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예언, 이근호 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4. 6. 19.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이번에도 이영표 해설위원의 예언이 맞아 떨어졌다. 스페인의 몰락과 일본의 패배를 예상하더니, 이제는 우리나라의 키플레이어로 이근호를 선정해 맞췄다. 이근호가 우리나라의 월드컵 첫번째 골을 넣었고, 우리나라는 러시아를 상대로 선전하며 소중한 승점 1점을 따냈다. 알제리와의 경기는 정말로 중요한데, 알제리와 경기에서 승리를 한다면 우리나라의 16강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이번 월드컵 내내 이영표 해설위원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의 화려한 선수생활은 물론이고, 그의 탁월한 해설능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예언' 능력에 팬들이 즐거워 하는 것 같다. 벌써 큼직한 세 건의 예언을 했으니 다음 예언을 사람들이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이영표에게 벌써 '문어' 영표라는 별명이 생길정도니, 사람들이 얼마나 그를 신뢰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경기가 끝나고 이근호 선수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다. 자신을 키플레이어로 주목한 이영표 해설 위원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자신을 키플레이어로 지목해주고, 자신이 4년전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에서 마지막에 탈락했을 때 방에서 같이 울어준 이영표 선배님께 감사하다"라는 말이었다.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 이영표 위원의 배려심과 이근호 선수가 그동안 얼마나 고된 시간을 보냈을 지에 대한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이근호는 2009년 유럽 이적을 모색했지만 진출이 불발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파리 생제르망과 계약이 거의 성사가 되는가 했지만 당시 이적이 예상되었던 선수의 이적이 취소되면서 이근호의 이적도 취소되었다. 그후 네덜란드, 덴마크리그까지 알아보았지만 그의 연봉을 맞춰주기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근호는 K리그에서 최고의 선수였다. 이근호는 울산으로 이적해 소속팀을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으로  올려놓았다. 김신욱과 함께 철퇴축구를 이끌었다. 또한 지난 시즌에는 2부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키기도 했다. 본인은 2부리그에서 뛰면서 폼을 조금 잃은 듯한 모습이었지만 기량은 여전했다. 또한 챔스 우승을 통해 2012년 아시아 올해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공정성 논란이 있긴 하지만 박지성-이영표도 타지 못한 상이다). 

이근호 선수는 2010년, 그리고 2014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일등 공신을 한 선수다. 2010년에는 박주영과 투톱을 이뤘고, 2014년에는 3차예선에서는 이동국과 그 이후에는 김신욱과 투톱을 맡아 중요한 골들을 많이 넣어주었다. 2014년 월드컵에서 가장 큰 분수령이였던 3차 예선 쿠웨이트전에서는 헤딩골을 기록하며 우리나라를 최종예선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월드컵을 앞두고 폼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결국 최종 23인 명단에 드는데 실패했다. 26인에서 3명을 탈락시켰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근호 (나머지는 구자철, 신형민) 였다. 그의 자리에는 주가를 올리던 이승렬이 들어갔다. 

이근호 선수는 동료를 이용할 줄 아는 선수, 그리고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선수이다. 다소 투박한 드리블과 아쉬운 결정력을 갖고 있지만 그를 상쇄하고도 남을 움직임을 갖고 있다. 움직임만큼은 월클이라 생각한다. 상대의 뒷공간을 빠져들어가고 그 공간에서 기회를 노리거나, 혹은 그의 현란한 움직임을 막기위해 수비수들이 달려오면 이를 이용해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선수다. 

4년전보다 29세인 지금 더욱 더 기량이 발전했다고 본다. 그에게는 4년전 월드컵 탈락이 매우 큰 약이 되었을 것이다. 현란한 움직임을 통해 팀에게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자리잡았고, 해외파를 중용하는 홍명보호에서도 무난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홍명보호 초반 여러 선수들을 센터포워드로 실험하며 어려움을 겪었을 때,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것이 바로 이근호였다. 그 이후 김신욱과 박주영이 등장했다. 

러시아의 뒷공간을 노리기 위해서는 이근호의 움직임이 필수적이었다. 이영표 위원은 그것을 읽은 것이다. 상대가 워낙 좋은 신장을 갖고 있기에 김신욱 카드보다는 이근호 카드가 효과적이라고 생각되었고, 실제로 홍명보 감독도 이근호를 활용했다. 이영표 위원은 4년전 이근호의 아픔을 누구보다 앞에서 보았기에 그가 와신상담하고 대표팀에 어떤 각오를 갖고 들어왔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은 서로에게 윈윈이 되었다. 이근호는 대표팀의 새로운 스타로, 이영표 위원은 다시 한번 예언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이근호가 소위 말하는 스타도 주전도 아니었기에 그를 택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근호를 믿고 지목한 이영표 위원이 대단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영표 위원이 알제리전에서는 누구를 키플레이어로 지목할까. 조심스럽게 알제리전에서는 김신욱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