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보고 있나? 우리들은 이렇게 강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9. 6.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원치 않게 홍명보 감독에 대한 디스전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가진 평가전에서 베네수엘라에게 완승을 거뒀다. 3:1, 아쉽게 한 골을 실점했지만 경기 내용으로 본다면 우리나라가 90분중 85분이상을 압도한 경기였다. 후반 막판, 상대가 거세게 나오며 한 두차례 찬스를 빼앗긴 것 말고는 경기 내내 상대를 압박하며 위협적인 공격력을 뽐냈다. 상대는 남미에서 늘 월드컵 진출을 다투는 무시하기 어려운 강팀이고, 시차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도 아시안 게임 차출로 주전 선수들이 나오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몇 번 발도 맞춰보지 못한 대표팀이 난적 베네수엘라를 완패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번 A매치를 앞두고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외면받았던 주요 선수들이 모두 대표팀에 승선했다. 차두리와 이동국, 그리고 이명주가 모두 대표팀에 승선했고 이번 경기에서 선발출장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이들은 경기에서 맹활약을 하며 월드컵의 아쉬움을 달랬다. 차두리는 90분 내내 물샐틈 없는 수비, 그리고 엄청난 오버래핑, 그리고 후반 막판에는 주장 완장을 차며 팀의 리더를 맡았고, 이명주는 1골과 골로 연결되는 결정적인 크로스를 만들었다. 어제 경기의 백미는 바로 이동국이었다. 자신의 센츄리 클럽 가입이 확정되는 날, 혼자서 2골을 넣으면서 자축했다. 

경기를 보면서 계속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팀이 월드컵에서 그렇게 수모를 당했던 그 팀이 맞는지, 그런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맹활약 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월드컵에서 의문부호가 따라다녔던 선수들의 포지션에서 활약한 선수들이었다. 전체적인 수비라인을 정리할 리더가 없었던 상황에서 차두리가 있었다면 알제리전에서 전반전에만 세골을 허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팀의 주장을 맡았지만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구자철의 자리에 이명주가 있었다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그리고 박주영의 자리에 이동국이 있었다면 좀 더 안정적이지 않았을까. 계속해서 선수들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 경기를 보았을까? 그리고 느꼈을까? 자신의 엔트으리가 우리나라 대표팀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그리고 자신의 고집스러운 4-2-3-1이 얼마나 헛점투성이였는지. 꼭 그가 선호하던 선수들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가 더욱 더 강해질 수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느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자신이 외면했던 선수들이 얼마나 뛰어난 선수였는지, 이어서 현 K리그, 그리고 K리그 출신 선수들의 기량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신태용 코치는 이번 경기가 끝난 인터뷰에서 확실하게 홍명보 감독을 '저격'하며 완승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자신이 알제리전을 지휘했다면 조금 달랐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4-1-2-3 포메이션을 구사하며 선수들의 전방 압박을 극대화했던 신태용 감독은 알제리전에서도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란 이야기를 남겼다. 당시 상대의 미드필더를 거치지 않는 롱패스에 허둥지둥대면서 전반에만 3골을 허용했던 악몽이 떠올랐다. 그 경기는 전술의 실패였다. 전술적으로 유연하지 않았던 홍명보의 탓이 큰 경기였다. 조금 더 착실하게 준비를 하고, 기존 전술에 의존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가 조금은 더 좋아졌을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이렇게 강하다. 유럽파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세계 무대에 통할 선수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주영은 안정적이었고, 차두리의 오버래핑은 여전했으며 이명주의 중앙은 압도적이었다. 이동국은 클래스가 다른 멘탈을 보여주었다. 특히 두번째 골을 넣는 장면에서 상대의 실수를 미리 예측하고 뒤로 빠지며 위치선정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경험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A매치 100경기에서 32골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기록적인 한 페이지를 다시 한 번 남겼다. 그리고 이동국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새로운 감독은 공정한 선수 선발을 할 것이라는 인터뷰를 남기며 홍명보에게 한방을 날렸다. 

최강 전력도 아니고, 대표팀의 발이 잘 맞기 힘들정도로 짧은 시간의 소집기간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좋은 경기 내용과 결과를 냈다. 100% 확실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이렇게 강했다는 것을 긴 시간동안 잊고 지냈던 것 같다. 이미 해버린 실패는 어떻게 돌려낼 수 없다. 하지만 그 실패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 것이냐는 사람마다, 팀마다 다를 것이다. 어제 경기를 통해 확실히 느꼈다. 새로운 독일 감독이 들어오는 우리나라 대표팀, 다사다난했던 지난 4년을 뒤로하고 앞으로 러시아 월드컵 준비는 차근차근 그리고 공평하게 진행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