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째 무승, 맨유 진짜 문제는 반할의 쓰리백

Posted by Soccerplus
2014. 9. 1. 08:0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포백의 전성시대인 현 축구판에서 쓰리백을 쓴다는 것은 모험적인 일이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10팀이면 10팀이 포백을 썼었는데, 최근 몇몇 굵직한 대회에서 쓰리백을 쓰는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새로운 국면이 찾아오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도 이런 작전을 시도한 적이 있었고, 이번 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가 히트를 쳤다. 그리고 그 네덜란드의 감독을 맡았던 반 할 감독이 맨유의 감독을 맡으면서 맨유도 쓰리백을 유연하게 사용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맨유의 쓰리백은 프리시즌부터 시작이 되었다. 프리시즌에서는 좋은 경기를 펼쳤고, 팬들도 만족스러운 변신이었다. 모예스와 비교하며, 이제는 다르다며 제대로 된 감독이 왔다며 좋아 하는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한 뒤, 맨유팬들과 루이스 반 할 감독은 절망적이다. 번리, 선더랜드, 스완지등 강호가 아닌 팀들을 상대로 초반 3연전을 펼쳤지만 2무 1패, 승점 2점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세 경기에서 넣은 골이 단 2골이다.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며 스쿼드를 제대로 꾸릴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맨유는 맨유다. 반 페르시와 루니, 마타가 건재한 맨유는 여전한 강팀이다. 실망스러운 시작임이 틀림없다. 

맨유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단순히 결과가 아니다. 경기 내용이 너무나 실망스럽다. 번리전은 맨유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경기였다. 쓰리백은 상대의 전방압박에 취약했다. 쓰리백이 공을 잡을 때 공을 앞으로 연결할 만한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쓰리백의 세선수들은 일단 볼을 소유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에반스는 공을 잡을 때 마다 불안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였고, 블랙켓은 이런 압박에 제대로된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존스도 세밀한 패스워크에는 문제가 있는 선수다. 여기에 이를 받쳐줄 수비형 미드필더인 플레쳐도 과거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패스를 뿌려주거나 압도적인 안정감을 보여주는 선수는 아니었다. 스콜스나 캐릭옆에서 좋은 수비적 능력을 보여준 선수다. 

디 마리아도 소용없었다. 디 마리아가 지난 시즌 중앙 미드필더로 성공했지만, 3-5-2의 중앙 미드필더로 성공할 수 있는 스타일, 더군다나 맨유가 필요로 하는 중앙 미드필더의 스타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4-3-3이나 4-4-2의 왼쪽 미드필더에 훨씬 더 어울리는 선수다. 디 마리아가 포백의 바로 앞까지 내려와서 볼을 받고 공격을 전개시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3선이 아닌 2선이나 2선과 3선 사이에서 활약을 해줘야 하는 선수다. 물론 수비수라인인 4선에서 확실한 볼키핑과 빌드업이 담보되어있는 상황이 우선이다. 수비수가 볼을 잡고 앞에 볼을 줄 사람이 한명이 있는 것과, 두 명이 있는 것은 다르다. 번리는 이를 잘 이용하고 쓰리백을 압박수비했고, 쓰리백은 어디에 볼을 주어야 할 지 몰라 허둥지둥거렸다. 

쓰리백을 사용하려면 두 명의 부지런한 윙백이 필요하다. 체력이 좋아야하고, 중앙에서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측면에서 공격을 주도해야한다. 맨유는 3-4-3이 아닌 (즉, 윙포워드를 따로 두는 것이 아닌), 3-4-1-2를 사용하고 있다. 루니와 반 페르시를 모두 센터 포워드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되면서 측면 공격이 약해졌다. 수비력을 어느정도 갖추고, 풀타임 측면을 휘저어줄 선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맨유에는 이렇게 윙백의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 현재는 애쉴리 영과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선발로 나오고 있지만, 두 선수는 맨유의 쓰리백에 맞는 선수가 아닌 듯 하다. 너무나 플레이 패턴이 한정되어 있고, 그들이 올려주는 수많은 크로스를 받아줄 선수도 없다. 번리전에서 맨유는 무려 30개의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이게 맨유 공격진에 전달된 횟수는 단 세차례에 불과했다. 둘다 오른발 선호도가 너무 높고, 플레이 스타일이 너무 일관되어있다. 발렌시아를 보면 오른쪽 측면으로 치고 들어가서 크로스를 해주는 것이 대부분이고 애쉴리 영은 중앙으로 치고 들어와 오른발 크로스를 시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쓰리백은 기본적으로 포백라인보다 미드필더와의 간격이 먼 포메이션이다. 3명을 중앙수비로 쓰니 포백에 비해 미드필더를 한 명 덜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맨유에는 확실히 공격을 하는 선수가 세 명 ( 마타, 루니, 반 페르시 ), 윙백이 둘 ( 발렌시아, 애쉴리 영), 쓰리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공을 받아줄 선수가 없다. 공수 간격은 멀어지고, 패스는 롱패스위주로 가거나 측면으로 가게 된다. 맨유에 뚜렷한 타겟맨이 있는 것도 아니며, 뒷 공간을 주로 노리는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쓰리백은 디 마리아가 와도 살려내기 힘든 듯 하다. 

반 할의 고집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명의 풀백이 부상당한 상황이긴 하지만, 쓰리백을 계속해서 사용해야 할까? 아직 1군 경기 경험이 부족한 블랙켓을 센터백으로 사용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퍼거슨은 캐릭, 플레쳐, 박지성을 포백라인에 넣기도 했을 정도로 포백라인의 구성에 유연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반 할은 문제점이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쓰리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A매치 데이가 끝난 뒤, 부상선수들이 복귀한다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맨유의 가장 큰 문제는 쓰리백에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