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마르바이크 최종 결렬, 이용수 행보 마음에 든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8. 19.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은 언제가 가장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한다. 나라마다 각 연령별 국가대표팀 감독이있다. 어린 14세, 16세, 19세, 23세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 있지만 이 모든 대표팀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 바로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월드컵 대표팀의 방향성에 따라 전체 대표팀이 움직인다. 어린 연령별 대표팀의 존재 이유의 가장 큰 부분도 바로 월드컵을 위해서다. 지난 월드컵 이후 2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아직도 대표팀 감독 자리는 정해지지 않았다. 여전히 안갯 속이다. 



우리나라는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물러나고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새롭게 자리에 올랐다. 기술위원장의 변화는 대표팀 전체의 방향성의 변화를 뜻하기도 한다. 그간 많은 비난을 받았던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물러나고 2002년 히딩크 감독을 선임했던 이용수 위원장이 자리했다. 이용수 위원장의 첫번째 선택은 해외파 감독 선임이었다. 여러가지 조건을 발표하고 우선 협상자로 네덜란드의 2010년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던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발표했다. 그리고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거의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는 듯 했다. 

하지만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계약이 공식적으로 결렬되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연봉에 관한 세금문제와 거주 지역 문제로 인해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후에 나온 소식으로는 계약 기간에서도 문제가 있는 듯 했다. 돈문제야 조금 무리해서 잡을 수 있었다면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거주지역 문제와 계약 기간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국내 정서상 유럽에서 주로 거주를 하면서 한국 대표팀을 맡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부분에서 양보를 했다면 후폭풍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계약기간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8년을 보고 계약을 한 것이다. 하지만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2+2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이같은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매우 잘했다. 유럽 감독의 기세에 밀리지 않고, 더 많은 후보군과 다양하게 이야기를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분명 구미가 당길만한 커리어와 조건을 갖고 있는 감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감독으로 당연히 갖춰야했을 자세를 갖추지 않았다. 새로운 팀을 만들기 위한 국가대표팀에서 팀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듯한 감독은 필요없다. 우리는 판 마르바이크에게 매달리지 않았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행보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무리한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이제 제2, 제3 플랜의 감독들과 접촉을 하기로했다. 마르티노 전 바르셀로나 감독이 2후보로 올랐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타 클럽과 계약하면서 가능성이 사라졌다. 물론 여전히 무직인 감독들이 많다. 이제 다시 처음부터 꼼꼼하게 체크를 해 나갈 것이다. 

9월 초에 A매치 경기가 있다. 상당히 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A매치 결과에 조급했다면 무리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요구에 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협상이 어려워질 것을 대비하여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번 우루과이와 베네수엘라와의 친선 경기는 신태용 임시 감독이 맡게 된다. A매치를 임시 감독이 맡는 것은 국가대표팀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다 (2002년 경기를 박항서 코치가 했던 기억이 있다). A매치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정식 감독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의미이다. 

이제 감독 선정은 빠른 시일내에 끝나기는 어려워졌다. 어떤 감독이 갑자기 급물살을 타서, 계약 초읽기를 하고, 계약 임박에 정식으로 대표팀을 맡게 될지 알 수 없다. 사람들마다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제한된 예산에서 누구나 만족스러운 감독을 데려오기는 힘들다.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대표팀을 장기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이끌 수 있는 감독이 대표팀에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A매치 임시 감독을 내세우는 강수를 던졌다. 

예전 기술위원장과는 비교가 되는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행보다. 그리고 이게 바람직한 행보라고 생각이 든다. 그만큼 국가대표팀 감독은 신중하게 뽑아야 한다. 그리고 그만큼 파괴력이 큰 자리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좋으니, 가장 적합한 감독을 데려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