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있기에 가능했던, '트랜스포머 대한민국'

Posted by Soccerplus
2014. 9. 9. 07:3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어제 저녁에 벌어졌던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은 여러가지로 참 충격적이었다. 첫번째, 우리나라의 전력이 이렇게 강했나라는 놀라움이었고 두번째, 아주 짧은 소집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기력을 보여준 대표팀에 대한 놀라움, 마지막으로 대표팀의 전술적 유연성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비록 경기는 1:0으로 패했지만, 어제의 경기 내용에 불만을 가진 팬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무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파괴적이었던 신태용 감독의 실험은 대성공으로 끝났다. 어제 경기를 직접 관전한 슈틸리케 감독도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지난 월드컵에서 모든 경기에 4-2-3-1을 고집했던 우리나라가 한 경기에서만 세번의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시작할 때는 3-4-2-1이었다가 중간에는 4-2-3-1이 되었다가 마지막에는 아예 4-2-4까지 변화를 했다. 마치 승부차기를 앞둔 월드컵 토너먼트를 보듯,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며 투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마치 우리나라는 트랜스포머와 같았다. 조광래 감독이 부임 초반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쓰리백도 훌륭하게 소화를 했으며, 포백을 사용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마치 트랜스포머와 같았던 대표팀의 유연한 전술변화에 시종일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대표팀의 전술변화에는 기성용이 자리했다. 

챕터 1. 기성용의 스위퍼 기용 3-4-2-1

경기가 시작하기전부터 예고되었던 리베로 기성용의 A대표팀 수비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기성용은 김주영과 김영권의 사이에 위치하며 빌드업을 담당했다. 수비시에는 수비라인의 최종 위치에 자리하며 상대를 막아냈다. 카바니와 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 아벨 에르난데스등 세계적인 스타가 모두 자리한 우루과이를 상대해 수비에서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드필더에서의 플레이가 습관이 되었는지 볼을 끄는 습관은 수비시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볼을 끌다가 빼앗겨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기성용이 그 위치에서 뛰어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경기였다. 

기성용이 후방에 나와있으니 중앙에서 볼을 키핑하고 잡아줄 선수들이 없어 점유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전방에서의 움직임이 눈에 띈 포메이션이었다. 후반전 초반, 기성용의 롱패스를 받아 손흥민이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만드는 장면은 백미였다. 이명주와 이청용의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박종우가 그리 좋지 못한 활약을 해 점유율을 더 가져오지 못했으나, 중원을 확실하게 맡아줄 백투백 미드필더가 있었다면 더욱 더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손흥민은 공을 잡을 때마다 위협적이었으며, 전반전 유일한 유효슈팅을 만들기도 했다. 

챕터 2. 한국영, 남태희, 이근호의 투입, 기성용의 전진배치 4-2-3-1

실험이 완료된 이명주를 빼고 남태희를 투입하면서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이 부족해졌다. 이 한 자리를 채울 선수는 중앙 수비수를 보던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이 전진배치 되면서 대표팀은 포백위에 기성용과 한국영이 위치하고 이청용, 남태희, 손흥민이 2선을, 이근호가 원톱을 맡게 되는 포메이션이 되었다. 기성용이 올라가면서 대한민국은 많은 점유율을 가져오게 되었다. 4:6정도로 뒤지던 점유율이 5.5:4.5 정도의 점유율로 변화했다. 하지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던 남태희가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좋은 기세를 매조지 짓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후반 20분정도를 남기고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챕터 3. 후반 막판 맹공, 기성용의 최전방 배치 4-2-4

그리고 후반 막판, 시간을 많이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기성용이 최전방으로 이동했다. 상대가 신장으로 우세하지 못하기에 큰 키를 갖고 있는 기성용을 전방 타겟맨으로 위치시킨 것이다. 기성용은 남미 최강 센터배기라는 디에고 고딘을 앞에 두고도 헤딩을 어렵지 않게 따냈다. 후반 막판 대단한 헤딩슛으로 골대를 맞추기도 했고, 그 기회가 손흥민의 1:1 찬스로 이어지기도 했다. 손흥민의 코너킥이 골라인을 넘기지 않았다면 패널티킥 찬스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성용은 수비, 미드필더, 공격수를 모두 오가며 그라운드를 휘저었고, 우리나라는 그의 포지션 변화덕분에 포메이션의 변화를 꾀할 수 있었다. 

큰 가능성 보인 우루과이전, 더 큰 발전 기대한다

세계 랭킹도 우리보다 높고 카바니, 고딘, 로드리게스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을 보유한 우루과이를 상대로 이런 경기를 펼친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2달전의 경기력이 이정도였다면, 월드컵도 더 좋은 결과로 끝낼 수 있지 않았을까. 기성용과 함께 신태용 코치는 이번 두 A매치 경기의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손흥민은 이제 대한민국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 수 있는 에이스로 발전한 모습을 보였고, 김주영이라는 새로운 센터백의 등장과 차두리의 대표팀 복귀등 호재가 많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릴 대표팀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 경기를 관전한 슈틸리케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갖고 앞으로 감독을 맡게 될 지,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