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가나전 완패, '이상한 나라의 대한민국'

Posted by Soccerplus
2014. 6. 10. 10:43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참 이상하다. 상대가 스페인도 브라질도 아닌데, 이상한 스코어가 나왔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8강 로드맵'에 따르면 이번 가나전을 통해 승리를 거두고 본선 경쟁력을 보여야 하는데 아직도 준비가 되지 않았나보다. 시작부터 이상했고, 마지막까지 이상했다. 우리나라는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경기에서 가나에게 4:0으로 패했다. 가나는 지난 4경기동안 득점이 없었고, 6경기에서 2골밖에 넣지 못했을 정도로 공격력에 빈곤함이 있었던 팀이었다. 하지만, 가나는 우리나라를 상대로 보약을 거하게 삼켰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H조 다른 3개국에게 안심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참으로 이상했다. 경기를 보는 내내 내가 이 경기를 보고 있는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이상한 대한민국이었다. 

1. 볼을 줄 곳이 없는 '이상한 대한민국'

후반 31분 윤석영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이 방송을 타게 되었다. 그의 입모양은 '(볼을) 줄 곳이 없어)'였다. 참으로 답답했다. 가나 선수들은 두 세명이어도 볼이 이어지고 골이 터지는데, 우리나라는 수비진에 8명이 자리해도 볼을 줄 곳이 없었다. 선수들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었고, 가나는 힘을 들이지 않고도 우리나라를 압박할 수 있었다. 수비에서도 볼을 줄 곳이 없는데, 공격에서는 어떻게 볼을 전개시키겠는가. 볼을 줄 곳이 없자 의미없는 롱패스만이 이어졌다. 참으로 이상한 경기였다. 

2. 최고참이 가장 큰 실수를 하는 '이상한 대한민국'

우리나라의 최고참은 81년생 곽태휘다. 그리고 그를 이어 85년생 박주영, 정성룡, 김창수가 있다. 그리고 경기를 보았다면 알 수 있듯 경기의 중심을 잡아줄 최고참들은 이날 경기에서 최악의 실수를 했다. 우리가 고참선수들을 신뢰하는 이유는 그들의 경험을 믿고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하기때문 아닌가. 하지만 곽태휘는 두번째 골 장면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했고, 첫번째 골 장면에서도 김창수의 패스를 앞에서 받지 못하며 경기분위기를 망쳤다. 김창수 역시도 첫번째 골장면에서 어이없는 패스를 하며 상대에게 골을 헌납했다. 이 두 선수의 실수속에 시종일관 끌려다녀야 했고, 두 선수는 조기 교체되고 말았다. 

3. 박주영-구자철 최적화 된 전술, 하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는 '이상한 대한민국'

박주영이 대표팀에 승선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올림픽 일본전을 생각했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의 전술 자체가 박주영에 최적화되어있고, 그렇게 되면 그 아래 라인의 구자철까지 살려줄 수 있는 전술이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껏 최적화의 뜻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박주영과 구자철은 이날 경기에서 경기에 겉도는 플레이를 했고, 위협적인 슛찬스를 한번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교체아웃되었다. 박주영이 오기전 대표팀의 스트라이커였던 김신욱은 아예 나오지도 못했다. 참으로 이상한 경기였다. 

4. 4득점 가나의 유효슈팅은 단 4개, '이상한 수비의 대한민국'

참으로 이상하다. 상대의 유효슈팅이 모두 골로 연결되었으니 말이다. 가나가 위협적인 찬스를 수차례 만들었지만 유효슈팅은 4개에 불과했다(한국은 0개). 하지만 이 4개의 슈팅은 모두 골로 연결되었다. 상대가 너무나 대단한 슛을 쏴서 말도 안되게 들어간 골은 단 한개도 없었다. 한두개정도는 막았어야할 정성룡이었지만 실패했고, 수비진들은 각도를 내어주며 유리한 찬스를 헌납했다. 마지막 골에서는 아예 의욕을 상실한 모습이었다. 

5. '잘하면 실력, 못하면 컨디션' 핑계 투성이 '이상한 나라의 대한민국'

지난 튀니지전의 졸전을 거울 삼아, 이번 경기는 철저히 준비하고 반드시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보인 대한민국이었다. 그리고 이를 중계하는 해설진들도 승리하는 경기를 중계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 내내 대한민국의 많지 않은 장점은 부풀리고, 단점은 컨디션탓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리 편하지 않았다. 물론 중간중간 속마음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무조건적인 컨디션탓은 듣기에 거북했다. 

6. 애지중지 해외파의 참담한 경기력, '이상한 대한민국'

우리나라의 대표팀은 역대 가장 많은 유럽파, 그리고 가장 많은 해외파로 구성되어있다. K리그 출신은 골키퍼를 제외하면 김신욱과 이용, 이근호뿐이다. 유럽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많고, 그만큼 경험도 많기에 역대 최강의 멤버로 구성되어있다는 평도 있었다. 독일, 잉글랜드 등 최강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우리나라의 주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아끼고 아껴 길러온 해외파들의 경기력은 참담했다. 손흥민과 이청용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5점이상의 평점을 주기가 어렵다. 오히려 후반에 교체되어 들어온 이근호의 움직임이 가장 좋았다. 

7. 역대 최악의 평가전 성적, 그럼에도 목표는 8강, '이상한 대한민국'

우리 나라는 최근 세번의 대회를 앞둔 평가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2002년 잉글랜드, 프랑스전이나 2010년 일본전 스페인전은 대회를 앞두고 기대감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한 대회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둔 두 경기는 정말 최악이었다. 월드컵에 참여도 못하는 튀니지에게 0:1, 가나에게는 0:4로 패했다. 우리가 만날 본선 상대는 아직 평가전도 치러보지 못한 유럽 2국가가 포진되어있다. 자신감이 결여된 우리나라 대표팀이 과연 본선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심히 우려스럽다. 승점 자판기가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2010년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은 세르비아, 한국, 잉글랜드, 코트디부아르에게 연거푸패하며 그동안 연습하던 전술을 버리고 수비 일변도로 월드컵을 진행했다. 당장 결과가 중요한 상황에서 나온 결단이었다. 결과는 16강으로 이어졌고, 일본은 대회에서 혼다라는 스타를 배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때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