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의 영광, 2014 브라질의 독이 되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6. 28.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2012년은 그간 축협에서 공들어 길러온 홍명보 감독의 결실이 맺어지는 해였다. 17세, 19세 청소년 월드컵, 아시안 게임, 그리고 런던 올림픽까지 계속해서 홍명보 대표팀에게 각급 대표팀을 맡겼고, 동메달이라는 성과도 얻었다. 당시 홍명보의 리더십이 크게 찬양을 받았고, 특히 일본과 펼친 동메달결정전에서 상대를 확실하게 눌렀던 기억은 홍명보 감독의 최고 장면으로 뽑힌다. 

또한 홍명보 감독은 대한민국의 영건들을 길러냈다. 기성용, 구자철, 김보경, 남태희, 김영권, 윤석영, 박종우, 지동원같은 선수들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스타가 되었다. 또한 기존의 스타였던 박주영과 정성룡이 이 대회 동메달을 통해 병역 면제를 받으며 향후 10년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진출에 성공하면서 대표팀의 황금세대를 이룩하는 듯 했다. 

월드컵 최종 예선을 좋지 못한 성적으로 끝낸 뒤,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해 이야기가 많았다. 최강희 감독은 시작부터 임시감독을 못박았고, 다음 감독을 데려와야 했다. 축협은 이 상황에서 홍명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은 직접 인터뷰에서 자신이 세번째 대표팀 감독 제의를 수락한다며 대표팀의 목표와 슬로건을 정한다. 또한 한국형 축구라는 새로운 축구를 하겠다는 이야기까지했다. 

결과적으로 1년뒤, 홍명보 카드는 실패로 끝이났다. 98년 이후 16년만에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던 대표팀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조추첨 운이 따라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벨기에와 알제리에게 연패를 하며 탈락했다. 대표팀의 가장 큰 목표는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면서 우리나라는 다시 4년 뒤를 기약하게 되었다. 

2012년의 런던의 영광은 결국 2014년 브라질에서 독이 되어 돌아왔다. 홍명보 카드는 조금 더 늦게 사용을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홍명보 감독의 월드컵 엔트으리 논란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클럽팀 지도 경험이 없다. 그의 감독 경험은 17세, 19세, 23세 대표팀 경험이 전부다. 2006년 월드컵에는 코치로 벤치에 앉았었고 8년뒤에는 감독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지금 홍명보호의 주축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들이 자리한다. 

홍명보 감독의 최종 목표는 월드컵이아닌 런던 올림픽이었다. 올림픽을 위해 아시안게임도 21세 이하 명단을 꾸렸다. 그리고 올림픽을 위해 달려간 몇년의 세월은 동메달로 답을 했다. 그리고 그의 주축 선수들도 그의 믿음에 답을 했다. 17세 이하 대표팀부터 23세까지 긴 시간을 함께 했던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은 클럽을 경험을 하지 않았기에 이 선수들이 그가 잘 활용할 수 있는 전부라고 할 수도 있다. 성인선수들에 비해 유망한 어린선수들의 폭은 한정적이었기에 그가 사용했던 선수들의 폭도 그리 넓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에게 시간이 더 많이 있었다면 더 많은 선수들을 시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시간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동아시아 대회, 그리고 다섯 차례의 평가전, 그리고 전지훈련 뒤에는 대표팀의 명단을 거의 확정해야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은 선수들을 데리고 나간 전지훈련은 대실패였다. 이 훈련에서 홍명보 감독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그리고 대표팀 명단을 확정하기 바로전 경기였던 그리스전,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을 포함해 다시 그와 가장 친숙한 얼굴들을 데려왔다. 그리고 경기는 2:0 완승이었다. 

엔트리를 발표했을 때에도 홍명보 감독은 그와 익숙한 선수들을 뽑았다. 도전을 하기보다는 익숙함의 선택이었다. 조금 의문이 가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이 선수들이 홍명보 감독에게 가장 친숙한 선수라는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 선수들로 조직력을 다지자는 의지로 23명을 시작부터 뽑았다. 그리고 이 결과는 튀니지-가나전의 부진에도 다른 선수를 바꿀 수 없는 처지로 이어졌다. 

또한 월드컵에서도 이러한 익숙함의 선택은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박주영, 구자철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선발로 고집한 것. 정성룡의 고집또한 옳지 못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근호, 김신욱, 김승규의 활약은 이러한 선택을 더욱 더 아쉽게 만들었다. 전술적인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알제리전 후반, 벨기에전을 생각보다 잘 치렀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유연성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홍명보의 고집이 아쉬웠다. 

홍명보 감독에 대한 사임 여론이 거세다. 귀국을 한 뒤에야 알 수 있겠지만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 있더라도 앞으로 있을 경기에서 여론이 그의 편이 아닌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앞으로 대회를 치룰 때 크나큰 부담이 될 것이다. 결국 2012년에 목표를 맞춰 대표팀을 운영했던 홍명보, 그리고 그런 홍명보를 예상에 없던 대표팀 감독으로 임명한 축협은 우리나라의 최고 목표인 월드컵을 망쳤다. 그 무엇보다 앞으로 4년을 장기적인 플랜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감독이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런던올림픽만보고 선택한 축협의 근시안적인 생각은 우리나라 축구를 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