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편파 해설, 국민들이 더욱 더 열광한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4. 6. 16. 07: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여러 방송사들이 새로운 얼굴들을 영입했습니다. 전통의 강호 SBS는 왕좌를 지키기 위한 입장에서 차두리와 박지성을 객원 해설로 영입했고, MBC와 KBS도 많은 선수출신 스타 해설위원을 영입했습니다. MBC는 아빠 어디가를 통해 예능감을 알린 안정환과 송종국을 영입했고, KBS도 이영표를 메인 해설위원으로 그리고 김남일을 스튜디오 해설로 영입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세대들이 이제 방송국에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홍명보와 김태영은 코칭 스태프로, 그리고 안정환을 비롯한 해설위원들은 방송국에서 2002년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 역시도, 지난 월드컵을 독점 중계했던 SBS의 강세가 계속 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배성재와 차범근 해설위원 콤비가 워낙 강력하고, 여기에 유럽에 많은 정보원들을 갖고 있는 차두리와 박지성까지 합류한 SBS는 산술적으로 최고의 전력을 갖고 있는 조합이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조금 다른 듯 합니다. 아빠 어디가의 예능감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안정환 해설위원과 매우 똑부러지는 전문가 스타일의 이영표 해설위원의 도전이 거셉니다.

한차례 큰 대회, 큰 경기가 있을 때마다 해설위원의 선호도와 순위가 바뀌는 것이 사실입니다. 98년 2002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송재익-신문선 콤비는 2006년 스위스전을 기점으로 인기를 잃었고, 그 자리를 2010년 월드컵 독점중계와 맞물려 차범근 해설위원이 최고로 등극을 했죠. 그리고 각종 스포츠중계에서 기량을 갈고 닦던 배성재 캐스터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런던 올림픽을 거치면서 이 콤비는 더욱 더 강력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브라질 월드컵 2002년 월드컵 세대가 해설에 합류하면서 이 왕좌가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범근 해설위원의 위용에 마주할 KBS의 비장의 카드가 바로 이영표 해설위원입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선수 생활때도 그렇듯, 매우 똑부러지고 정확한 해설을 해주고 있습니다. 첫 경기에서 브라질의 패널티킥이 오심이라고 확실하게 말해주면서 그의 카리스마가 빛을 발했습니다. '오심입니다' 라고 말해주는데 보는 팬의 입장에서는 속이 다 후련하더군요. '초롱이'라는 그의 평소 별명과 같이 이영표 해설위원은 초롱초롱한 해설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전 10시, 냉철한 이영표 해설위원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숙적 일본의 경기였죠. 이영표 위원은 경기에 앞서 일본의 패배를 예상했지만 시작하자마자 15분만에 터진 혼다의 골을 보며 흥분했습니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해설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늘 냉철하게 경기에 임하는 스타일인데, 이렇게 목소리가 나가면서 샤우팅을 하는 것은 처음보았습니다. 

심지어 경기 중간, 조우종 캐스터가 자제하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영표 위원의 편파 해설 (우리는 애국 해설이라고도 하지요) 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드록바가 등장하고 코트디부아르가 연속해서 2골을 넣자 피로가 싹 풀린다며 좋은 기분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해설에 열광했습니다. 우리팀이 잘하는 것만큼, 일본이 못하는 것이 큰 관전포인트였습니다. 더군다나 경기에 앞서 얼굴에 전범기 페이스페인팅한 팬이 보이기도 했고, 친일 문제로 국내가 뜨겁습니다. 국민 모두가 이영표 위원의 심정에 동감을 했을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은 역시나 밉상이었습니다. 월드컵에 전범기를 형상화한 유니폼을 홈 유니폼으로 채택했던 것이죠. 그리고 FIFA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에 대놓고 RISING-SUN (욱일승천)을 형상화했다고 명시를 해놓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반발을 하긴 했지만, 이런 반발을 들었다면 일본이 아니죠. 아니나 다를까, 얼굴에 전범기를 칠한 일본팬들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아시아 국가를 응원해볼까라는 0.1%마음마져 사라졌습니다. 

평소에는 냉철했던 이영표 위원이 그렇게 심리적으로 흥분했기에 우리는 더욱 더 열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똑똑하고 단단해보이는 이영표 위원도 역시나 우리와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드컵에 이런 냉철한 사람도 흥분하는데 우리라고 기분 좋아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요. 여기에 똑부러지는 해설이 가미되니 SBS로 쏠렸던 마음이 KBS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스튜디오에서 김남일 해설위원이 '코트디부아르'로 임대를 간 것이 아니냐고 우스개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마음같아선 다음 경기에는 그리스로 임대를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해설위원의 덕목이 시대가 바뀌면서 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캐스터가 조금 흥미를 유발하고 해설위원은 전문성이 중요한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해설위원도 유머러스 해야합니다. 유머러스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심리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가져야 합니다. 2002년 차범근 해설위원이 차두리 선수의 출전때 긴장했던 것이나 만담 해설을 들려주고 있는 안정환 해설위원처럼 말입니다. 

해설위원의 장외 대결이 뜨겁게 이어지면서 시청자의 선택의 폭은 더욱 더 늘어난 듯 합니다. 3개의 방송국의 메인 중계진이 각자의 특색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진검승부는 18일 러시아전입니다. 제대로된 시청률 평가가 나온다면 월드컵 이후, 축구 중계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청자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