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표팀엔 제라드가 아닌 박지성이 필요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6. 13.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현시대 '캡틴'으로 가장 크게 인정을 받는 선수는 스티븐 제라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리버풀의 경기를 보면 제라드의 리더십은 실로 대단하다. 선수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능력은 물론이고 본인의 경기 내적인 능력도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을 살만하다. 미드필더의 포지션에서 그야말로 지휘관의 역할을 하는 선수가 바로 제라드이다. 우승을 목전에 둔 지난 시즌 막판 제라드의 리더십은 가히 압권이었다. 타고난 리더라는 것은 바로 제라드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도 캡틴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2010년, 그리고 2011년 아시안컵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대표팀을 이끌었다. 박지성은 사실 캡틴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다. 내성적인 성격에 타고난 리더십을 갖고 있는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리더십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박지성은 '솔선수범'의 리더십이었다. 본인이 한걸음 더 뛰고 한번 더 태클을 했다.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뛴다는 것이 선수들에게도 느껴졌다. 그리고 이러한 승부욕과 정신력은 그라운드에 있는 모든 선수들에게 전달되었다. 

현재 홍명보호에는 제라드도, 박지성도 없다. 제라드는 타고 나야하지만 박지성의 경기 태도는 11명 모두 따라할 수 있다. 그의 타고난 체력을 따라가기는 힘들겠지만, 단 3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월드컵 조별예선이라면 '솔선수범', '죽기살기'가 모두 가능하다. 그리고 지난 대표팀과 지금의 대표팀이 가장 다른 것은 선수들에게 박지성의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가전이라고 게을리 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평소에 경기를 뛰는 선수 태도의 문제이다. 

이 부분에서 현재 경기를 치르고 있는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대표팀에 리더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다. 주장 구자철, 부주장 이청용이있고 국대 경험이 가장 많은 박주영과 기성용도 있다. 문제는 이 선수들의 활동량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이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폼도 그리 좋지 못하다. 우리가 박지성을 그리워 하는 것은 그의 경기력뿐만이 아니라 그가 경기에 임했던 태도가 그리운 것이다. 

가나전 4골이 모두 수비진의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네 골 모두 먹히면 안되는 골이었다. 김창수의 패스미스가 있었지만, 수비와 1:1 상황에서 기성용이 한 발 더 치고 나가서 몸을 던졌다면 이 골은 수비를 맞고 튕겨나갔을 것이고, 수비 조직력이 무너진 세번째 골에서는 선수들이 밀집 수비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다가 골을 허용했다. 네번째 골에서도 박주호가 볼을 빼앗기자 수비 가담이 늦었고, 커버를 들어오는 기성용의 태클이 반박자만 빨랐어도 상대의 골은 기성용의 발에 맞았을 것이다. 

우리가 화가 나는 이유는 바로 상대가 분명히 우리와 기량차가 크지 않아보이는데 이런 실수로 골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수의 뒤에는 경기를 임하는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주심이 휘슬을 불기전에는 볼이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할 때도 지켜야 하는 룰이고, 상대가 치고 나가는 것을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은 축구를 모르는 사람도 화가 날 일이다. 우리 선수들은 지금 그런 플레이를 하고 있다. 

카리스마도 중요하고 경기를 압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4년에 한번 오는 대회를 임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11명의 선수들이 똘똘뭉쳐 보여주었던 응집력을 기억한다. 그 선수들이 지금 선수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년만에 달라진 정신력이 무엇보다도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선수들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인생에서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를 이렇게 비난에 시달리면서 준비해야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봐왔다. 그리고 이들이 더 뛸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러시아전은 그 어떤 경기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상대가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기 때문에 그 조직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속해서 압박을 해서 상대의 조직력을 무너뜨려야 하고, 상대가 원하는 경기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우리가 조직적으로 부족하다면 상대의 조직력을 무너뜨리기라도 해야한다. 

1998년 멕시코전과 네덜란드전을 최악의 졸전으로 패했지만 마지막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투혼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 감동했고 박수를 보냈다. 수많은 비난이 찬사로 바뀌는 것은 한끝차이다. 이미 많은 것이 진행되어왔고 이제 실전만 남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박지성'의 마음 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