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빅리거의 중심지, EPL 떠나 분데스리가로

Posted by Soccerplus
2014. 8. 23. 08:00 해외파 이야기

바야흐로 분데스리가의 집권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주름을 잡고, 기성용이 뒤를 따르던 EPL 중심 시대는 이제 물건너갔다. 물론 리그 자체의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선수들만 놓고 보았을 때의 이야기다. 박지성의 첫 EPL 진출 이후 많은 선수들의 목표였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최우선 순위가 아닌 듯 하다. 일정이 빡세고 피지컬을 요하는 EPL보다 이제는 분데스리가를 선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EPL에서 가장 큰 성공을 이뤘고, 이제는 전설이 된 박지성이지만, 이후 이영표와 기성용 이외에는 뚜렷한 성공사례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금전적인 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리그이고, 2년전만해도 박지성과 기성용이 함께 뛰던 리그였기에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것었다. 수많은 스타들이 자리한 리그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코리안 빅리거들의 중심지의 균형추가 독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다. 손흥민, 구자철, 홍정호, 박주호 등 대표팀의 주전을 맡고 있는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는 리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던 (32강 토너먼트 이상) 손흥민이 맹활약하면서 관심을 받았고, 구자철은 팀의 이적료를 경신했으며 박주호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풀백으로 성장했다. 

지동원이 도르트문트로 넘어왔고, 새로운 희망 김진수가 호펜하임으로 이적했다. 18개 팀가운데 우리나라 선수들이 속한 팀은 무려 5개팀 (레버쿠젠, 도르트문트, 호펜하임, 아우구스부르크,마인츠) 이다. 그리고 많은 선수들이 주전의 위치를 차지했기에 매경기 선발 여부를 걱정하게 되는 타리그보다 안정감도 있는 리그다. 손흥민, 구자철, 박주호, 김진수는 주전이 확실하고, 홍정호도 부상 이후 주전 가능성이 높다. 지동원이 주전 가능성이 낮지만 그의 팀은 도르트문트다. 클롭 감독이 큰 마음을 먹고 데려온 선수기에 기대가 크다.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 등 포지션별로 있고, 세계 최고의 포텐을 가지고 있는 선수부터 세계 최고의 감독 아래에서 기대감을 갖고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까지 여러 유형의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공격수 손흥민과 수비수 홍정호의 대결이 가능하기도 하고, 왼쪽 풀백 박주호와 왼쪽 풀백 김진수의 맞대결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기대되는 이유다. 

그리고 바로 오늘, 분데스리가가 개막한다. 새벽에 끝난 바이에른 뮌헨과 볼프스부르크와의 대결을 시작으로 호펜하임은 아우구스부르크와 도르트문트는 레버쿠젠과 맞붙는다. 내일 저녁에는 마인츠가 개막전 경기를 갖고, 9월에는 두차례의 코리안 맞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보여주었듯, 독일 축구는 자국 리그의 단단함으로 월드컵을 따낼 수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등 2강이 있고, 그 뒤를 쫓는 레버쿠젠과 샬케04 같은 강팀이 있다. 매시즌마다 유로파리그 진출팀이 바뀔 정도로 경쟁이 심한 중위권싸움도 볼만한 리그다. 

이번 시즌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는 개인적으로 지동원이다. 늘 될듯 될듯 하면서도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클롭 감독이 이를 캐치해냈는지, 지난 시즌 그를 영입하기 위해 고단수의 작전을 쓰기도 했다. 지동원은 아우구스부르크에서 반시즌을 뛰고, 도르트문트로 올 여름에 이적을 했다. 프리시즌을 충실히 소화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아쉽게도 4주간 부상을 당하면서 전력에서는 제외된 상황이다. 팀적응이 최우선인 그에게 그 사이에 A매치로 휴식기간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다행일수도 있다. 9월말쯤이면 도르트문트의 열광적인 홈팬들앞에서 지동원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김진수는 오늘밤 데뷔전을 갖는다. 박주호가 이미 성공적으로 왼쪽 풀백 적응 사례를 보여주었지만, 박주호보다 더 보여줄게 많은 선수가 김진수라고 생각한다. 언어와 환경적인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그의 기량을 보여주는데 큰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호펜하임도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 시즌 오른발잡이였던 안드레아 벡이 왼쪽 풀백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팀이다. 왼발을 잘쓰는 김진수는 포지션 경쟁이 크지 않을 것이다. 월드컵에 나서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을 호펜하임에서의 활약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손흥민은 리그 최고 유망주의 기량을 꽃피운 것이 지난 시즌이라면, 이번 시즌은 리그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시즌 기억에 남는 골을 많이 터뜨려주었지만 경기마다 기복이 있다는 것은 여전한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이러한 기복을 뛰어넘어 15골 이상 기록해 리그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 하길 바란다. 주중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결승골을 넣으면서 챔스 첫골도 넣은 손흥민이다. 많은 선수들이 있지만, 가장 큰 활약을 해줄 선수는 아마도 손흥민이 아닐까 생각된다. 

홍정호, 구자철, 박주호 역시도 기대가 된다. 또한 류승우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다른 이유로 축구를 보고, 유럽 축구에 관심을 갖지만 내가 유럽축구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상을 보기 위해서이다. 분데스리가는 이번시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큰 관심을 갖게 만드는 리그가 될 것이다. 코리안 분데스리거의 맹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