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준우승 U-17팀, 박수받아 마땅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9. 21. 00:02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경기가 끝나고 많은 선수들이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머금었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한 그들은 패배가 너무나 분한듯 했다. 16세 이하 경기를 2시간이나 집중해서 본다는 것은 그리 흔한일이 아니지만 많은 팬들이 그들의 경기를 보며 같이 아쉬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아쉬운 이유는 이들이 준우승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자격을 보여줬기 때문이고, 지금까지 큰 희망을 팬들에게 안겨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다. 상대는 에이스 이승우의 돌파를 막기위해 필사적으로 그를 마크했다. 파울도 서슴지 않았다. 이승우는 혼자서 4개의 경고를 유도해냈다. 북한 선수들이 얼마나 그를 거칠게 대했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후반 중반 1:1찬스를 뒤에서 태클로 막아낸 장면에서는 퇴장을 주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심이 휘슬을 부는 순간 퇴장이라고 확신했지만, 심판은 이상하게 북한에 관대했다. 팔꿈치를 이용해 몸싸움을 하고 백태클을 불사한 북한에게 불이익은 그리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입장에서보면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동나이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승우를 막기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이승우는 파울을 당할 때마다 강하게 항의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찌보면 북한이 원했던 반응이기도 했다. 

수비진의 두차례 실수도 아쉬웠다. 장결희, 이승우에 집중된 스포트라이트였지만 이번 대회 내내 물건이라고 생각되었던 이상헌, 박명수의 실수였다. 물론 북한도 좋은 선수들이 많았고, 특히 두번째 골의 마무리는 대단한 것이었지만 실수가 뼈아프게 느껴졌다. 이번 대회 내내 짠물수비를 보여줬던 최진철호는 마지막 경기에서 2골을 실점하며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풀백자원들의 체력고갈이 눈에 띄는 경기였다. 

그래도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2골을 실점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아쉬웠지만 이들은 아직 16세의 어린 선수들이다. 이승우, 장결희 뿐만 아니라 한국에 다른 선수들도 유망하고 경쟁력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경기였다. 당초 4강이 목표였던 우리나라는 5연승을 달리며 최고의 기세를 유지했고, 북한에게 석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하지만 목표는 초과 달성한 것이고, 이번 대회는 내년에 있을 17세 이하 월드컵을 대비한 것이다. 지난 대회에서는 미리 탈락해버리는 바람에 17세 이하 대표팀의 기회조차 없었지만, 이승우, 장결희가 이끄는 17세 세대는 내년 세계무대에 데뷔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대회의 아쉬움은 어린 선수들에게 두고두고 약이 될 것이다. 경기력이 점점 더 좋아지면서 선수들은 자신감에 찼을 것이다. 특히 시리아전의 맹렬한 골폭격은 선수들의 마음에 자만심으로 자리잡았을지도 모른다. 상대인 북한은 8강 4강을 모두 승부차기까지 치렀다. 그만큼 체력이 고갈된 상황에 선수들은 승리를 미리 예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조직적으로 임했고, 선수들은 먼저 한 골을 넣었지만 분명히 고전을 면치 못한 경기였다. 

바르셀로나에서 축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리고, 대표팀에 들어오기도 전부터 주목을 받은 이승우도 큰 성장을 했을 대회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MVP와 득점왕을 모두 차지하며 자신이 아시아 최고의 유망주라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절대 동나이대의 선수들의 기량보다 자신이 훨씬 더 우월하다는 생각은 못했을 대회였다. 두세선수를 가볍게 제치는 개인기, 드넓은 시야, 결정력과 패싱력, 모든 것을 다 보여준 이승우다. 하지만 마지막 북한전에서 결국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승우는 후반 막판 자신이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는지 아쉬운 드리블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과제는 이번 대회에서 노출한 약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특히 이승우가 막혔을 때,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풀어주느냐라는 큰 과제를 남겼다. 또한 공격에 비해 중앙 미드필더의 조율능력이 조금 부족해보였다. 이승우가 아래까지 내려왔을 때의 경기전개와 이승우가 센터 포워드 자리로 올라갔을 때 경기전개는 분명히 달랐다. 또다른 에이스인 장결희가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대표팀에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박수쳐주고 싶은 대회였다. 2002년 유치원에 다녔던 월드컵 세대의 육성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대회는  다음달에 열릴 19세 이하 아시안 대회이다. 해외파들이 총출동하고, 특히 17세의 백승호가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의 유소년 육성 능력이 이렇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선수들에게 비난보다는 칭찬을 해줘야 할 대회였고, 이들의 성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