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AG 차출 불발, 모두에게 아쉬운 선택

Posted by Soccerplus
2014. 8. 14. 13:10 해외파 이야기/손흥민

손흥민의 아시안 게임 차출이 불발되었다. 축협에서 토너먼트만이라도 참가할 수 있게 공문을 보낸다고 했지만, 레버쿠젠에서는 이마저도 거절한 모양이다. 손흥민이 빠진 아시안게임 대표 명단이 발표되었다. 손흥민이 빠지게 되면서 국가대표 공격은 김신욱과 김승대, 윤일록이 주도하게 되었다. 2010년 광저우때에도 박주영이 뒤늦게 합류해 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지금 이렇게 명단이 발표된 이상 손흥민의 인천행은 어려워진 듯 하다.




레버쿠젠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9월 중순, 레버쿠젠에게는 중요한 경기들이 이어진다. 분데스리가 경기도 경기지만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을 소화해야한다. 지난 시즌 16강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도 그 정도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도르트문트-바이에른 뮌헨에 밀려 챔스에서는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팀이기는 하지만, 리그에서는 무시못할 강팀이다. 지난 시즌 막판 부진으로 4위싸움을 벌였던 적이 있고, 그런 어려움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손흥민을 잡아두려하는 것이다. 

손흥민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 새로운 감독인 슈미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무엇보다 초반 분위기를 어떻게 휘어잡느냐가 중요한 상황이다. 키슬링과 함께 팀의 핵심선수로 자리잡은 손흥민을 빼고 시즌 초반을 구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손흥민에게는 여러가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이제 손흥민은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2년 뒤 리우 올림픽을 기대하거나, 그 이후 아시안게임을 기대해야 한다. 물론 그때는 23세가 넘어가기에 와일드 카드로 선정되어야 한다. 

이번 대회는 손흥민에게 매우 중요했다. 병역 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에게 2년이란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유럽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이 상무나 경찰청에 들어올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K리그에서 일정시간을 뛰어야 한다. 하지만 1년에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손흥민이, 세계 최고의 유망주로 거듭나고 있는 손흥민이 K리그에서 시간을 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2년전 올림픽에서 신화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2년 뒤 올림픽에서 그런 신화를 재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2012년 런던에서는 약 3년전부터 모든 것이 런던에 포커스를 맞춰 진행된 장기간 프로젝트였기에 동메달이 가능했다. 

손흥민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병역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재계약을 하거나, 이적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병역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과거 박주영이 그랬다. 모나코에서 좋은 활약을 통해 이적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병역문제가 그를 가로막았다. 손흥민은 그 당시 박주영보다 어린 나이이기는 하지만, 그가 레버쿠젠에서 더 큰 활약을 펼치고 빅클럽에서 관심을 보일 약 2년 뒤정도면 그에게도 병역문제가 현실적으로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아시안 게임 대표팀도 현실적으로 손흥민이 없이 우승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이광종 감독의 지도력은 여전히 물음표이고, 김신욱이 합류하기는 했으나 공격진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홈팀 대한민국을 상대로 겹겹이 수비벽을 쌓을 많은 팀들 앞에서 손흥민의 존재는 무척이나 위협적일 것이다. 손흥민에게 두 세명의 수비수가 달라붙을 것이고, 김신욱과 윤일록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이 없다면 공격진의 파괴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김신욱의 머리만 겨냥한 단조로운 공격이 주된 루트가 될 공산도 적지 않다. 

레버쿠젠에게 결정권이 있고, 숙고끝에 손흥민을 잡아둔 것이겠지만, 한번 해볼만한 도박이었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이 병역문제를 해결한다면 그의 몸값은 지금보다 훨씬 더 뛰게 될 것이다. 구단의 규모가 크지않은 레버쿠젠에게 이적료는 주된 수입원이고, 팀내에서 큰 이적료를 받을 수 있을만한 선수가 그리 많지 않다. 손흥민이 가장 큰 몸값을 받아낼 수 있는 선수다. 그런 손흥민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도 있었지만 레버쿠젠은 그보다는 안정적인 시즌 운영을 선택했다. 

인천 아시안 게임 전체를 두고도 손흥민이라는 스타 플레이어의 대회 참가는 큰 의미였을 것이다. 아시안 게임 자체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개최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가 대회에 합류한다면 대회 전체의 관심도도 높아졌을 것이다. 손흥민의 차출 불발은 모두에게 아쉬운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