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대표팀 7번, 이제야 진정한 후계자 찾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5. 1. 1. 11:02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현대 축구에서 등번호 7번은 명실상부 에이스의 번호다. 9번, 10번, 11번을 주로 다는 스트라이커가 에이스였던 시대도 있었지만, 축구의 흐름이 변하면서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오고가는 2선 공격수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떠오른 번호는 바로 7번이다. 이제는 스트라이커들도 7번을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졌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앙헬 디 마리아, 프랭크 리베리 등 최고의 선수들이 7번을 등에 새겨놓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에도 7번을 대표할만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박지성이다. 과거 대표팀 7번은 수비수였던 김태영이 달았던 번호였다. 하지만 김태영이 대표팀을 은퇴한 뒤, 박지성은 2006년 월드컵, 2010년 월드컵, 2011년 아시안컵에서 7번을 달고 그야말로 맹활약을 했다. '캡틴박'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후계자를 찾던 것이 벌써 4년전 일이다. 그 사이에 박지성은 대표팀을 은퇴했고, 지난해에는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그리고 대표팀의 7번은 여러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가장 많이 박지성의 7번을 달고, 또 지난 월드컵에도 7번을 배정받았던 김보경은 가장 유력한 박지성의 후계자로 지목되었지만 영국 진출 이후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 25살, 다시 7번의 영예를 차지하기는 많이 어려워 진 듯 하다. 최근에는 사간 도스의 김민우가 7번을 받아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김민우는 늘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대표팀에서 계속해서 롱런을 하려면 더 많은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 조영철, 윤일록, 서정진도 한 때 7번의 주인공이었다. 

에이스의 자리인 '7번'은 이렇듯 긴 공백기를 가져야했다. 그리고 박지성이 마지막으로 7번을 달고 뛰었던 4년전 아시안컵 이후 처음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한 7번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소속팀인 레버쿠젠에서도 7번을 받은 손흥민이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은 물론이고 대표팀에서의 활약, 그리고 현재의 기량을 놓고볼 때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최고의 에이스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ESPN이 선정한 아시안컵 최고 가치를 지닌 선수에서 1위로 선정되기도 한 아시아 최고의 스타다. 

대표팀에서 '비밀병기', 혹은 '기대주'로 여겨지던 손흥민에게도 이번 대회는 한단계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희망이 되어주었다면 4년만에 돌아오는 아시아 대회에서는 에이스의 입지를 굳혀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포스트 박지성을 찾지 못했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에이스가 없어 우왕좌왕하며 무너졌던 아픈 기억이 있다. 아직 22세, 어린 나이지만 팀이 활로를 뚫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는 역시나 손흥민이다. 

손흥민과 박지성의 스타일은 물론 다르다. 박지성이 매우 영리한 플레이어였다면, 손흥민은 파괴적인 스타일이다. 박지성이 동료를 이용했다면 손흥민은 개인 기량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여전히 박지성이 대표팀에 미쳤던 거대한 영향력을 손흥민이 채워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지닌 선수가 손흥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대를 거는 것이고, 에이스로 자리 매김해줄 것이라 믿는다. 

손흥민은 지난 대회에서 가장 막내로 대회에 참여한 기억이 있다. 18살, 대표팀의 막내였지만 조커로 나와 활약을 했다. 인도전에서는 A매치 데뷔골을 넣기도 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하여 분데스리가와 유럽을  호령한 선수가 되었다. 늘 아시아권의 대회에서는 상대의 거친 수비에 막혀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렇게 압도적인 개인기량을 가진 선수를 보유한 대한민국의 경기력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우승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슈틸리케의 남은 3년 6개월을 전망할 수 있는 대회이며, 많은 부분 변화가 있는 대표팀에서도 새로운 옥석이 빛을 발하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지난 대회에서는 구자철과 지동원이 최고의 활약을 보였듯, 이번 대회에서는 손흥민이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새로운 신예가 대표팀의 무기로 등장하는 대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