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의 센츄리 클럽,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9. 5.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오늘 저녁, 우리나라와 베네수엘라와의 A매치 평가전이 펼쳐진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이 모여 갖는 첫 평가전이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감독이 선임되지 않은 상태다. 2002년 박항서 감독대행이 히딩크 감독이 물러난 이후에 A매치 데이를 지휘한 이후 (이후 코엘류 감독이 왔다), 12년만에 처음이다. 신태용 임시감독 체제로 진행이 된다. 감독이 선임되지 않은 만큼 관심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베네수엘라와 우루과이 등 만만치 않은 상대를 스파링 파트너로 선택했지만 감독이 없는 평가전은 뭔가 허전한 듯 하다. 

이번 A매치 데이에서는 월드컵 이후 새롭게 대표팀 명단이 짜여졌다. 새로운 얼굴이 명단에 오르기도 했고, 눈에 익은 선수들이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22명의 선수들 가운데 이번 두 경기에서 가장 주목을 받을 선수는 아마도 이동국일 것 같다. 이동국은 이번 A매치 데이에서 센츄리 클럽의 영예를 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4-1-4-1 포메이션의 원톱으로 선발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동국은 98년 월드컵에서 혜성처럼등장한 뒤 무려 16년이라는 시간동안 대표팀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산전수전을 겪었다. 

이동국에 대한 평가는 매우 다이나믹하게 바뀌어왔다. 98년에는 엄청난 스타로 등극했었고, 2002년 월드컵에서는 아예 관심을 받지 못했고, 2006년 월드컵에서는 비운의 스타가 되었으며 2010년에는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했다. 2014년에는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한 채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는데, 월드컵 대표팀의 좋지 못한 성적으로 가만히 있던 이동국에 대한 평가가 올라갔다. 최강희 전 국대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이동국은 최종예선에서 모든 경기에 출장했으나 그리 좋은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최종예선에서는 최강희 감독과 함께 비난을 받다가 본선에서 대표팀이 좋지 못하니 다시 평가가 좋아지고 있다. 물론 K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이동국에겐 K리그에서 2010년 이후 맹활약하지 않은 시즌이 없었다. 

그런 이동국이 이번 경기에서 센츄리 클럽에 오른다. 많은 K리그 팬들에게는 기쁜 일일 것이다. 리그의 최고 스타가 국가대표팀에서 인정을 받는 일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기쁜 것은 이동국 본인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정신력과 프로정신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많은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을만하고, 동기부여가 될 만한 백그라운드와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김신욱이 빠진 A매치 대표팀에서 이동국을 빼기란 어렵다는 것을 많은 팬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K리그를 휩쓸어주고 계신다. 누구도 실력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고, 할 필요가 없는 선수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다. 이동국의 센츄리 클럽 가입이 꼭 지금이었어야했을까. 4개월전, 홍명보 감독이 부상 선수와 폼이 올라오지 않은 선수들이 포함된 명단을 일찌감치 발표하고 뒷수습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홍명보 감독 부임 시절, 이동국 선수는 한번도 대표팀에 차출되지 못했다. 그의 센츄리 클럽 가입은 1년하고도 2개월전, 동아시아 대회가 될 수도 있었다.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국은 외면당하고 이제서야 대표팀에 올라왔다. 조금 더 일찍 센츄리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선수였고, 그럴만한 상징성도 갖고 있는 선수다. 

더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나이로 36세, 만으로 35세인 이동국이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를 차지할 만큼 어린 공격수가 없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없다. 뽑아서 시험해보고 싶은 선수도 없다. 김신욱이 빠지게 되자, 대표팀은 뭔가 텅텅 빈 느낌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김신욱이 대표팀에서 대체불가능의 에이스였나? 그것도 아니다. 황선홍에서 안정환, 그리고 박주영으로 이어지는 대표팀 공격수 계보를 이을 공격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K리그 팀들은 약속이나 한 듯 용병 선수를 공격수로 쓰고 있는 현실이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큰 상관이 있다. 36세의 이동국이 40세의 나이에도 지금의 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99%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축협 기술위는 아시안컵보다 다음 월드컵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리고 아시안컵 결과보다는 월드컵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36세의 이동국에게 기회가 돌아가야할까? 아시안컵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비관적이다. 월드컵이전, 아시안컵만큼 치열한 대회도 없다. 그런 좋은 기회를 한 선수의 명예로운 은퇴무대로 만들어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축구 선수 이동국은 존경할 수 있어도, 국가대표에서 이동국의 활약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최소한 최근 4년동안은 국가대표에서 리그에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감독이 없으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대표팀을 책임지는 사람은 있다. 이번 경기는 신태용 임시감독과 기술위의 책임이 크다. 오히려 이동국을 뽑으면서 월드컵에서의 실수를 인정하는 꼴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동국을 다시 뽑으면서 K리거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고 있지만, 지금 대표팀에는 대표팀에서 뛸 수준이 아닌 J리거들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있다. 

초점이 이동국에게 맞춰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언제부터 대표팀이 이동국의 대표팀이었나. 센츄리 클럽에 가입하게 된 이동국의 열정과 투지에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하지만 어딘가 씁쓸한 구석은 지워낼래야 지워낼수가 없다. 한 경기정도는 그가 명예로운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양보해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동국에 대한 비중이 너무나 크게 다뤄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