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벨기에전, 김신욱 카드 꺼내야 한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6. 21.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아자르, 루카쿠, 비첼, 메르텐스 등 호화군단을 풀 가동한 벨기에였지만, 수비위주의 경기 운영을 했던 알제리의 벽을 쉽사리 뚫지 못했다. 알제리는 매우 수비적인 경기로 상대를 압박했고, 벨기에는 제대로된 공격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벨기에가 교체 카드를 가동하자 알제리의 벽은 무너졌다. 경기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보였던 선수는 교체로 들어갔던 마루앙 펠라이니였다. 펠라이니는 큰 키를 이용한 제공권을 바탕으로 동점골을 넣었고, 결국 역전승의 발판이 되었다. 더운 날씨에서 상대를 어떻게 공략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전에서 박주영을 선발로 기용했고, 후반전에는 이근호를 교체 투입했다.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발이 느린 수비진을 파헤치기 위해서 전반에는 박주영을 투입하고 후반에 이근호의 활동량을 이용해 상대를 공략했다. 그리고 이근호는 많은 움직임을 통해 골까지 성공시키면서 이날 경기의 스타가 되었다. 박주영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박주영이 있었기에 이근호가 빛을 냈다고 생각한다. 전략적인 선택이 성공을 한 것이다. 

브라질의 습도와 더운 날씨가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팀들이 후반전 20분 이후에 발이 묶이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구자철과 홍정호가 근육경련을 호소하며 운동장에 드러누웠다. 홍정호의 근육경련은 뼈아팠다. 홍정호가 90분을 정상으로 소화할 수 있었다면 경기의 결과는 아마 더 긍정적이었을 것이다. 더운 날씨에서 선수들의 체력이 문제가 되면서, 후반전 교체 카드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도 상당히 중요해졌다. 앞선 경기에서 이근호카드가 힘을 발휘했다면, 이제는 김신욱 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알제리를 상대로 보여준 벨기에의 펠라이니 카드가 효과를 발휘했듯, 우리나라에는 김신욱이 있다. 알제리의 주장이자 주전 수비수인 부게라가 190cm, 그리고 라피크 할리체가 187cm로 작지 않은키다. 하지만 김신욱은 이들보다 더 큰 196cm이다. 또한 다른 장신 공격수들과는 달리 많은 활동량을 주무기로 삼는다. 상대가 지쳤을 시기에 김신욱을 투입하게 된다면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후반전으로 가면 갈수록 선수들의 체력이 달리고 패스게임이 힘들어진다. 패스게임을 고집하기보다는 후반으로 가면갈수록 단순한 공격을 해야한다. 

러시아전에서 느낀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세트피스였다. 세트피스에서 조금 더 파괴력을 더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공격이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다. 필드플레이어 중 가장 장신인 기성용이 키커로 나서기에 우리나라의 세트피스시 평균신장은 그리 높지 않다. 김신욱이 투입된다면 세트피스에서 훨씬 더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김신욱이 아니더라도, 상대는 김신욱이 들어오면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다른 선수들에게 더 많이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벨기에전에서는 김신욱이 교체가 아닌 선발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부터 다다음 경기를 생각하는게 의미없을수도 있지만 벨기에의 세트피스 공격은 너무나 무섭다. 반 부이텐이 197cm이고 빈센트 콤파니가 190cm이다. 거기에 펠라이니가 194cm, 루카쿠도 190cm다. 우리나라의 평균신장은 182cm이고, 수비진에 190을 넘는 선수가 한 선수도 없다. 상대를 막기 위해서는 김신욱이 필요하다. 김신욱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상대를 괴롭히고, 후반전에 박주영이나 이근호 카드를 꺼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원톱으로 박주영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박주영이 유기적인 패스워크를 자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많은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운동량도 기대보다는 많이 못미쳤다. 오히려 이근호를 선발로 쓰고, 김신욱을 후반 교체 투입한다거나 김신욱을 선발로 내세우고 박주영이나 이근호를 후반에 교체투입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킬러본능이 가장 날카로운 선수가 박주영이지만 컨디션이 제정상이 아닌 선수를 고집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비공개 훈련을 통해 홍명보 감독이 어떤 전술을 담금질했는지는 알 수없다. 가나전에서도 김신욱을 아꼈었다. 그리고 김신욱이 과거 98년의 이동국이나 2010년의 이승렬처럼 이번 대회에 경험을 쌓기 위해 상징적으로 데려온 선수도 아니다. 분명히 우리나라의 핵심 전력이고 상대방에게는 큰 위협이다. 박주영-김신욱-이근호,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장점을 홍명보 감독이 잘 이용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