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비한 판 마르바이크, 벌써부터 흔들리는 중

Posted by Soccerplus
2014. 8. 13.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월드컵이 끝난 이후, 대표팀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국가대표팀 감독 홍명보가 사퇴를 했고, 새로운 기술 위원장이 선임되었다. 월드컵 이후 비난 여론이 매우 거셌고, 그리고 당연히 바뀌었어야 했을 기술위원장과 감독이었다. 이전까지의 대표팀 운영이 정상적이었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한 나라의 국가대표팀을 운영하는 집단이라기엔, 그 집단이 4년마다 지구촌이 열광하는 월드컵을 담당한다고 말하기엔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다행히 새롭게 임명된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2002년 히딩크 감독을 데려온 사람이다. 그리고 밤샘 회의를 통해 차기 감독을 국내파가 아닌 해외파로 하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국내파 감독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축협에서 국내파감독이 무엇을 제대로 하기는 힘들다. 멀게 보고 큰 그림을 그려 2018년까지 중심을 잡아줄 해외파 명장을 데려오는 것이 최선이라는데 많은 축구팬들이 동감할 것이다. 

그리고 축협은 3명의 후보군을 확정하고 지난주 네덜란드의 2010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최우선순위로 잡았다. 그리고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2시간동안의 면담을 통해 판 마르바이크와 좋은 교감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언론을 통해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선임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 정도면 정말 감사할 수준의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도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월드컵에서 준우승까지 이끈 대표팀의 감독이었다. 월드컵 이후의 실패로 인해 몸값이 많이 떨어졌기에 우리나라가 몸값을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승승장구 명장급을 우리나라 대표팀으로 앉히기엔 현실적으로 힘들다. 2002년의 히딩크도 이렇게 비슷한 상황을 통해 대표팀 사령탑에 앉힐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대표팀 감독 선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감독을 당장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데려온 것이 아니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바라보고 데려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 아시안컵도 후순위로 미루고, 9월에 열릴 두 경기의 친선경기는 임시 감독에게 맡기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을 정도로 대표팀의 새로운 감독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10년 허정무 감독 사임이후 2014년까지 세명의 감독이 대표팀에 오르내렸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우리는 모두 긴 그림을 그릴 대표팀 감독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4년을 기다려야 할 큰 그림의 작가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선임이 되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네덜란드 메트로지와의 인터뷰에서 '반드시 한구에 있을 필요는 없다'라는 말을 했다. 네덜란드에서의 체류기간을 늘리고 싶다는 뉘앙스의 인터뷰였다. 그리고 이 한마디에 국내팬들은 달아올랐다. 애초에 다시 생각을 해야한다느니, 이런 판 마르바이크의 단점들을 찾아서 나열을 하기 시작했다. 

계약은 축협이 하게 될 것이고,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한국 리그도 보지 않고 유럽 리그만 보며 대표팀을 운영할 순 없다. 그가 커리어 말년을 대충 시간이나 보내면서 마무리 지을 것이 아니라, 한국 대표팀을 통해 본인의 명예를 다시 세우고 은퇴를 하고 싶다는 의사라면 본인도 최선을 다해 대표팀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저 인터뷰는 네덜란드에 거주하면서 한국을 휴가처럼 오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한국에서 거주를 하며 K리그를 매경기 지켜보는 감독이라면 더욱 더 좋겠다. 하지만 유럽 감독을 선임하게 되면 이런 리스크는 늘 존재한다. 히딩크 감독도 이런 과거가 있고, 휴가 기간을 15일 늘려 지탄을 받기도 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무조건 이해해주자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인터뷰가 나온 상황에서 축협은 확실하게 선을 긋고 명확하게 말을 해야한다. 하지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루머만 무성할 뿐이다. 다시 결렬이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축협의 언론 대응능력은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아시안 게임 대표팀 명단 발표를 이틀 남겨두고 차기 올림픽 대표팀 감독 선임기사가 나가기도 했고, 베어백 감독의 돌직구가 언론을 타고 나오기도 했다. 과연 이게 한 나라의 축협이 갖고 있는 언론 대응능력인지가 의심스럽다. 

어찌되었든, 벌써부터 흔들리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보며, 국내 축구팬들의 인내심을 촉구하고 싶다.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을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이야기하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한다. 조금 더 현명하게, 그리고 우리도 넓게 상황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