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아인트호벤 은퇴식,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12. 19. 08: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지난 7월에 은퇴한 선수를, 그것도 자국 선수가 아닌 용병 선수를, 그것도 평생을 한 클럽에 바친것도 아닌 4시즌밖에 뛰지 않은 선수를 따뜻한 환호와 함께 다시 불러 챙겨준다는 것.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물론 외국에서는 어떤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다. 박지성은 아인트호벤에서 4시즌을 뛰었지만 그중 1년은 야유로 가득찬 시즌이었고, 반시즌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시즌이었으며, 마지막 한시즌은 임대선수의 신분으로의 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아인트호벤에선 박지성을 누구보다 뜨겁게 환호하며 그의 은퇴식을 거행해주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박지성 선수의 은퇴 경기가 마련되었지만 아인트호벤에서 방한 형식으로 이뤄진 경기라 박지성을 완벽하게 위한 경기는 아니었다. A매치를 70경기 이상 치른 선수들에게 공식적인 국가대표 은퇴식을 거행해주기로 했지만, 아직 열리지 않았다. 설사 국가대표팀 은퇴식을 한다한들 이렇게 뜨거운 함성과 응원소리와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행사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간 우리나라 국가대표 레전드들의 은퇴식은 하프타임에 꽃다발을 전달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한국인도 많지않은 아인트호벤에서 대형 태극기가 펼쳐졌다. 참 대단한 광경이었다. [남쪽에서 온 전사]라는 문구와 함께 박지성 선수의 사진이 담겼다. 박지성 선수의 얼굴이 담긴 대형 태극기가 올라가자 경기장에 있는 광고판들이 움직였다. 광고판에는 [Bedankt Ji sung Park: 감사합니다 박지성] 이라는 문구가 써졌다. 그리고 박지성은 천천히 꽃다발을 들고 필립스 슈타디온을 한바퀴 돌았다. 박지성만을 위한 시간이었으며 관중석에 있는 모든 관중들은 박지성 선수가 경기장에서 사라질 때 까지 기립박수와 함께 박지성 선수의 응원가를 연호했다. 

박지성의 위엄, 이라는 말은 언론이나 특히 본인의 블로그에서도 너무나 많이 이야기했던 내용이라 이제 입이 아플 정도지만, 박지성의 위엄은 이렇듯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강력하다. 박지성은 네덜란드 클럽에서 역사상 마지막으로 챔피언스리그 4강을 기록했던 2004-2005시즌의 주역이었다. 밀란전의 골이 가장 많이 회자되지만, 그는 아인트호벤을 이끌었던 에이스였고, 04/05 시즌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반 봄멜, 코쿠, 이영표 등 당시 동료들은 세계적 레벨의 선수들이기도 했다. QPR에서 수모를 겪었지만 아인트호벤은 박지성을 임대해왔고, 팬들은 누구보다 따뜻한 격려로 박지성의 마지막을 더욱 더 빛나게 만들어주었다. 

문득 너무나 고맙다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아인트호벤이라는 클럽은 너무나 멋진클럽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앞서이야기했지만, 박지성에게 좋은 기억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박지성이 지금의 박지성의 모습을 보여준 시즌은 2시즌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한 시즌을 더 뛰어달라는 주문을 했지만, 이를 물리치고 맨유로 향했던 선수다. 하지만 아인트호벤과 팬들은 그와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해주고 있으며, 이렇게 수만명의 함성과 함께 공식 은퇴식이라는 소중한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너무도 고맙다.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는 본받아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레전드에 대한 대우가 아쉽다. 야구의 경우 몇몇 레전드들에게는 화려한 은퇴식이 주어지지고, 중계가 되기도 하지만, 축구의 경우에는 이런 부분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아인트호벤의 입장에선 박지성은 용병이다. 용병이라는 이유로 주요 시상식에서 박한 대우를 받는 우리나라다. 용병에 대한 은퇴식은 꿈을 꾸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누가봐도 멋진 프로의 모습이며 본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 이런 화려한 은퇴식에 너무나 큰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글을 다시 씁니다! 그동안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글을 쓰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꾸준히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지성 선수도 물론이지만 사커플러스를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