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평가전, 어떻게 보셨습니까?

Posted by Soccerplus
2015. 1. 5. 07:3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56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우리나라의 아시안컵 평가전이 어제 펼쳐졌다. 단 한 경기밖에 치룰 수 없는 환경이기에 더욱 더 관심이 가는 경기였다. 사우디는 중동축구를 대표하는 팀이고, 우리나라의 상대로는 오만을 대비한 상대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 경기에서 후반터진 두 골로 2:0으로 승리했다. 사우디가 전력이 많이 약해진 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승리는 값진 것이다. 또한 이정협의 발견도 의미있는 수확이었다. 

하지만,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곳곳에 약점을 노출한 경기였으며, 특히 전반전은 슈틸리케 부임후 최악의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란과의 원정 평가전, 그리고 요르단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좋지 못한 모습을 노출하더니, 세번째 원정경기에서도 좋은 경기내용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번 경기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2:0이라는 스코어에 비해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했던 경기라고 말하고 싶다. 후반 종료직전 터진 이정협의 결승골은 한국 대표팀의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 골로 인해 많은 어려운 상황들이 잊혀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재평가가 필요한 구자철

이번 경기에서 가장 좋지 못했던 한 선수를 뽑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선수는 단연 구자철이다. 구자철은 예전의 그 몸상태가 아니었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으며, 폼이 올라오지 못했다. 리그에서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주장 완장까지 달고 나온 구자철이지만 현재 폼으로 봤을 때 냉정히 선발 자원으로 보기에는 어려웠다. 이제는 그 자리에 남태희가 주전을 차지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듯 하다. 

이근호와 조영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선발로 나온 이근호와 조영철은 구자철과 함께 기대이하의 선수였다. 특히 유력한 원톱 후보로 뽑히던 이근호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움직임 자체는 확실한 선수지만 원톱으로서 그러한 움직임만으로는 최적의 결과를 내기는 힘들다. 다소 투박한 볼터치와 볼키핑 능력으로 주전자리를 차지하긴 많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또한 슈틸리케 감독이 애정을 갖고 키우는 자원인 조영철도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폼'의 문제가 아니라 기량 자체가 대표팀 수준은 아닌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런 선수를 포지션 변경을 시켜 펄스 나인에 위치시키는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최악의 전반, 이유는 무엇일까

전반전은 최악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중원에서 찾고 싶다. 한국영과 박주호, 그리고 구자철이 미드필더로 위치했으나 유기적인 움직임은 물론이고 위협적인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중원에서 압박도 되지 않았다. 중원의 붕괴는 측면 수비의 붕괴로 이어졌다. 전반전에는 좋지 못했던 김창수가 후반전에는 안정적으로 공격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중원의 안정에서 비롯한다. 기성용의 공백이 큰 경기였으며, 한국영과 박주호의 한계를 찾을 수 있었던 경기였다. 중앙 미드필더로 기성용의 도우미 역할에는 제격인 선수일지는 모르나, 경기를 이끌어가는 버팀목이 되기엔 부족한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슈틸리케의 과감한 교체,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홍명보 감독과 다른 점을 찾자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틀린 점을 인정하고 바로 고쳐가려고 노력하는 부분이다. 전반전이 만족스럽지 못하자, 가장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세 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구자철과 김진수, 이근호가 나가고 남태희와 이명주, 그리고 한교원이 들어왔다. 그리고 후반전은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평가전, 핵심자원으로 생각되던 이근호와 구자철을 교체한 것은 다소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남은 45분동안 이명주와 남태희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대표팀에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정협, 주전 원톱으로 사용할 수 있나?

이정협이 대표팀 데뷔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역시나 호들갑인 언론들은 대형 스트라이커의 탄생을 예고했다. 글쎄, 상당히 비관적이다. 20분동안 골을 넣어준 이정협의 모습은 일단 칭찬할만 하지만, 과연 이 한 골로 대표팀 주전을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험도 부족하며, 타겟 스트라이커로서 4년전 김신욱에 비해 임팩트도 부족한 것처럼 느껴진다. 골을 넣었다고 해서 한국축구의 구세주가 나타난 듯 여기는 것은 금물이다. 골을 제외하면 그저 그런 모습을 보여준 이정협을 벌써부터 주전 원톱으로 거론하는 것은 시기 상조다. 이동국도, 김신욱도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못했던 자리다. 골이라는 결과만을 놓고 구세주로 여기는 것은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역시나 기성용, 그리고 이청용

경기를 보며 기성용과 이청용의 움직임이 그리웠다. 기성용이 있었다면 경기의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고, 이청용이 있었다면 손흥민이 외롭게 공격을 이끌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진 이 두 선수의 공백은 너무나도 컸으며, 이 두선수가 없음에도 거둔 승리기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 

기성용의 파트너, 과연 누가 될 것인가

4-2-3-1을 주로 사용할 우리나라 대표팀에서 3선을 맡을 기성용과 그의 파트너의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 선발로 나온 한국영과 기성용이 앞서있다고 생각되지만, 이명주를 중용했으면 좋겠다. 호주전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보다 약한 팀들과의 싸움이고, 한국영같이 수비지향적인 선수를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볼키핑이 가능하고 중앙 미드필더로서 공격까지 가능한 이명주카드는 수비를 두껍게 세울 약팀들과의 대결에서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란전에서 시험했던 기성용-박주호 라인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역시나, 손흥민

그리고 역시나 손흥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과거보다 많이 약해진 포르투갈을 월드컵으로 이끈 호날두가 생각났다. 전반전, 공격진의 모든 선수들이 부진한 상황에서 혼자서 어떻게든 유효슈팅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보였다. 손흥민에게 공이오면 기대가 된다. 확실히 월드컵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에이스가 된 느낌이다. 이번 대회는 손흥민의 대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예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