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은 한국축구, 포기 안한 건 국민들뿐이었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6. 27. 07:27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4년을 기다려온 대회는 이렇게 끝났다. 1명이 적은 벨기에에게 이렇다할 찬스도 만들어보지 못하고 우리나라는 조 최하위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16강 가능성이 0.8%라는 보도가 나왔듯, 우리나라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이 경기를 보기 위해 밤을 지샜다. 한국 특유의 거리 응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많은 팬들이 이번 경기를 두고 '기대되지 않는다', '열심히 뛰고 오라'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모두들 속으로는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혹시나', 혹시나 우리나라가 기적을 만들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적은 잃어나지 않았고 10명이 싸운 벨기에에게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우리가 비웃던 이란과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이번 대회에서 1승도 챙기지 못했다. 1무 2패, 지난 대회에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었다. 

해설위원과 캐스터, 중계 위원들도 끝까지 우리나라를 응원했다. 분명히 16강의 가능성이 없어진 상황이었음에도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지 않기를 기대했다. 후반 20분, 후반 30분, 계속해서 시간은 갔고 안타까운 플레이들만 이어졌다. 전반전 막판, 드푸르가 퇴장당했을 때만 해도, 후반전에 2골을 넣으면 16강에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에 벅차올랐다. 하지만 후반전에 공격적으로 경기를 가져갔지만 큰 의미는 없었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가장 소리를 지르고 열심히 응원한 것은 중계석의 앉아있는 캐스터와 해설위원이었다.

 안정환, 이영표, 차범근 같은 한국축구의 영웅들은 이번 경기를 보면서 속으로 너무나 안타까웠을 것이다. 패스를 하지않고 드리블을 고집하는 선수들에게는 패스를 해야한다고 꼬집었고, 월드컵은 경험을 증명하는 대회이지 경험을 하는 대회가 아니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첫 경기 러시아전에서 보여줬던 기대감은 알제리전에서 실망으로 바뀌었고, 벨기에전에서는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끝까지 응원을 했다.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은 그에 비해 아쉬웠다.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았다. 대표팀에 리더는 없었고, 리더 역할을 해줘야할 선수들은 부진했다. 지난 알제리전에서의 대패가 마음에 남아있는 듯, 경기 내내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다. 작년 10월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지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던 선수들은 없었다. 뭔가 더욱 더 완벽한 찬스를 만드려 하는 모습, 뭔가 더 다가가서 패스를 하려는 모습에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보다 더 강한팀을 만나서 이기려면 도전을 해야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에게 도전정신은 없었다. 우리의 약점을 완전히 들켜버린 알제리전부터 선수들은 급격히 무거워졌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국민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이런 경기결과로 나타났다. 10명이 싸우는 벨기에는 분명히 할만한 팀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공격은 갈수록 무뎌지고 상대의 역습은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베르통언에게 골을 허용했을 때, 우리 나라 선수들은 발이 묶여있었다. 상대는 리바운드볼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 골이 들어가면서 16강행은 완전히 멀어지고 말았다. 

상대팀의 감독인 빌모츠도 우리나라의 약점을 알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우리나라의 약점은 부담감이었다. 그랬기에 후반전에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를 두 명이나 교체할 수 있었고, 오리지의 슛을 시작으로 골을 만들어 냈다. 감독이 가장 약점으로 꼽히던 벨기에지만 이번 대회를 거치며 자신감을 얻은 빌모츠 감독의 용병술은 우리나라의 약점을 정확하게 뚫었다. 

벨기에는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강팀이었다. 실력으로는 우리보다 훨씬 더 강팀이다. 그러나 경기를 보며 그리 해보지 못할 상대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어짜피 후반전, 실점을 각오해야하는 상황이었다면 조금 더 도전을 해야했었다. 선수들은 빈공간을 향해 움직이거나 패스하지 않고 드리블을 했고, 수비라인을 완전히 갖춘 벨기에의 수비사이를 뚫기는 어려웠다. 알제리의 높이와 벨기에의 높이는 달랐고, 김신욱은 고군분투했지만 주변 선수들이 피지컬에 밀렸던 경기였다. 

더욱 더 강해져야 한다. 잉글랜드, 이탈리아, 우루과이등 세계적 강팀이 속해있는 조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코스타리카를 보며 이번 대회가 얼마나 이변의 대회인지를 알 수 있다. 코스타리카는 90분내내 겁먹지 않고 상대에게 도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패기가 없었다.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회에 앞서 평가전을 거치면서 자신감이 떨어졌고, 겨우 러시아전을 통해 회복을 했지만 전술적인 상대의 도전에 무너진 대회였다. 전술적인 도전은 전술적으로 맞서야 했지만 정신적인 요구를 했던 것이 이번 대회의 실패의 이유였다. 그리고 정신적인 요구에도 응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은 선수들의 경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닦는 선수들의 얼굴을 보았다. 이들도 얼마나 최선을 다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실력으로 졌다. 기량일수도 있겠지만 정신적으로도 지배당한 경기였다. 10명이 나오고도 11명이 있는것처럼 뛴 팀과 11명이 있음에도 10명이 있는것처럼 뛴 팀의 차이였다. 앞으로도 이들을 계속 응원할 것이다. 이들에게 '수고했다'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잘했다'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