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조 레버쿠젠, 손흥민에게는 기회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8. 30. 08:0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스포츠는 실력으로 겨루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운이 승부를 좌우하기도 한다. 조추첨이야말로 운으로 토너먼트 진출을 쉽거나 혹은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요소다. 월드컵, 아시안컵, 올림픽등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도 해당이 되는 이야기이고 유럽에서는 매년마다 유로파리그, 챔피언스리그에서 조추첨을 한다. 유럽 리그에서 조추첨은 상당히 중요하다. 시즌이 계속해서 진행되는 도중에 유럽 대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일정을 유럽대회에 맞춰 조절할 필요가 있다. 강호들과의 같은 조에 속하게 된다면 리그내에서의 빅팀과의 대결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어제, 챔피언스 리그 조추첨 결과가 나왔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유벤투스가 한조에서 만났고,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은 축구 포털에서 유명한 '졸렬 더비'를 행하게 되었다. 최강팀들끼리 맞붙는 죽음의 조도 생겼다. E조에서는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 CSKA 모스크바, AS 로마가 만났다. 각 리그의 우승팀인 뮌헨과 맨시티가 그리고 복병 로마가 만났으며 이 팀들은 러시아까지 장거리 원정을 떠나야 한다. 바르셀로나와 파리 생제르망은 F조에서 만나 1년전 챔스 8강에서의 기억을 되풀이 하게 되었다. 반면 H조에서는 포르투, 샤흐타르, 빌바오, 바테 등 다른 조보다 전력이 강하지 않은 팀들이 만나게 되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조추첨 결과도 관심이 가는데, 지동원의 도르트문트는 아스날과 갈라타사라이, 안더레흐트와 만났다. 아스날과 갈라타사라이가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팀에서 2위정도는 어렵지 않게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레버쿠젠은 쉽지 않은 조를 받아들였다. 지난 시즌 조 2위를 차지하며 16강까지 올라갔던 레버쿠젠은 그 어느 팀도 쉽게 볼 수 없는 C조에 배정이 되었다. C조에는 벤피카, 제니트, 레버쿠젠, 그리고 AS 모나코가 한조에 배치되었다. 러시아 원정을 떠나야하며, 약체들이 모여있는 4포트에서도 가장 강력한 팀인 모나코가 배치되면서 그 어느 팀도 16강에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고, 누가 탈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진정한 의미의 죽음의 조가 완성이 되었다. 

감독이 바뀌면서 팀의 짜임새가 무척 좋아졌고, 개막후 2연승과 함께 코펜하겐을 4:0으로 누르면서 이번 시즌 맹공을 예상하게 만드는 레버쿠젠에게는 아쉬운 조추첨이다. 3번 포트에 속해 자신들보다 UEFA랭킹이 높은 2개의 팀을 만나야 하지만 4번 포트에서도 강팀을 만나게 되었다. 다른 4번 포트팀을 본다면 이 조추첨이 얼마나 아쉬운 지 알 수 있다. 아직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는 손흥민에게도 쉬운 팀을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 될 뻔 했지만 쉽게 골을 넣기가 힘들어 진 듯 하다. 

조금 아쉬운 조추첨이지만, 레버쿠젠과 손흥민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의 조는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레버쿠젠이라는 팀이 전유럽에 걸쳐 유명한 클럽은 아니지만, 자신들과 비슷한 세 팀과 함께 같은 조에 속한다면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임대설이 떠돌고 있지만 모나코에는 팔카오같은 스타가 있고, 제니트에도 헐크라는 브라질 스타가 존재하며, 벤피카에는 유명 구단과 연결이 되어있는 니콜라스 가이탄이 있다. 각 팀의 확실한 스타가 있고, 매 경기마다 스타들의 매치업으로 언론들은 메인 기사를 쓰게 될 것이다. 레버쿠젠에도 스테판 키슬링이라는 간판 스타가 있지만, 손흥민도 다른 팀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스타이다. 

손흥민은 이제 매 경기마다 전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들과 매치업을 벌이게 되었다. 헐크, 가이탄, 팔카오와의 대결 자체로도 영광이지만 손흥민이 이런 빅스타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의 스타가 아닌 유럽 전역의 스타가 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도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UEFA와 분데스리가 메인을 장식했던 손흥민이다.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스타로 출전하고 있는 것이다. 22살의 어린 나이, 월드컵 데뷔골도 넣은 손흥민에게 다음 목표는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맹활약이다. 지난 대회에서 팀이 16강에 진출했지만 자신은 아쉬운 활약에 그쳤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자신이 넘어야 할 산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이번 대회는 손흥민에게 중요한 대회다. 리그에서 활약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챔피언스 리그만큼 즉각적인 반응을 주는 대회도 없다. 다른 리그의 선수를 볼 때, 타리그로 이적해서도 어느정도의 가능성을 갖고 있겠구나라는 힌트를 주는 대회가 바로 챔스리그다. 박지성이 그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이 손흥민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병역이 해결되지 않은 손흥민에게 빅클럽 진출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해가 이번 시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시작이 좋은 만큼, 그에게 온 죽음의 조를 전화위복 삼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 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