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우승, 완생을 꿈꾸는 미생들

Posted by Soccerplus
2015. 1. 6.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흔히들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려면 변수를 줄이고 상수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신예들의 등장, 예상치 못한 스타의 탄생, 아니면 예상치 못한 원더골 등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도 있지만 일단 전체 대회를 놓고 보았을 때 버틸 수 있는 단단한 전력을 갖춰야 한다. 많은 변수들이 대회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리 나라는 지난 대회에서도 여러 변수가 있었다. 조광래 감독의 첫 대표팀 메이저 대회였고, 기존 한국 대표팀과는 다른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여러 변수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대회였다. 무엇보다 박지성, 이영표라는 두 버팀목이 팀을 잡아줬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구자철과 지동원이 터졌고, 이용래는 대회 최고의 선수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변수에서 무너졌다. 호주와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 1위를 못했다. 그리고 8강에서 이란을 만나 전력을 쏟아야했다. 대회 내내 타오르던 어린 선수들은 일본과의 승부차기에서 3차례를 실패하며 자멸했다. 8강에서 이란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일본과 최고의 상태에서 만났다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런 변수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이 변수들을 이겨내야만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다. 대표팀에서 어느 경기나 믿고 맞길 수 있는 선수들은 세명정도다.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이다. 이 세 선수들은 그간 많은 국제 대회를 통해 대표팀을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잡았다. 우리 나라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자원들이며 결국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의 전술이 짜여질 것이다.

여기에 8명의 선수들이 들어와 베스트 11을 만들고, 3명의 교체 자원이 경기에 투입된다. 하지만, 이 3명의 선수를 제외하고 남은 8명 가운데 그 누구도 확실한 주전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약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의 주전 경쟁이 있는 포지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최적의 조합을 찾지 못했거나, 아니면 적임자를 찾지 못해 주전을 확정짓지 못한 포지션이 더 많은 것은 단점이다. 

수비 라인을 책임질 선수들가운데 경쟁에서 앞선 선수는 장현수와 김주영으로 보인다. 최종 평가전에서 두 선수가 90분을 소화했다. 스피드와 제공권을 겸비한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다. 하지만 사우디전에서 보았듯 합격점을 주기는 어려웠다. 큰 대회 경험도 미지수다. 2012년 올림픽에서 황석호라는 변수를 단단한 수비라인의 선봉으로 만들었던 긍정적인 경험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2011년 불안한 수비라인이 패널티킥을 허용해 큰 어려움에 빠뜨렸던 것도 기억해야 한다. 아직 메이저 대회 경험이 없는 두 선수가 얼마만큼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난 대회가 지동원과 구자철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대회였다면, 이번 대회는 남태희의 대회가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다. 남태희는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자리잡으며 지난 사우디전에서도 결정적인 돌파를 해냈다. 공격수 자원이 약한 우리나라 전력에서 큰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다. 아직 대표팀에선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던 선수이기에 남태희도 변수라고 생각한다. 호주, 일본, 이란 등 강한 상대를 앞에 두고도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손흥민의 포지션이 어떻게 되느냐도 변수라고 생각한다. 손흥민이 톱을 맡게 된다면 그 자체로도 변수이고, 좌측 윙포워드로 출장하게 된다면 공격수를 맡을 선수의 활약도 변수다. 이정협과 이근호가 있지만 두 선수를 100%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정협이 지난 대회 지동원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나라의 전력은 급상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동원이 대표팀에 처음 승선했을 때 당시보다 보여준 것도 훨씬 적은 이정협이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이정협이 아니라면 이근호가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훌륭한 도움을 주는 공격수가 아니라 상대에게 위협이 되며 골을 넣어줄 수 있는 공격수로 거듭나야 한다. 

이명주, 박주호, 김진수등 기량 확인이 어느정도 된 선수들도 이번 대회는 의미가 크다. 지난 월드컵에서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거나, 운이 좋지 못해 차출이 되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7개월만에 돌아온 만회의 기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한다면 우리 나라는 조금 더 나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각자 소속팀에선 이미 '완생'의 자리를 차지한 선수들이지만 대표팀에선 다르다. 여전히 적응이라는 문제가 남아있고, 그 문제사우디전에서 여러 실수로 나타났다. 

선수들은 경기를 통해 성장한다. 이런 큰 대회에선 한 경기 한 경기가 큰 경험이다. 2011년 구자철과 지동원의 성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여러 '미생'들이 '완생'이 되기를 희망한다.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있는 여러 자원들이 훌륭하게 대표팀의 전력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대회가 되길 바란다.