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한국 축구 정신력으로도 막을 수 없었던 패배

Posted by Soccerplus
2014. 6. 23. 06:14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3:0, 전반전만 3:0의 스코어를 받아들고 많은 팬들은 월요일 아침을 위해 다시 잠을 청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아쉽다. 후반전의 대표팀은 전반전의 대표팀과 아예 다른 팀이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골이 들어갔고, 아쉽게 한 골을 허용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3골차의 승부도 해볼만 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2골차이,  추가시간이 4분 밖에 되지 않느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끝까지 골을 넣기 위해 덤벼들었다. 손흥민이 넘어졌을 때 패널티킥이 선언되지 않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1무 1패, 거기에 알제리에 2점차로 패배하며 조 최하위로 몰렸다. 당초에 승리를 기대하던 우리나라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경기였다. 2점차로 패했고, 선수들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후반전, 정신력이 다시 고양되면서 추격을 했지만, 결국 전반전에 허용한 골들을 다시 돌려놓지 못하고 선수들은 패했다. 후반전에 한골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나라는 이기는 경기를 한만큼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후반전의 자세가 달라졌다는 것, 두 골을 얻어냈다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야 할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적으로 졌다. 우리조에서 최약체라고 생각되었던 알제리에게 사실상 완패했다. 우리조 최강팀인 벨기에를 상대로 승리를해야 16강에 올라가는 상황에 놓였다. 16강의 벽은 사실상 어렵다. 우리나라가 벨기에를 2골 이상으로 이겨야 가능성이 생긴다. 처음부터 벨기에를 이기기는 힘들다고 생각했기에 가능성은 없는 것이나 가깝다. 알제리가 약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우리나라의 약점을 잘 공략했다. 그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일단 4-2-3-1로 계속해서 전술을 고집했던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고 싶다. 박주영은 어떤 움직임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전에 나온 김신욱의 힘은 매우 대단했고, 실제로 그 힘으로 한 골을 넣기도 했으며 상대는 그를 막기 위해 세트피스에서 두 명의 수비수를 전담시켰다. 박주영을 이렇게까지 고집해야했을까. 선수들만큼 우리가 분하고 원통하겠느냐만, 악수를 둔점은 너무나 아쉽다. 

상대는 피지컬이 약하고, 개인기가 좋았다. 그렇다면 굳이 우리나라가 패스게임을 고집해야했을까. 처음부터 김신욱을 넣어서 단순하게 경기를 한 뒤, 다른 선수들을 이용하는 플레이를 했다면 어땠을까. 손흥민은 컨디션이 절정이었고, 구자철도 몸이 많이 올라왔다. 패스게임을 고집해서 중원을 거치려고 했던 것이 우리나라의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전반전에 중원을 거치지 못해 슈팅을 하나밖에 하지 못한 것이 바로 이 이유에서 였다. 상대가 볼소유를 많이 해도, 우리나라가 이따금씩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쉽사리 올라오지 못하는데, 우리는 바닥이 미끄러운 상황에서 한 방법만 고집을 하다가 패했다.

또한 수비수들의 균열도 어느정도 걱정스럽고 예견되었던 부분이었다. 김영권-홍정호, 홍명보 감독이 청소년대표팀부터 공들여왔던 선수들이지만 전반전에서 3골, 그리고 후반전에서 1골을 헌납했다. 2013년 홍명보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노출했던 두 선수사이의 뒷공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상대는 이부분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그리고 이 공격방법으로 우리나라에게 두 골을 빼앗았다. 

월드컵을 계속해서 나가는 우리나라지만, 이번 대표팀에서는 월드컵을 경험해본 선수들이 많지 않다. 전반전에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선수들이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 전반전에 첫실점을 하고, 두번째 실점을 연달아 한 부분에서 선수들은 크나큰 실망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실망이 경기장안에서 드러났다. 우리가 예상밖의 실점을 하고 난 뒤, 동점을 만드려고 달려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다시 우리 플레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흥분한 상태로 바로 골찬스를 헌납하고 골을 먹었다. 너무나 아쉬웠던 부분이다. 

이 경기에서 졌다고 해서 내가 한국 축구를 안보겠다거나 이번 대회를 포기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후반전에 희망을 보여주었기에 남은 세번째 경기에서도 이런 경기력을 기대하고 싶다. 한국 축구는 원래 이랬다. 늘 궁지에 몰리면 예상치도 못한 상대를 잡아내고는 했었다. 벨기에의 전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벨기에를 잡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벨기에는 이미 16강이 확정된 상황이고 조1위도 유력한 상황이다. 동기부여가 많이 되지 않을 것이다. 

고개숙이고 자책하지 말라. 아직 대회는 진행중이며, 끝나지 않았다. 이번 경기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면 후반전에서의 선전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후반전에 상대를 압도했으며 3골의 스코어를 뒤집을뻔했다. 한국축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98년 멕시코, 네덜란드에게 2연패를 하고 마지막 벨기에전에서 붕대를 싸매는 투혼으로 무승부를 이뤄냈더랬다. 2006년 스위스전, 경기에서 패했지만 최선을 다하며 엉엉울었던 이천수의 눈물은 아직까지도 기억된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과 구자철등 잘 싸운 선수들은 눈물을 참으며 인터뷰에 임했다. 그리고 지금의 이 마음을 금요일 새벽에 다시 펼쳐보여주길 바란다. 상대는 해볼만 하다. 그리고 16강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의 패배는 인정하고 다음의 승리를 약속해달라. 우리도 포기하지 않고 응원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