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축구 금메달, 집념이 이뤄낸 한국 축구의 쾌거

Posted by Soccerplus
2014. 10. 3. 07: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120분도 부족했다. 한국 축구는 어제 열린 아시안 게임 결승전에서 121분동안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 북한이 매우 거센 수비진을 내세우며 120분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금메달을 위한 대한민국의 집념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용재의 슛이 북한 수비수의 손을 맞고 밖으로 튕겨나온 순간 그라운드의 모든 선수들이 골을 외쳤지만 임창우는 자신 앞에 떨어진 볼에 대한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다. 임창우가 골로 확실하게 상황을 매조지 짓지 못했다면, 패널티킥이 나오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고, 튕겨져 나오는 볼을 골로 연결시켰다. 

매우 어려운 대회였다. 특급 스타인 손흥민이 소속팀의 반대로 출전이 무산되었다. 구자철, 기성용, 홍정호, 김영권, 지동원 등 스타들이 즐비했던 런던 올림픽 세대들과 비교가 될 정도로 팀에 스타가 없었다. 여기에 홈에서 펼쳐진 대회가 선수들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했고, 설상가상 와일드카드로 뽑은 김신욱과 공격진 가운데 유일하게 A매치 경험이 있는 윤일록이 두경기만에 부상을 당했다. 윤일록은 부상을 당하자마자 대회에서 아웃이 됐고, 김신욱도 내내 대회에 나오지 못하다가 최종 10분을 남기고 교체투입되었다. 이틀에 한경기를 치뤄야했던 빡빡한 일정속에서 주전선수들은 쥐가 올라오는 다리를 움켜잡으며 집념을 불태웠다. 

대들보였던 이재성이 전반 17분만에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경기가 어렵게 다가왔다. 김승대는 체력이 저하되어 순간속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미드필더를 생략한 채 넘어왔던 롱볼은 거친 플레이를 불사하며 몸싸움을 걸어온 북한 수비진에게 번번히 막혔다. 오히려 북한이 후반전 코너킥에서 골대를 맞췄고 우리나라는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양 팀은 모두 지쳤고, 몸이 무거워질수록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였다. 하지만 연장 후반 종료직전 그야말로 극장골이 터졌다. 정말 임팩트로 따지면 우리나라 축구 역사에 역대급으로 들만한 골이었던 것 같다. 

이광종 감독의 경기 운영이 도마에 올랐지만 결과적으로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선수들의 체력안배보다 조직력을 유지하면서 무너지지 않는 경기를 했던 것이 주효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7경기동안 단 1실점도 하지 않았다. 북한 선수에게 골대를 허용한 것 말고는 이렇다할 위기도 없었다. 16강 홍콩전에는 아예 슛을 허용하지 않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수비력이 좋았고, 단기간에서 수비력이 좋은 팀은 늘 좋은 결과를 냈고, 우리도 우승을 했다. 장현수는 연령별 대표를 넘어 대표팀 센터백을 위협하는 선수가 되었고, 임창우는 이번 대회의 신데렐라가 됐다. 

김신욱의 투입을 두고 계속해서 연막작전을 펼친 것도 참 인상깊었다. 김신욱의 몸상태를 보니 뛸 상태가 아니었다. 태국전에서 김신욱을 선발로 내세웠다가 급히 교체를 한 것은 결승전을 대비한 포석이었다. 상대가 김신욱의 등장을 알고만 있어도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신욱은 오른발 허벅지쪽이 다친 듯 보엿다. 하지만 그가 나온 연장 후반 10분동안 성치 않은 몸을 갖고도 상대에게 큰 위협이 되었다. 상대가 김신욱의 부상을 미리 알았더라면 수비전술을 좀 더 쉽게 사용했을 것이다. 김신욱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끼리 축하를 하는 장면에서도 오른발을 땅에 디디지 않았는데, 큰 부상이 걱정스럽다. 하지만 다친 몸으로도 경기를 바꿔놓은 김신욱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서 우리나라의 어린 자원들이 군면제 혜택을 받게 되었다. 2012 런던의 활약을 통해 해외진출에 성공한 사례를 본다면 우리나라의 새로운 자원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을 볼 날도 멀지 않은 듯 하다. 김신욱은 유럽 스카우터들의 눈도장을 오래전부터 받아오기도 했다. 다음 아시안게임은 이승우, 백승호등 유망한 자원들이 출전하는 대회가 될 것이다. 2002년에 뿌린 어린 씨앗들의 결실을 보는 대회이기도 하다. 일본, 호주같은 팀들의 도전을 받는 아시아의 맹주자리를 다시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120분 내내 선수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의 열의와 의지가 느껴져서 너무나 좋았다. 힘든 일정에도 포기하지 않은 어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지금의 결과가 포기하지 않는 집념에서 나온 것을 잊지 않고 선수들이 지금처럼 성장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