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억 상하이행 김주영, 84억 장원준이 생각난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12. 24. 08:00 K리그 이야기


<이 글을 쓰기 전에 저는 야구와 축구 모두 좋아하는 팬임을 밝힙니다. 어떤 종목을 더 좋아하거나 비판적인 의도로 쓴 글이 아닙니다>

국내 명문 구단 FC 서울의 핵심 수비수이자 국가 대표팀에서도 주전으로 자리잡고 있는 김주영이 상하이 둥야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27억원, 국내 선수로는 상당히 많은 금액이다. 김주영의 어린 나이를 감안한 금액이라고 생각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아시안컵에 나설 4명의 선수가 모두 해외파가 되었다 (3명 중국, 1명 중동). FC 서울은 김주영을 상하이 둥야로 보냈고, 핵심 미드필더인 고명진도 빗셀 고베와 링크가 되었다. 

프로 선수가 돈으로 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아시아에서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고, 리그 수준도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특히 아시아 쿼터제가 있기때문에 아시아 대권을 노리거나 리그 대권을 노리는 팀들에게 우리나라 선수들은 늘 타겟이 되고는 한다. 자금적인 측면에서 중동이나 중국, 일본을 이길 수 없는 우리나라는 지금껏 주요 선수들을 아시아권에 내어주곤 했다. 

아시안컵 명단을 살펴보면 이런 경향이 얼마나 거세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등이 자리했던 지난 2011년 아시안컵에선 10명의 선수가 K리그 출신이었다. 황재원, 윤빛가람등 결정적인 골을 넣었던 선수는 물론이고 당시까지만 해도 신예였던 구자철과 지동원도 이 대회를 통해 K리그에서 빅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이 숫자가 5명으로 줄었다. 사실상 해외진출이 힘든 골키퍼 포지션을 제외하면 K리그 출신 선수는 3명뿐이다(차두리, 한교원, 이정협). 이용래, 구자철, 지동원, 윤빛가람등 K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되었던 지난 대회와는 달리 이번 대회는 차두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두 선수들은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거의 없다. 

K리그의 주요 선수들은 이렇게 해외로 나간다. 돈의 차이가 워낙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선수에게 수십억을 투자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며, 선수들도 연봉이 몇 배가 차이나기 때문에 해외에서 뛰는 것을 선호한다. 얼마전 FA시장에서 대단한 거품이 일었던 야구와는 좀 다른 국면인 듯 싶다. 두산은 장원준에게 90억 이상의 금액 (84억 + 보상금 6억 4천)을 투자했다. 한 선수를 쓰기 위해 1년에 20억 이상의 금액을 투자한 것이다. 뿐만아니다 35세의 윤성환도 80억에, 안지만도 65억에 계약을 했다. 두 선수에게 4년동안 145억을 투자한 것이다. 특히 축구에 비교를 해본다면 이런 야구의 거품 논란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바이다. 

여전히 K리그는 아시아 최고 리그를 수성하고 있지만, K리그의 인기가 아시아 최고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여전히 방송사의 중계는 K리그보다는 야구가 우선시 되고 있으며, 128경기를 전부 생중계했던 야구와는 달리 K리그는 방송사마다 1년에 20경기가 되지 않는 생중계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가을 서울과 전북의 경기가 MBC 스포츠 플러스에서 중계되었던 기억이 있다. 리그에서는 최고의 빅경기였고, 야구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사이의 휴식기라 중계가 가능했다. 하지만 너무 초라했다. 야구 프로그램 앞뒤에 프리뷰와 리뷰 프로그램이 있는 것과는 달리 2시 킥오프에 정확히 맞춰 경기장이 비춰졌고, 경기가 시작되기 2분전까지도 여자 씨름 재방송을 하고 있었다. 당시 이상윤 해설 위원의 복귀 경기인만큼, 화제거리가 많았던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냉정히 축구가 겪고 있는 현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방송이 먼저인지, 리그의 인기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야구에 비해 방송도 적고, 관심도 적다. 야구의 스타 선수들은 1년에 20억에 가까운 돈을 받고 있는 반면, K리그 선수들은 돈을 위해 타지로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 가운데 중국이나 중동 생활이 한국보다 더 좋은 선수들이 어디있겠는가. 선수의 생명은 짧고 그 안에 많이 벌어 놔야 하는 운동 선수에게는 다른 나라로 진출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조금은 씁쓸하다. 늘 K리그의 발전이 대표팀의 발전에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현실에도 늘 대표팀의 부진을 꼬집는 사람들도 아쉽다. 아시안컵이야 최정예 선수들을 내보내 최고의 결과를 내야하는 대회이기에 이해가 가지만, 다음 국제 대회인 동아시안컵에서는 더 많은 K리그 선수들이 대표팀에 올라와주기를 바란다. 또한 동아시안컵에 새롭게 합류될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