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경기를 보며 공허함을 느낀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6. 30.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아쉽기만 하다. 16강이 시작하고, 더욱 더 공허해진 마음이 크다. 지난 2010년 우루과이전 이후로 4년을 기다렸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은퇴를 했고, 대표팀은 조광래 감독 하에서 새로운 DNA를 전수받은 듯 했으나 한일전 쇼크로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어쩌면 이때부터 2014년 월드컵의 졸전은 예견되었는지도 모른다. 대표팀은 두 명의 감독을 더 맞아야 했고, 한국 축구의 야심작이었던 홍명보 감독은 국민 왕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2010년, 개인적으로 정말로 몰입해서 보았던 월드컵이었기에 한순간 한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물론 단점이 없었던 팀은 아니었지만 이 팀이 경기를 하면 쉽게 지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있었다. 박지성과 이영표, 두 레전드들이 한 팀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를 받쳐줄 이청용-기성용의 신예들 그리고 전성기의 박주영, 많은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월드컵에 임했던 것 같다. 지난 4년간 우리 대표팀을 괴롭히던 '인사문제'도 이 대표팀에는 없었고, 리더의 부재도 없었다. 오히려 16강이 조금 아쉬운 성적이라며 툴툴거리기도 했다. 

박지성 이영표는 그렇게 은퇴했지만 4년 뒤가 더욱 더 기다려졌다. 2002년 월드컵 때 막 축구를 시작했던 어린 초등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대표팀에 오를 시기이기도 했고,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자리를 잡기도 했다.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이청용 네명의 선수밖에 유럽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4년전과 달리 이번 대표팀은 많은 선수들이 유럽경험을 갖고 있었다. 구자철,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박주호는 팀에서 주전인 선수였고 지동원, 윤석영, 홍정호도 있었다. 올림픽 동메달을 딴 황금세대들이 2년을 더 성장해 만든 대회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어떤 대회보다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대표팀은 귀국길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라던 많은 선수들은 팬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한국 축구의 영웅이었던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를 망쳐버린 주인공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나라의 월드컵은 이렇게 아쉽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두번째 알제리전에서 대패를 하고 난 뒤에는 사실상 기대감을 저버렸다. 벨기에전에서 상대가 퇴장당했음에도 패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당연히 받아들여야할 결과를 받아들였다는 듯 덤덤했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그리고 월드컵은 우리나라의 사정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명경기를 배출해내며 진행되고 있다. 남미 팀들의 약진, 그리고 제임스 로드리게스라는 스타의 맹활약, 메시, 뮬러, 네이마르등 많은 스타들의 활약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다. 브라주카는 엄청난 반발력을 뽐내며  경기당 3점에 가까운 골을 만들어내고 있다. 

브라질과 칠레의 대결은 과연 명승부중에 명승부였다.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더니 승부차기까지 긴장감을 이어갔다. 훌리우 세자르의 선방쇼가 눈이 부셨다. 하지만 이 경기를 보며 칠레를 보며 참으로 부러웠다. 선수들이 연장전까지 평균 14km를 뛰면서 브라질을 완전히 봉쇄했다. 네이마르, 헐크, 오스카 등 좋은 선수들이 계속해서 칠레를 두들겼지만 칠레는 많은 활동량으로 브라질에게 위협을 가했다.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뛰는 것이 눈에 보였다. 

콜롬비아나 코스타리카의 약진도 너무나 부럽다. 이탈리아, 우루과이, 잉글랜드라는 강팀들을 한조에 받아든 코스타리카였다. 이번 대회에서 승점자판기의 역할이 되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코스타리카는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를 무너뜨리며 두 팀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코스타리카앞에 결과는 참담했다. 

이번 대회, 유난히 이변이 많다.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가 이번 대회에서 모두 예선 탈락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리고 칠레,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알제리와 같이 잘 준비한 팀들이 16강에 올랐다. 지난 대회에서는 바로 우리가 그렇게 잘 준비된 팀이었다. 그리고 4년 뒤, 우리나라는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쇠퇴했다. 너무나 아쉽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기량을 뽐내는 월드컵이다. 굳이 우리나라 경기를 보지 않더라도 볼거리는 많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경기만큼 나의 마음을 빼앗고 나의 집중을 빼앗는 것은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은 현지에 갔던 사람들이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면서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우리는 이렇게 다시 4년을 기다릴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기억에 남는 월드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화만 났던 월드컵이 되었을 것이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공허한 월드컵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누가 잘하고 잘못했고, 누가 그 책임을 져야하고는 나중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월드컵을 향해 달려왔고, 낯선 타지에서 태극기가 더욱 더 오래 흔들리기를 바랬다. 하지만 너무도 빨리 끝났다. 우리나라의 전력이 많이 약했다. 실력이 없는 상태에서 정신으로 버티기는 힘든 전력이었다. 남은 4년, 우리는 다음 월드컵까지 더욱 더 성장해야 한다. 러시아에서는 이러한 공허함보다는 뿌듯함이 마음속에 자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