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대표팀, 반전의 여지는 있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6. 12.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참으로 처참하다. 주변에서 월드컵이 다가왔음에도 월드컵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일단 우리나라가 잘해서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월드컵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이미 두 경기의 평가전을 망쳐놓았기에 분위기는커녕 기대가 되지 않는다. 금요일 새벽에 첫 경기가 시작되면 분위기는 어느정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난 월드컵만큼 기대가 되지 않는 것은 인정해야할 사실이다. 

튀니지에게 0:1, 가나에게 0:4로 패한 우리나라다. 이 두 경기 결과만 놓고보면 우리나라는 월드컵에서 16강은 커녕이고 1승도 기대할 수가 없다.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는 우리가 붙었던 팀들과 비슷한 수준의 강팀이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어떤 경기를 펼치는 것만큼 상대와의 궁합도 중요한데, 압박이 심한 러시아, 개인기가 강점인 알제리와 벨기에는 우리나라에게는 쉽지 않은 상대이다. 상대에 대한 대비를 우리나라가 잘했다고 하더라도 평가전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H조 최약체 전력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패배가 확실한 경기를 봐야할까? 우리나라는 본선에서 제대로된 경기를 할 수 없을까? 과연 홍명보 감독이 말한대로 우리나라가 반전을 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지금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이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 급선무다.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정말로 선수들이 전진하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린 모습이 안타까웠다. 홍명보 감독이 비난을 받고 있기는 해도 리더십으로는 그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 감독이다. 이 부분에서는 홍명보 감독을 믿어야하고, 믿어볼 수 밖에 없다. 

선수들 내부에서도 어떤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가나전에서 노출한 문제점은 경기적인 부분보다 그렇지 못한 부분도 컸다. 특히 2번째 골을 허용했을 때 심판이 당연히 휘슬을 불 것이라고 생각하고 세 명의 수비수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골을 허용했을 때도 선수들은 의욕을 상실한 모습이었다. 이런 경기는 보고싶지도 않고, 선수들도 해서는 안된다. 주장과 베테랑을 중심으로 세경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경기인 러시아전에 정신 무장을 제대로 해야한다. 

2010년 일본은 월드컵을 앞두고 4경기의 평가전을 치렀다. 세르비아, 대한민국, 잉글랜드, 코트디부아르와 4경기를 했고, 4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그리고 오카다 감독은 지금까지 준비했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9명의 수비 1명의 공격수 체제로 일본 전술을 바꿨다. 당시 대표팀의 주력 멤버 엔도는 우리가 준비했던 모든게 통하지 않아 전술을 포기해야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았다. 일본은 덴마크를 누르고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16강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전자의 입장에서 경기준비를 수정한 결과였다. 

우리나라도 이런 극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두 경기를 통해 최소한 현재 주전들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확인은 끝났다고 본다. 일단 대체자원이 있는 부분에서의 교체가 필요하다. 가장 변화가 필요한 포지션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의 구자철이다. 주장을 맡고 있을만큼 신뢰를 받고 있지만, 개인적인 평가로는 구자철이 우리나라 11명 가운데 최악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구자철이 아닌 이근호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는 선수이다. 상대의 압박에서 그나마 자유로웠던 선수가 이근호였다. 

또 한가지 공격수 포지션의 김신욱 카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김신욱은 작년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공중볼 경쟁력은 물론 골을 기록한 기억도 있다. 당시의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는데, 김신욱을 투입해 상대를 압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신욱이 이근호와 함께 많은 활동량으로 압박을 하고, 후반전에 박주영을 꺼내는 것은 어떨까. 박주영이 선발로 나온 그리스전이 좋았지만, 그 전 김신욱이 선발로 나왔던 스위스-러시아 전도 나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 자신도 지금까지 이어왔던 자신의 고집을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는데 자신이 익숙한 선수들을 고집하는 것은 밤을 지새워 응원할 국민들에게 옳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력상 러시아에게 밀린다는 것을 인정하고 실리적인 축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술적인 유연성도 감독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반전의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홍명보호가 본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반전의 열쇠는 우리가 쥐고 있다. 러시아의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고, 현지의 환경이 어떻고,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제발 후회없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최선을 다한 경기에서 그리고 할 수 있는 모든 정신력을 소진하는 경기에서 우리나라 팬들은 응원할 의지를 느낀다. 제발 지난 4년간 기다려왔던 우리의 축제를 축제처럼 보낼 수 있기를,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