도 있었고, 실제로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김진수도 있었다. 윤석영은 튀니지전 3일전에 대표팀에 입소를 했으며 실제로 대표팀이 23인을 모두 모아 훈련을 한 것은 일주일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일주일의 훈련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튀니지전에서 조직력을 발휘하지 못한 부분을 보면 그 훈련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만약 홍명보 감독이 23인을 뽑지 않고 30인을 뽑고 그 중 23인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쳤다면, 튀니지전의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허정무 감독은 30인에서 26인, 26인에서 23인으로 줄여가며 선수들에게 경쟁을 유도했다. 실제로 그 중 세명의 선수는 대회를 앞두고 평가전이 열렸던 오스트리아까지 동행을 하기도 했다. 이 때의 아픔을 겪은 선수들은 구자철, 이근호, 곽태휘인데 이 선수들이 2014년에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결코 작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보경, 지동원, 기성용, 박주영, 윤석영, 구자철 등 '홍명보의 아이들'로 대표되는 대표팀은 지난 튀니지전에서 제대로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홍명보의 전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앞서 말한 선수들이 나란히 침묵했던 것도 정신력과는 어느정도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선수에게서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월드컵을 앞두고 100%의 몸상태를 끌어올리는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출정식에서 늘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 

30인 중에 23인을 선발할 기회가 있었기에 이 부분은 아쉽다. 특히 알제리를 비롯해 많은 팀들이 30인을 뽑고 그 가운데 평가전을 통해 옥석을 가르는 작업을 했었다. 특히 홍명보의 아이들에 대한 편애논란이 끊이질 않는 대표팀에서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계속해서 주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 다음 가나전, 그리고 러시아전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